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파이어테크놀로지 대표이사 강군화입니다. 보고 싶은 얼굴들이 많은데 바쁘다는 핑계로 찾아뵙지 못하고 이 자리를 통해 인사드립니다.
ETRI에서 나온 지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ETRI에 다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이 흘렀다니 세월이 빠름을 실감합니다. 저는 ETRI를 나와서 이동통신회사에서 근무했었고, 이후 2000년도에 스파이어테크놀로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스파이어테크놀로지는 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IT Convergence 솔루션 개발 기업입니다. ‘스파이어’라는 사명은 회사의 주력 제품에 붙인 코드네임에서 따온 것으로, 나무의 꼭대기, 성당의 첨탑, 산의 최정점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가치 창조로 기술의 최정점을 이루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ETRI 출신의 창업하신 분들은 아마도 회사 경영에서 실무적인 부분에 어려움이 있음을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저는 ETRI에서의 연구 활동과 이동통신회사에서 경험한 실무 감각이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창업을 생각하고 계시다면, 경영 실무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90년대 중반 ETRI 재직 당시 CDMA 이동통신 교환기를 개발했습니다. CDMA 기술은 이동통신의 수요폭증에 대응해, 통화용량을 아날로그 방식보다 수십 배 증가시킬 수 있는 기술입니다. 1996년 전 세계 최초로 CDMA 이동통신 시스템을 상용화하는데 ETRI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였고, 저는 그 중 이동통신 교환기 내의 신호처리 기술 핵심인 No.7 신호처리 기술과 기지국 인터페이스 신호처리 기술 개발을 담당하였습니다.
단말기부터 CDMA 전체 시스템을 연동하여 첫 통화를 성공시킨 날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1년 넘게 고생했던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었죠. CDMA 방식의 이동통신 상용화로 관련 기술이 선진화 되는 계기가 되었고, 많은 경제적 효과가 창출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함께 개발할 수 있었던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기술 개발 이외에도 기억에 남는 일을 떠올려보니, 즐거웠던 기억이 참 많이 생각납니다. ETRI에서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대전에 연고가 전혀 없었는데, 사회 첫 발을 내딛는 저에게 팀원들 모두가 가족같이 아껴주셔서 참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매월 셋째 주 수요일 Cheer-up Day를 했는데, 계룡산 계곡에서 수박소주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예전 팀원들과 모두 모여 다시 한 번 계룡산 계곡에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ETRI에 재직하던 당시와 현재 ETRI의 모습에는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재직했을 당시는 ETRI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가적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대규모 연구개발 사업을 선도해 나갈 수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반면, 최근에는 국가 주도의 대규모 연구 개발이 어려운 환경이어서, ETRI 역시 대규모 연구 개발 사업을 수행하기에 환경이 매우 열악해져 있는 듯합니다.
또한, 저희와 같은 중소기업은 새로운 핵심 첨단 기술을 개발하기에 우수 인력 채용 문제와 많은 투자비 문제로 매우 힘든 구조에 있습니다. ETRI에도 중소기업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여러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ETRI에 바라는 점은 저희와 같은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중소기업과의 공동 연구 개발 환경을 더 넓혀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