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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도시에서 가을을 맞이하다

경기도 파주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 지혜의 숲

사람들은 가을이 왔다는걸 어떻게 알까?
하늘이 높고 푸를 때,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을 때...
또는 책이 읽고 싶어지고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 때?
파주출판도시는 책과 자연이 한데 모여 가을 여행장소로 제격이다.
더욱이 곳곳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은 우리에게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책, 자연, 아름다운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그곳으로 이른 가을여행을 떠났다.

책, 사람, 자연이 한데 어우러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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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출판도시는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일대 48만평에 조성된 국가문화산업단지로,
가장 큰 특징은 대한민국 출판문화산업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 기획, 편집, 인쇄, 물류, 유통 등 출판의 모든 과정을 하나로 묶었다는 점이다.
이밖에도 박물관, 갤러리, 북카페 등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출판도시를 돌아보면 자연과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이국적인 풍경에 넋을 잃게 된다. 저마다 이야기를 담고 있는 건축물들이 하나씩 채워져, 출판도시 전체가 하나의 건축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멋진 경관이 조성된 것은 1단계 사업 건축물 설계에서부터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이 모여 책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애썼기 때문이다. 출판도시 주변 지역은 강변저습지가 있어 도요새, 재두루미 등 멸종위기 조류의 서식지이기도 해서 자연과 문화가 상생하고, 자연을 고스란히 보존하는 길을 모색해왔다.
특히 출판도시에서 아름다운 건축물로 유명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찾았다. 이곳은 포르투갈 건축계의 거장 알바루 시자가 설계한 작품으로, 1,400평에 이르는 공간에 지상 3층, 지하 1층으로 지어졌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은 외형적 화려함보다 사용하는 이를 배려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둘러보면 그의 건축학적 지향점이 잘 드러남을 알 수 있다. 세계적인 건축 사진작가 페르난두 게하는 알바루 시자가 설계한 브라질의 이베리 카르마구 미술관보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이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방문객을 끌어 모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건축물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움을 뽐내, 전시 이상의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건축의 시인이 지은 아름다운 뮤지엄

포르투갈의 어떤 유명한 건축가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두고 한 마리 고양이라고 표현했는데, 여기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중국에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는 황제가 있었는데, 어느 날 유명한 화가를 불러다가 고양이를 그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화가는 그림이 다 되어가는 중이라고만 대답할 뿐 그림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렇게 7년이나 흘러 인내심이 바닥난 황제는 그 화가를 불러다가 다그쳤다. 그러자 화가는 2초 만에 지금껏 누구도 보지 못한 아름다운 고양이 그림을 그리고는 자신은 7년 동안 그림을 그려왔노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에 빗대어 알바루 시자는 7년 동안 그려왔던 고양이 그림을 한국에서 완성해낸 것이다. 실제로 알바루 시자는 뮤지엄 설계를 의뢰 받고, 빈 대지 위에 고양이를 스케치하고 설계를 시작했다고 한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의 백미는 웅크린 고양이의 등과 같이 절제된 곡선미와 공간미이다. 하늘과 조화를 이루는 전체적인 곡면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다가온다. 이 매력적인 거장의 작품 속에서 전시회를 관람하니 눈과 마음이 즐겁다.

 

1층 카페 겸 책을 판매하는 공간에는 커다란 창을 통해 햇빛을 잔뜩 머금은 푸른 잔디가 청량감을 선사한다. 뮤지엄 3층은 넓은 전시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곳에서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예술’을 적극 소개하고 있다. 현재는 컨버스 위에 다양한 색채를 스퀴지로 표현한 <제여란 개인전 : 그리기에 관하여>가 전시되어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자연광을 선호하는 알바루 시자답게 전시 공간에도 기다란 투명 문과 창을 통해 햇빛이 자연스럽게 들어와 전시 공간에 최적의 빛을 전달한다.
단순한 뮤지엄이 아닌 하나의 시처럼, 예술처럼 다가오는 공간에서 알바루 시자의 작품을 느끼며 가을의 시작을 맞이했다.

책의 숲에서 펼쳐지는 지식의 향연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파주출판도시의 꽃인 지혜의 숲이 있다. 지혜의 숲으로 가기 위해 출판도시에 있는 총 6개의 다리 중 하나인 ‘응칠교’를 건넜다. 출판도시의 정신적 감리인인 안중근 의사의 어릴 적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지혜의 숲에 다다르자, 쭉 뻗은 길이 시야에 들어온다. 바로, 회동길이다. 1897년에 설립된 근대 서점인 회동서관을 기념하여 이름 붙여졌다. 회동길 초입에는 다른 건축물들과 대비되는 모습의 작은 한옥 한 채가 서 있다. 전라도 정읍에서 옮겨온 김동수 가옥의 별채로, 문화도시로의 지향을 꿈꾼다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모던한 지혜의 숲을 배경으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본격적으로 지혜의 숲에 들어서자 높이 8m에 달하는 웅장한 서가들이 도서관 벽면을 가득 채운다. 총 20여 만 권이 책으로 둘러싸인 그야말로 책들의 향연이 펼쳐진 숲이다.

 

1관에는 학자, 전문가들이 기증한 도서가, 그리고 2, 3관에는 출판사 기증도서가 소장되어 있다. 그런데 이곳의 책 배치방식은 좀 특이하다. 일반 도서관의 전통적인 분류방식을 따르지 않고 출판사별, 개인 기증자별로 꽂혀 있다. 기존 분류나 배치 방식과 달라 어려움을 겪는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독서 안내자 즉 권독사(權讀士)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독자의 관심과 기호에 따라 도서나 출판사, 학자들의 코너를 소개, 추천하고 책이 꽂힌 위치까지 알려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책은 지혜의 숲을 방문한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데 대신, 읽은 책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 제자리에 놓는 센스가 필요하다. 서가 한 편에는 지혜의 숲에서 진행하는 인문학 강연자의 책이 자리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인문학 강의와 전시도 진행한다고 한다.

지혜의 숲 내부에 자리한 카페를 중심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들이 놓여있다.
이곳에서는 높은 책장도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마음에 맞는 책 한 권을 골라 책 속으로의 여행을 떠날 마음만 준비하면 된다.
가을의 시작, 지적 사유로의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아름다운 건축물과 함께하는 출판도시에서 책으로의 여행을 떠나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