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제 꿈은 해외농장개발이었어요. 외국에서 농사를 짓자. 그러기 위해선 경험이 필요하니까, 캠퍼스 내 40평 가량의 땅을 분양받아 무작정 농사를 시작했죠. 마음이 맞는 친구들 네 명과, 어벤져스처럼. 정말 뭐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생명공학과 농업경제학을 함께 전공하면서 구체적인 진로를 계획했고, 도시농업에 대한 정부정책 등 자료를 수집해 나아갔죠. 이후 80평, 500평으로 규모를 늘려 나갔으며, 현재는 3000평의 밭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과거 의기투합했던 멤버 중 지금까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은 저 뿐이에요. 덕분에 더 많이 보고 듣고 경험하며 고민했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희망토는 건강을 키우는, 희망을 가득 머금은 땅이예요. 대구 시내와 멀지 않은 곳에 밭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하셨을 거예요. 흔히들 ‘직접 재배한다’고 하면 시중에 있는 다른 농산물 소비량이 감소할지도 모른다는 오해를 하세요. 그렇지 않아요. 도시 사람들은 그런 체험을 한다면 훨씬 질 좋은 상품을 고르는 안목을 기를 수 있어요. 그만큼 농사를 전업으로 하시는 분들도 질 좋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테고요. 서로 신뢰를 쌓는 거죠. 이 신뢰가 도농상생의 길을 열어줄 거라 생각했어요. 그렇게 희망토는 탄생했죠.
2012년에는 강영수(공동대표) 이장과 함께 실질적인 농사일과 도시농업에 관련한 교육 콘텐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지역 어린이센터나 초등학교 방과후활동 등을 적극 활용하여 어린이들에게 도시농업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전자통신, 기기, 디자인 분야에는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했기에 타 기관 및 업체와 협력해 어플리케이션 및 디지털교재 개발을 기획했죠. 복잡·다양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였어요. 그러나 이미 삶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기계화된 사회에 살던 이들이 그 삶을 한 순간에 내려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여기서 착안한 것이 바로 농사일지 어플리케이션이에요. 귀농은 단시간에 결정하기 어려우니까. 그렇다면 희망토를 찾는 이들의 목표를 간단하게 ‘건강한 먹거리 직접 수확’이라 가정하고 기획한 거예요. 1년 단위로 계약해 경작하는 이들을 주 타깃으로 삼은 거죠. 이 기간을 기록해 나아가면서 각 작물의 특성을 파악, 수확에 더욱 용이한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말이죠. 차곡차곡 정리한 정보를 타 이용자들과 쉽게 교류하도록 돕는 것이 희망토 어플리케이션이에요. 초보의 경우 궁금한 사항을 질문하면 유경험자들의 능숙한 답변을 들을 수도 있고요. 자필 작성이나 홈페이지 운영은 야외 활동이라는 희망토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비효율적이니까 단시간에 간편하게 모든 정보들을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 겁니다.
‘Growstuff'라는 사이트가 있어요. 전 세계 사람들이 자신의 경작물에 관련한 자료가 많은 곳이에요. 저마다의 개성과 비법을 다른 이들에게 전수하고, 초보자들은 그런 자료를 보고 농사의 이모저모를 접하는 곳이죠. 희망토 애플리케이션의 국제화 버전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국제적으로 네트워킹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사람과 경작물을 접하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외국어 공부를 하며 하루를 시작해요.
최근에는 아로니아, 매실, 배, 사과, 대봉감, 미니사과까지 다양한 과수를 기르며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내요. ‘2015년 대구·경북 세계물포럼’ 당시 나무심기서명에 동참한 인원만큼 심어 한 그루 한 그루 정성껏 키우는 중이거든요.
올해는 UN이 지정한 ‘세계 콩의 해’라서, 희망토는 우리 메주콩의 우수성을 재조명해 알리는 국제 활동에 힘쓸 계획입니다. 타 기관과 협력해 300평 가량 글로벌 콩 농장을 조성하고, 외국인을 초청해 우리의 콩 음식과 전통문화, 우리 콩의 우수성을 알릴 생각이예요.
외국에서는 메주콩을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를 짜내거나 사료로 쓴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메주콩은 없어선 안 될 작물이므로 저는 세계 콩의 중심에 우리 전통이 우뚝 서도록 노력할 거예요. 여기서 우리가 노력해온 농업IT의 성과가 발현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이를 위해 더욱 정진하렵니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벌써부터 두근거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