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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愛 빛과 향을 품다

부여 궁남지 & 부소산성, 낙화암

아름다운 공주님 선화공주님 ♬ 마동이와 노닐다가 궁궐로 돌아가네~♪
1970년대 인기리에 방영된 KBS 인형극 ‘선화공주’의 OST 가사다.
백제男과 신라女의 로맨스가 연꽃으로 환생하기를 바랐던 것일까.
서기 634년 백제 무왕이 백마강의 물길을 끌어들여 만들었다는 인공연못, 부여 궁남지.
매년 7월 화려한 연꽃의 대향연이 펼쳐지는 현장 속으로 백제 여행을 떠났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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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안개가 자욱할 때가 가장 아름답다는 부여 궁남지. 운좋게도 때마침 비가 부슬부슬 내려 낮게 깔려 있는 안개를 만날 수 있었다.
아직 서동연꽃축제 개막을 일주일 남짓 앞두고 있었지만, 비를 흠뻑 머금은 연꽃들은 이미 생기 넘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부여 궁남지 주변 2만여 평의 습지에는 50여 종의 연꽃 이외에도 다양한 수생식물과 각종 야생화들이 함께 피어있다고 한다.

부여 궁남지는 백제시대 별궁 연못으로, 경주의 안압지보다 40년이나 먼저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연못이다. 경주의 안압지가 통일신라 궁궐건축의 당당함을 보여준다면 부여 궁남지의 차분한 아름다움은 백제의 단아한 옛 멋을 느끼게 한다. 부여 궁남지의 역사와 관련해서 삼국사기에는 “무왕 35년(634) 3월에 궁남에 연못을 파서 물을 20여 리나 끌어들였다. 네 언덕에는 버드나무를 심고 연못 가운데에는 섬을 만들어 방장선산을 모방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또한 “무왕 39년(638) 봄 3월에는 왕과 왕비가 큰 연못에 배를 띄웠다.”고 기록되어 있어, 아마도 그 당시 연못의 규모는 뱃놀이를 즐길 정도로 지금보다는 훨씬 더 컸을 것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연못은 1960년대 초까지는 그저 자연 습지로만 알려져 왔다가, 이후 왕궁의 후원이었음이 밝혀짐에 따라 1965년부터 1967년까지 복원사업을 통해 백제 무왕이 조성했을 당시의 모습과 흡사하게 정비, 보수공사를 하였다. 그후 1971년 연못 안에 포룡정(抱龍亭) 이라는 정자를 섬처럼 세우고 이를 잇는 목조다리를 만들어 연결하였다. 포룡(抱龍) 이란 명칭은 서동의 탄생 설화에서 기인하는데... 서동의 어머니가 어느날 달밤에 잠을 못 이루고 연못으로 산책을 나갔는데, 그때 갑자기 연못에서 용이 나타나 서동의 어머니와 사랑을 나눴고, 그 후 열 달 뒤 서동을 낳았다는 것. 즉 '용을 품었다'는 의미로 '포룡'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결국 서동은 '용의 아들'인 셈이 된다.

낭만적인 연꽃의 아름다움

부여 궁남지에는 서동의 탄생 설화 외에도, 백제 서동과 신라 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진다.
‘마를 캐는 아이’라 하여 ‘마동’이라고도 불렸던 백제 청년 서동은
신라 진평왕의 셋째딸 선화공주가 절세미인이라는 말을 듣고, 짐을 꾸려 신라 서라벌로 몰래 들어갔다.
그리고 동네 아이들에게 마를 나눠주며 한 가지 동요를 가르쳐 주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서동요이다.
서동요가 일파만파로 널리 퍼져 신라의 궁궐에까지 전해지자, 난처해진 진평왕은 선화공주를 먼 곳으로 귀양 보내고 만다.
슬퍼하는 선화공주에게 서동이 절을 하며 함께하기를 청하자 공주는 그 모습이 믿음직스러워 그길로 서동을 따라 백제로 오게 되었다.
이후 서동은 백제의 30대 왕인 무왕이 되었고, 그가 왕비인 선화공주를 위해 만든 거대한 연못이 바로 부여 궁남지라고 전해진다.
 

무왕과 왕비의 사랑이 지금까지 전해지는 듯, 연못에는 돌돌 말린 하트 모양의 연잎이 보인다. 카누를 타고 직접 연지 속을 누비는 이색 체험프로그램인 카누·연지탐험도 성황리에 운영중인데,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편, 연못 한 켠에 서동의 생가를 꾸며 놓은 장소를 둘러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국경을 초월한 로맨스를 떠올리며 연꽃이 피어있는 산책로를 걸었다. 신비롭고 영험한 기운을 뿜어내는 연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마음이 차분해져 마치 도를 닦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연꽃 하면 자연스레 불교가 떠오르는데, 그 이유는 늪이나 연못의 진흙 속에서도 맑고 깨끗한 꽃을 피워내고, 고상한 기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리라. 마치 연못 위에 알록달록한 등불을 켜 놓은 듯, 연꽃이 펼쳐놓은 황홀한 풍경을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사비시대 백제의 숨결

부여에 가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 삼천궁녀의 전설이 깃든 낙화암으로 가기 위해 아름다운 소나무숲 부소산으로 향했다.
백제의 마지막 도읍 사비시대부터 현재까지 줄곧 역사의 숨결을 함께 한 부소산은 오늘도 어제처럼 같은 자리에서 부여를 내려다보고 있다.

능선을 따라 흙길을 걷다보니 영일루에 닿았다. ‘해를 맞는 누각’이라는 뜻의 영일루에 오르니 확 트인 시야에 가슴까지 시원하다. 비 내린 뒤의 맑고 시원한 바람이 부소산 특유의 진한 솔 향기와 함께 스쳐지나간다. 조금 더 천천히 백제의 숨결을 느껴보라는 부소산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다.
부소산 서쪽 백화정 아래에 있는 큰 바위, 낙화암에 도착했다. 그 아래로 백마강이 흐른다. 백제 의자왕 시절 당나라 군사가 침략했을 때 삼천 궁녀가 망국 백성으로 오랑캐에게 치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해 이곳에서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슬퍼하며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꽃잎이 흩날리는 것 같아 낙화암(落花巖)이라는 애달픈 이름이 붙었다. 낙화암 주변이 궁녀 3000명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기는 했지만, 화려했던 사비성의 마지막을 안타깝고 서럽게 보낼 수밖에 없었던 백성들의 마음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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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사비의 옛 이야기에 빠져 꿈꾸듯 여행한 부여.
부여 궁남지에서는 7월 8일부터 7월 17일까지 부여서동연꽃축제가 펼쳐진다고 한다.
넘실대는 연꽃의 향연과 다양한 체험 행사가 마련되어 있다고 하니 주말에 가족과 함께 부여로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부모님에게는 백제 서동과 신라 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로 로맨스를 꽃 피우는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