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거 없습니다. 최고에게 바라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한번쯤은 이런 말을 듣고 싶었다.
약이 되는 말이 담긴 힘찬 격려와 응원도 좋지만,
때마침 기다리던 특급 칭찬은 자신감은 물론 자부심까지 샘솟게 하니까.
‘잘하고 있어. 더 잘할 것도 없을 만큼’이라는 말이
앞으로 나아가는데에 더 큰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꿰뚫고 있는 듯한 김영섬 CEO.
그는 1989년 ETRI에 입사하여 음성통신번역과 멀티미디어 검색을 연구하고,
1999년 지금의 멀티미디어 정보검색 시스템 개발회사를 설립하였다.
현재, 솔루션 시장에서 자연어 처리를 기반으로 한 자체 R&D역량과 멀티미디어 콘텐츠 관리 및
아카이빙 원천기술을 보유하면서 검색솔루션 전문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그를 만나 최고(김영섬 CEO)가 최고(ETRI)에게 전하는 직감과 직관으로 정수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코난테크놀로지 대표이사 김영섬입니다.
ETRI를 뒤로하고 회사를 설립한지 벌써 15년이 지났습니다.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어느덧 코난테크놀로지도 데이터 수집솔루션, 검색솔루션, 분석솔루션, 미디어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데이터서비스 기업으로서 순수 SW매출로만 매출액 100억대를 넘을 만큼 성장했습니다. 제가 여기까지 올수 있었던 원동력은 ETRI에서의 경험과 많은 분들의 격려, 응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ETRI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마음껏 진취적으로 연구했던 ETRI 시절
1989년에 ETRI에 입사하여 통신단 ISDN(Integrated Services Digital Network)부에서 시작하여 휴먼인터페이스 연구를 거쳐 컴퓨터 연구부서에서 일했습니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데이터베이스 연구부에서 김명준 부장, 이의택 박사 등과 함께 멀티미디어 전반에 걸친 연구 과제를 기획하여 연구소가 수행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든 것입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모두가 즐겁게 열정적으로 연구했습니다.
스터디 클럽으로 시작해 ‘검색 인재 사관학교’ 기업이 되기까지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의 회사 설립은 저질렀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준비 없이 시작했습니다. 커다란 사명감이나 비전보다 외부 상황적 요인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정부의 정책적 기조로 ETRI도 영향을 받은 직후였는데, 마흔에 접어든 제가 안정적 기반을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은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비즈니스 발전에 따라 포털 등이 탄생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대용량 데이터 처리와 관련 정보 검색을 위한 정보검색 사업이 미래의 유망사업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 소프트웨어 연구부의 양승현 박사를 비롯한 뜻이 맞는 몇 명과 1999년에 멀티미디어 정보검색 시스템 개발 회사인 코난테크놀로지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십여 년 넘게 회사를 경영해 오면서 누구나 그렇듯 저 역시 숱한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 중 두 번의 넘기 힘들었던 고비가 가장 가슴에 남습니다.
우선, 미국 LA에 코난 디지털이라는 현지 법인과 영국 런던에 유럽 사무소를 두고 해외 진출을 시도했었습니다. 마케팅과 세일즈의 결실이 나타날 무렵에 리먼 사태가 일어났고, 그로인해 고객사의 모든 프로젝트가 취소 또는 지연되면서 미국 시장에서 철수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외부 상황에 의한 타격이지만 어찌됐건 첫 도전이 실패한 것이죠. 그 당시 직접 투자와 기회비용을 포함하면 1500만불 정도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그보다도 꿈을 내려놓는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참 힘들었습니다.
두 번째는 아이폰 쇼크에 이은 대기업 S/W 경력직의 대대적 채용으로 인한 후폭풍으로 6개월 내에 50여명의 훈련된 중요 인력들이 회사를 떠났을 때입니다. 대기업 쪽에서 그들에게 50~100% 이상의 급여를 제시하는 상황이다 보니 우리 회사 쪽에서는 뾰족한 대응책이 없었고, 그 타격으로 2년 정도 고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비로소 작년에 흑자 전환을 했습니다. 모든 창업자가 그렇겠지만 직원들 월급을 구하기 위해서 여기저기 부탁하고 뛰어 다녔던 기억도 물론 있습니다.
이런 위기 외에도 회사는 생물과 같아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적절한 경영판단을 해야 하기에 어느 한 순간 마음을 놓고 편히 쉬기는 어렵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업도 경영도 사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리더
창업을 시작 할 때부터 지금까지 갖고 있는 믿음은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자기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면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 온다는 것'입니다. 또한 SW산업은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나타날 정도로 급격히 변화하는 시장이기에 명문화된 비전 등으로 직원들을 틀에 가두고 싶지 않습니다. 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실행에 매진한다면 세상에 둘도 없는 이상적인 회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가 공식화된 경영이념은 없지만, 사람이 최우선이고 사람이 곧 경쟁력이라는 뜻은 회사 사람들 모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보의 양이 증가하면서 빅데이터 등으로 검색의 분야가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15년간 검색분야에 주력해 온 우리 회사도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업기회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회들을 잘 성공 시켜 규모와 수익성면에서 더 크게 성장하고자 노력중입니다.
칭찬 그 이상 힘이 되는 말, Nothing!
ETRI는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그동안 ICT산업 발전에 핵심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우리나라를 IT강국에 올려놓을 때부터 지금까지 정상에서 잘하고 있는데 어떤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최고라는 자부심만 잃지 않길 바랍니다. 제 개인적 목표는 빠른 시일 내에 코난테크놀로지를 최고의 SW기업으로 성장시켜놓고 평소 즐기는 등산을 하면서 후배들의 성장과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