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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은 내 삶의 원동력이자 행복

농부발명가 노완수 씨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쓰는 이가 있다.
충북 옥천에 사는 농부발명가 노완수(54세) 씨. 발명에 대한 교육을 따로 받아본 적은 없단다.
단지 농사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없을까 궁리하다 보니 자연스레 하나둘 발명품이 탄생되었고, 어느새 '농부발명가'라는 타이틀까지 붙었다.
아이처럼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그지만, 그의 두 손에는 베테랑 농부의 거친 세월이 배어 있다.
25년 동안 50개가 넘는 농기구와 생활용품을 발명했는데, 대부분의 발명품에는 농사일과 가사로 고생하는 아내를 위하는 애틋한 마음이 담겨있다.
충북 옥천군 청성면 능월리 농부발명가의 작은 집에서 발명과 함께 한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궁금한 것은 그냥 지나치지 못해요”

어린 시절부터 내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고 흥미가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장난감도 많이 없던 시절 팽이, 썰매 같은 장난감을 직접 만들어서 가지고 놀았어요. 친구들이 가지고 노는 것과는 다른, 나만의 장난감을 갖고 싶었죠. 장난감을 만들어달라고 하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때부터 발명에 대해 관심이 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물건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이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온종일 생각했으니까요. 지금도 기계를 사용하다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참지 못해서 분리해보고, 원리를 알아내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배터리가 방전되지 않게 충전기를 만든 게 있는데요, 충전기 원리를 모르니까 구입한 충전기를 분해해서 직접 알아냈죠. 뭐든 직접 내 눈으로 보고 내 손으로 해봐야 직성이 풀려요.

“농사를 편리하게 짓기 위해 발명품을 만들기 시작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발명품을 만들게 된 것은 농사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입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17세 때 대구에서 직장 생활을 3년 정도 했습니다. 돈을 많이 벌어 사업을 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도시로 떠났지만, 회사와 집을 오가는 쳇바퀴 도는 일상에 지겨움을 느꼈습니다. 결국 고향인 옥천으로 돌아와 농사일을 시작했죠. 하지만 막상 고향으로 내려오니 농사만으로 가족을 부양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생계를 위해 지하수 파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상수도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을 때라 지하수 시추 수요가 많았거든요. 시추기를 직접 고안하여 제작해 동네의 지하수 파는 일은 거의 도맡아 했습니다. 이때부터 발명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점차 상수도 시설이 보편화 되면서 일이 줄어들자 과수원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농사와 관련된 발명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5천 평이 넘는 과수원 농사를 하다 보니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없을까 생각하게 됐죠. 일례로 잡풀을 깎는 작업은 쪼그리고 앉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허리도 아프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예초기가 있지만 이 역시 어깨에 짊어지고 일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타고 다니면서 풀을 깎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게 된 것이 삼륜제초기입니다. 타고 다니면서 손으로 조작만 하면 되기에 굉장히 편리합니다. 그런데 사용하다보니 더 편리하게 만들고 싶어, 두 달 전 성능과 속도를 개선한 제초기를 만들기도 했죠. 지금은 콤바인을 해체해 소독과 제초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륜제초기를 만들고 있는데 올 봄부터 시험을 해볼 계획입니다. 3년 전에는 자동으로 깨를 타작하는 기계도 만들었습니다. 또 밭이랑에 덮었던 비닐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걷어내는 대신 자동으로 수거하는 기계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유압도끼, 칡 자동세탁기 등등 대부분 저의 발명품은 농사일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만든 것들입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발명에 대한 생각을 합니다”

농사를 짓다보면 항상 불편한 점이 생기고 해결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 적당한 기계가 없을까 늘 궁리하죠. 한번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물건이 있으면 잠자기 전까지 하루 종일 그 생각에 빠져 있습니다. 큰 방향이 잡히면 어떤 부속품이 필요하고 어떻게 만들면 될지 머릿속으로 설계도를 그립니다. 그런 다음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면 틈 날 때마다 계속해서 실행에 옮깁니다. 농사짓는 데 지장을 주지 않으려 하다 보니 주로 겨울에 발명품을 만들죠. 재료는 새 제품보다 중고품이나 재활용품을 활용하는데 주로 폐차장이나 고물상에서 구입합니다. 손수 부품을 찾아야하고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발명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평균 1달 이상의 기간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완성한 뒤에도 계속 보완할 점을 찾죠. 기성제품을 살 수도 있지만 직접 만들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려고 합니다. 때로는 제가 생각해도 발명에 중독된 것 같을 때가 있어요.

“발명은 삶의 원동력이자 행복입니다”

발명은 제게 돈벌이가 아닌 농사를 더 편리하게 짓기 위한 노력입니다. 제가 만든 기계로 가족들이 힘을 덜 들이고 일했으면 하는 마음이죠.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버린 고향에 남아, 지금까지도 농사를 짓는 것을 보면 농부가 천직이구나 싶습니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쉬고, 또 틈이 나면 좋아하는 발명품을 만들 수 있는 자유로운 생활이 좋습니다. 이제 더 이상 발명품을 만들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만들어야할 것들이 계속 떠오르는지 저도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열심히 과수원 농사를 지어서 자식들 잘 되게 뒷바라지 하고, 지금처럼 틈틈이 발명품을 만들며 사는 것입니다. 발명은 제 삶의 원동력이자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