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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회를 찾아 도전하세요

박찬종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원장

프랑스의 철학가 장 폴 샤르트르는 말했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이다.’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죽는 날까지 선택(Choice)의 연속이라는 뜻인데,
응용하면 인생은 기회(Chance) 혹은 도전(Challenge)의 연속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겠다.
그런 면에서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박찬종 원장의 인생은 그야말로 기회, 도전, 선택의 연속이다.
인생을 살면서 만난 선택지들 중 엄선하여 기회로 삼고 과감하게 도전했으니 말이다.
표준연 및 ETRI 연구원, 벤처 CEO, 대덕연구개발특구 본부장, 한국연구재단 기술사업화단장, 한밭대 교수...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박찬종 원장을 만났다.

하고 싶은 즐거운 일에 도전

ETRI 동문 여러분, 반갑습니다. 박찬종입니다. 여러 분야의 직업을 삼다 보니, 저의 근황을 알릴 기회가 없었는데 웹진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기쁩니다. 저는 현재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원장을 지내고 있습니다.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영화 세트장과 액션 스쿨을 갖추고, IT와 CT가 융합된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영화, 영상과 관련된 콘텐츠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저는 창업을 위해 ETRI를 퇴직한 후, 벤처 CEO, 대덕연구개발특구 본부장, 한국연구재단 기술사업화단장, 한밭대 교수를 거치면서 연구와 경영, 교육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즐거운 일을 하자, 도전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ETRI 동문 여러분, 마음의 열정이 시키는 일을 하십시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IT-CT 등 새로운 융합기술

ETRI 재직 당시 가상현실연구팀에 근무했습니다. 그때 당시 SBS 가요 프로그램에서 과감하게 ‘룰루랄라’라는 그래픽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모션캡처를 통해 가요 안무를 추는 캐릭터였죠. 사람 동작을 캐릭터에 입히려면 관절 동작을 캡처링 해야 합니다. 당시 ETRI에 있는 장비로 모션 센서를 이용해 댄서의 행동을 캡처하고 캐릭터에 입히는 작업을 했습니다. 댄서들이 연구소에 와서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 즐거웠습니다. 한 주의 가요 순위 1위를 미리 아는 것도 재미있었죠. 이때 당시에 전통적인 IT 시스템이 아닌, 방송과 관련된 기술을 연구했던 것을 보면, 제 성향이 항상 새로운 기술, 방송과 콘텐츠와 관련된 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ETRI 재직 당시 즐거웠던 일을 생각해보면, ETRI만의 문화가 좋았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체육의 날 행사가 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생소한 클레이사격장 등에서 즐거운 체험을 했습니다. 타 분야와 융합할 기회를 주었고, 직원들이 건전하게 단합하는 즐거웠던 활동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 연구 이외에 소양을 계발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인문학과 철학 강의를 듣고 있지만, 자신의 역량만큼 필요한 것을 흡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타민보다 중요한 Painkiller

사실 저는 ETRI 입사 이전부터 IT를 기반으로 한 문화, 미학, 인문학 분야와의 융합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ETRI에 입사하기 전, 우리나라 한글 자판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은 당시 표준연구소에서 동료들과 휴먼컴퓨터라는 회사를 만들어 ‘휴먼 명조체’를 만들었습니다. 워드프로세서 등에 활용하는 글자체입니다. 한글은 11,172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디자이너 한 사람에게 명조체로 이 모든 글자를 만들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죠. 당시 컴퓨터로 초성, 중성 등 몇 글자를 만들어야 하는지 분석해 디자이너와 협업해서 만들었습니다.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좋은 결과를 얻어낸 것이죠.
ETRI에서 연구했던 가상현실을 토대로 ‘사이런’이라는 가상현실 관련 사이버 러닝머신 회사를 창립했습니다. 스포츠클럽에 이 제품을 설치해야겠다는 부푼 꿈을 가지고 시작했죠. 러닝머신에 LED 화면을 설치해 마치 한강에서 강아지나 다른 사람과 함께 뛰는 듯한 가상공간을 제공하는 기술입니다. IT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스포테이먼트’라는 용어를 만들었죠. 안타깝게 저의 기술은 고객이 먼저 찾아서 사용하는 페인킬러(진통제)가 아닌 즐거움을 주긴 하지만 먹고 싶을 때만 찾는 비타민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시기를 너무 앞서서 도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저에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대전 지역에 있는 기업에서도 고객이 먼저 찾는 즉, 페인킬러 기술이 많이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력양성과 기업 성장 지원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ICT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이뤄지도록 인력양성과 산업체 지원이라는 두 가지 목표 아래 ICT 관련 사업 발굴과 유치에 힘쓰고 있습니다. 대전 지역은 ETRI를 비롯해 대덕특구 등 인프라가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강점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인력을 양성해야 하고, 기업과 인재를 연결시켜야 합니다. 대학의 훌륭한 인재를 적합한 기업과 매치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같은 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목표의 일환으로 미래부에서 진행하는 소프트 융합 클러스트 사업을 수주했습니다. 대전의 국방 인프라를 특화시켜 ‘국방’을 키워드로 한 ‘국방 소프트 융합 클러스트 사업단’이 7월 14일 개소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전은 계룡대와 교육사령부 등 국방과 관련된 인프라가 훌륭합니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전에 있는 국방 관련 회사들이 중견기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산·학·연·관을 잘 연계할 수 있는 기관의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대전 지역 ICT 산업이 발전하길 바라며

앞으로의 목표는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 ICT 산업을 육성하는 것입니다. ICT와 관련된 100개 기업을 채우자는 목표 중 현재 57개의 기업이 남았습니다. 이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대전의 많은 중소기업이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또, 대전의 미래 먹거리가 무엇일지 항상 고민하고, 이와 관련된 사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대덕특구는 지난 40년간 과학기술 측면에서 많은 발전을 이뤘습니다. ETRI와 같은 연구기관과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같은 육성기관이 함께 목표를 가지고 정진하면,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전의 발전 가능성 높은 인프라를 기회로 삼고 나아가야 합니다.
ETRI에게 바라는 점은 지금처럼 꾸준히 세계 최고의 연구기관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ETRI에는 소속된 분야별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연구원들이 많습니다. 구성원들이 그만큼 열심히 노력한 연구를 사업화하는데 많은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고, 현재 제도적 여건이 잘 마련되어 창업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원분들도 꿈이 있으시다면, 두려워하지 마시고 창업과 같은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