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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vol.30 2015.01.09
인터뷰
나를 극복하는 순간 나는 징기스칸이 되었다

“징기스칸이 위대한 리더라고 생각되는 진짜 이유는
변방의 작은 나라에서 역사상 가장 큰 영토를 정복하고 얻게 된
힘과 공, 재산을 함께 하는 주변 사람들과 골고루 나누고, 그들을 보살폈다는 점입니다.”

전병천 CEO 방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책상 옆 징기스칸 초상화였다.
그의 얘기를 듣고 나니, ‘기술가치의 극대화’와 ‘조직구성원의 가치 극대화’를 통한
'가치의 사회 환원’이라는 (주)넷비젼텔레콤 기업이념이 마음에 확 와 닿았다.

‘시장에 없는 하이테크 네트워킹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이라는 모토로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사용자중심 인터넷 장비 개발 전문 기업 (주)넷비젼텔레콤의 전병천 CEO.
시종일관 겸손한 발언과 진중한 눈빛으로 담담히 말하는 그에게서 사람을 끌어당기는 묵직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리더에게 꼭 필요한 덕목인 신뢰감이라는 힘을.

안녕하세요, ETRI 동문 여러분, 전병천입니다.

자랑스럽게 내놓을 것이 없어서 그동안 인터뷰는 하지 않았었는데, 그래도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어 반가울 따름입니다. 마침 제 근무 날짜를 확인해보니 제가 ETRI에서 13년 4.5개월을 근무했는데 오늘(인터뷰 당일)이 제가 (주)넷비젼텔레콤에서 일한지 정확하게 13년 4.5개월 되는 날이더군요. 개인적으로 꽤 의미 있는 날에 ETRI 선후배 여러분께 제 소식을 전하게 돼서 기쁩니다.

참을 수 없는 전자공학 연구의 즐거움

1988년에 ETRI에 들어와서 TDX10의 프로세서 보드 개발을 담당으로 시작을 했고, 그 때 처음으로 32비트 프로세서를 다루고 성능을 개선하는 일을 했습니다. 이후 가입자 정합 보드 제어를 위한 인터페이스 보드를 ASIC화 하고 이를 프로세서와 통합한 통합형 I/O 보드를 개발하여 5장의 보드를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TDX 교환기의 원가를 크게 절감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후 ATM 교환기 개발 사업에 참여했고, 시스템 설계 부서에 있으면서 설계가 끝난 이후부터는 데이터 서비스 관련 기능 개발을 맡게 돼 일찍부터 인터넷 기술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ETRI에서의 마지막 3년은 ATM 기반 MPLS(Multi-Protocol Label Switching) 시스템 개발에 참여했었는데 사업화에 성공하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아 있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인터넷 기술에 대한 깊이 있는 경험을 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제 사업의 대부분은 이때 경험했던 기술을 기반으로 해온 것 같습니다.
1983년, 애플Ⅱ 컴퓨터를 처음 접하면서 대학 친구들과 컴퓨터 입력 장치를 조립하고 알아가는 일이 무척 재밌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ICT 공학도라는 꿈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졸업 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1년 반 정도 근무하다가 ETRI로 왔는데 아이디어를 내서 직접 개발을 하고 스스로 문제해결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희열을 느꼈고, 연구개발에 빠져 지냈던 기억이 납니다.
도서관에서 일본이나 미국의 첨단 기술을 소개하는 잡지들을 보는 것도 행복했었습니다. 또,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ICT 기술 발전에 큰 기여를 하셨던 많은 훌륭한 분들과 같이 일을 했었다는 사실도 제게 큰 보람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열렸던 KRNET 2015(올해로 23회를 맞는, 국내에서 가장 역사가 길고 규모가 큰 네트워크 기술 콘퍼런스)에서 ETRI가 여전히 우리나라 ICT의 중심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ETRI 선후배분들이 미래 인터넷 기술 발전을 위해 세계를 이끌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뼛속까지 엔지니어의 사업 성공기

2001년 말에 3년간의 ATM 기반 MPLS 시스템 개발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갑자기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2000년의 벤처붐 때 많은 사람들이 벤처로 가서 기술을 사업화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고, MPLS 실무책임자로서 열심히 마무리를 했지만 내가 개발했던 기술이 사업화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이제 무언가 새로운 시도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쩌면 별 준비 없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설립 초에는 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액세스 장비, 이동통신망 handover 장비 등 도전적인 제품 개발을 하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했지만, 그 후에 많은 투자를 하고 개발한 것이 실패하여 어려움을 겪은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 너무 무모하게 덤벼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이후 휴넷, IGM세계경영연구원, 대학의 경영자 과정 등을 통해서 꾸준히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초기에 겪었던 실수들은 이제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경영 고수들을 보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비즈니스는 오케스트라처럼 여러 요소들이 모두 완벽하게 합이 맞아야 최상의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부족한 부분은 파트너와 협력하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국내 직원들은 신규 기술개발이 필요한 사업에 주력하고 있으며, 8년 전에 진출한 베트남 지사를 기반으로 현지 개발 프로젝트 수행 및 장비 공급 등 해외 사업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리더십은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서부터

제가 기술자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 직원들도 최고의 기술자로 성장하고 기술자로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으며 보람과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중입니다. 이 효과가 직원들도 똑같이 다른 사람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파장으로 확장되길 바랍니다. 지금의 국내 분위기는 ICT 기술자로서 자부심을 갖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다만 베트남에 있는 직원들은 첨단 기술을 배워가면서 그러한 기술개발에 기여를 한다는 자긍심이 크다는 걸 느끼고, 희망을 가져 보고 있습니다.
“현재의 나에 대한 평가는 내가 살아온 과거의 모습이다”라는 이야기를 가슴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책임감과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기업을 경영하면서 새삼 느꼈습니다. 모든 비즈니스는 이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만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원들과 고객들에게 한 약속들을 지키기 위해서 앞으로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나중에 제게 주어진 책임 뿐만 아니라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 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지금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여전히 달성하기 어려운 희망이지만 말이죠. 어려운 고비마다 돌파구를 찾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 이렇게 제게 주어진 몫과 역할을 잘해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제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ETRI의 저력을 보여주길

ICT 기술 발전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에게는 큰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십 억 원을 투입해서 개발해야 하는 1테라급 라우터 하드웨어와 핵심 소프트웨어가 인터넷에 공개되고 있는 등 많은 기술들이 Open source community에서 공개되어 공동으로 발전시켜 가고 있습니다. 많은 기술들을 인터넷에서 쉽게 가져올 수 있지만, 그동안 우리와 경쟁이 되지 못했던 나라들도 똑같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과 차별화 되는 강점을 가지지 못한다면 우리의 설자리가 없어질 것입니다. 우리의 강점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는 속도와 참신하고 유연한 응용력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속도와 대응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변화를 주도하는 것도 좋지만, 변화의 바람이 부는 최전방에서 변화에 빠른 대응을 한다면 변화를 주도하는 그룹보다 더 많은 과실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우리나라 ICT 기술 발전에 불철주야 노력하고 계신 동문 여러분, 여러분이 있기에 저도 이렇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TRI에서 근무한지 13년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지금 회사를 소개할 때 ETRI 출신이 주축으로 하는 정보통신기술 전문기업이라는 말을 잊지 않습니다. 동남아 고객을 만날 때, (주)넷비젼텔레콤은 작은 기업이지만 2000명이 넘는 ETRI의 개발 기술/특허를 활용해서 세계 최고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당당히 말합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제가 해외에 나가 자신 있게 우리의 기술력을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ETRI의 위상을 더 높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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