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내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고 흥미가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장난감도 많이 없던 시절 팽이, 썰매 같은 장난감을 직접 만들어서 가지고 놀았어요. 친구들이 가지고 노는 것과는 다른, 나만의 장난감을 갖고 싶었죠. 장난감을 만들어달라고 하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때부터 발명에 대해 관심이 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물건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이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온종일 생각했으니까요. 지금도 기계를 사용하다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참지 못해서 분리해보고, 원리를 알아내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배터리가 방전되지 않게 충전기를 만든 게 있는데요, 충전기 원리를 모르니까 구입한 충전기를 분해해서 직접 알아냈죠. 뭐든 직접 내 눈으로 보고 내 손으로 해봐야 직성이 풀려요.
농사를 짓다보면 항상 불편한 점이 생기고 해결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 적당한 기계가 없을까 늘 궁리하죠. 한번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물건이 있으면 잠자기 전까지 하루 종일 그 생각에 빠져 있습니다. 큰 방향이 잡히면 어떤 부속품이 필요하고 어떻게 만들면 될지 머릿속으로 설계도를 그립니다. 그런 다음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면 틈 날 때마다 계속해서 실행에 옮깁니다. 농사짓는 데 지장을 주지 않으려 하다 보니 주로 겨울에 발명품을 만들죠. 재료는 새 제품보다 중고품이나 재활용품을 활용하는데 주로 폐차장이나 고물상에서 구입합니다. 손수 부품을 찾아야하고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발명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평균 1달 이상의 기간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완성한 뒤에도 계속 보완할 점을 찾죠. 기성제품을 살 수도 있지만 직접 만들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려고 합니다. 때로는 제가 생각해도 발명에 중독된 것 같을 때가 있어요.
발명은 제게 돈벌이가 아닌 농사를 더 편리하게 짓기 위한 노력입니다. 제가 만든 기계로 가족들이 힘을 덜 들이고 일했으면 하는 마음이죠.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버린 고향에 남아, 지금까지도 농사를 짓는 것을 보면 농부가 천직이구나 싶습니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쉬고, 또 틈이 나면 좋아하는 발명품을 만들 수 있는 자유로운 생활이 좋습니다. 이제 더 이상 발명품을 만들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만들어야할 것들이 계속 떠오르는지 저도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열심히 과수원 농사를 지어서 자식들 잘 되게 뒷바라지 하고, 지금처럼 틈틈이 발명품을 만들며 사는 것입니다. 발명은 제 삶의 원동력이자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