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모든 매체의 시작점과 지향점은 인류였다.
인간의 사고를 닮은 컴퓨터 역시 인간 친화적으로 진화를 거듭해왔고,
이제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생명력을 가진 IT기기가 되었다.
그리고 40여 년의 짧은 컴퓨터 역사 초창기에 우리를 컴퓨터 앞으로 끌어당긴 장본인은
바로 컴퓨터 게임이다.
최초로 그래픽 온라인 게임을 개발해서 대한민국이 IT강국으로 가는 발판을 만들어준 기업 ‘넥슨’이
푸른섬 제주에 아시아 최초이자 유일의 컴퓨터 박물관을 열었다.
게임보다 재밌는 박물관 ‘넥슨컴퓨터박물관’으로 가보자.
컴퓨터는 놀이다
기업의 시작과 중심이 컴퓨터였기 때문에 컴퓨터와 게임 문화의 역사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게임회사다운 발상은 방문 전부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한라 수목원의 완전무결한 원시성과 첨단문물의 상징 컴퓨터박물관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제주시 공항 근처 상여오름 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서비스 중인
그래픽 MMORPG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작품 '바람의 나라' 게임을 만든 넥슨사에서
4년여 동안의 준비 기간 끝에 2013년 7월 하순에 문을 연 곳이다.
로비에 들어서서 가장 인상적이였던 것은 모든 층과 전시실을 연결하는 수직 동선 계단들이었다.
지하 1층 [Crazy Arcade]부터 관람을 시작했다.
‘스페셜 스테이지’라는 테마로 만들어진 이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추억의 오락실에 떨어진 듯 했다.
철권과 스트리트파이터 등 남자들이 좋아하는 추억의 게임과 테트리스, 보글보글 등
여자들이 좋아하는 게임까지 첫 컴퓨터인 아케이드 게임기의 역사를 직접 체험 할 수 있었다.
특히 주요 소장품은 최초의 상업용 비디오 게임 '퐁'이라고 한다.
퐁은 1972년 미국 게임회사 아타리에 의해 개발된 아케이드 게임으로,
화면 안의 막대를 움직여 탁구를 치듯 상대방과 공을 주고받는 단순한 게임이다.
하지만 그 단순함 덕분에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고,
퐁은 컴퓨터를 ‘새로운 장난감’으로 변신시킨 기념비적인 작품이 되었다.
컴퓨터는 극장이다
계단을 한 층 올라, 지상 1층 [Welcome Stage]로 이동했다.
브렌다 로럴의 동명 저서 『컴퓨터는 극장이다』에서 영감을 얻어
컴퓨터의 마더보드(Motherboard)를 신체 사이즈로 재현한 공간이다.
초기 컴퓨터의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터널을 지나는데,
회로를 흐르는 데이터가 되서 마더보드안으로 들어가는 체험이 시작됐다.
터널을 지나는 동안, 입출력기기, 메모리, 그래픽 카드, 사운드 카드, 네트워크, CPU 등
각 장치별 컴퓨터 기술의 발전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Apple사 최초의 컴퓨터이면서 초기 개인용 컴퓨터의 대표적 제품 중 하나인 애플I를 발견했다.
1976년 시판된 애플I는 수작업으로 200대가 제작되었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50여 대만 남아 있다.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것은 6대뿐인데 넥슨컴퓨터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것도 그 6대에 포함된다.
현재 개인용 컴퓨터 형태의 시초가 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상 중요한 전시물이 아닐 수 없다.
이 애플I만큼 또 하나 눈여겨 본 전시물은 세계 최초의 마우스인 ‘엥겔바트 마우스’다.
마우스의 아버지 ‘더글라스 엥겔바트가’ 만든 것으로, IT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힌다.
2013년, 넥슨컴퓨터박물관에서 1964년 당시 SRI에서 마우스 개발에 참여한 핵심 연구진 중 한 명인
빌 잉글리쉬(Bill English)에게 설계도 및 재질 등의 자문을 얻어 복각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렇게 혁신의 연속인 컴퓨터의 역사를 살펴보고 2층으로 올랐다.
컴퓨터는 앞당긴 미래다
2층 [Open Stage]는 ‘게임,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넘어’를 주제로 컴퓨터 발전을 이끌어 낸 게임의 역사를 조망하는 곳이었다.
그 중에서도 역사적인 슈팅 게임을 아케이드, 콘솔 게임기, 개인용 컴퓨터 등 연도순으로 전시하고 있는 게임 장르존과
세상의 모든 게임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NCM 라이브러리는 박물관에서 단연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이라고.
도서관에서 책을 골라보듯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게임을 찾아 직접 플레이해 볼 수 있었다.
마지막 3층 [Hidden Stage]는 이름처럼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다.
보통 박물관 깊숙한 곳에 위치하는 수장고를 3층으로 옮겨 그 일부를 관람객들에게 공개하고 있었다.
스닉 프리뷰(Sneak Previw) 프로그램을 통해 최신 기술을 장착한 기기들을 직접 구동 시켜 본 후,
옆으로 이동하니 3개의 실험실이 나왔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주제로 기획전시가 열리는 랩 1.0, 과거와 현재의 컴퓨터의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는 랩2.0,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워크숍을 제공하는 랩 3.0까지 둘러보면서 컴퓨터가 일상 속에서 제공하는 실험적인 재미들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체계적으로 전시된 컴퓨터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보면서 '컴퓨터는 인간정신의 자전거다'라는 스티브잡스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게 됐다.
이제 컴퓨터 앞에 '슈퍼'가 붙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왔다.
IBM이 만든 슈퍼컴퓨터 ‘왓슨’은 미국 TV 퀴즈쇼 ‘제오파디’에 출연해 역대 퀴즈 챔피언들을 물리쳤다.
74연승을 기록한 퀴즈왕 켄 제닝스도 왓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세계 글로벌 정보기술 기업들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각 기기 신제품에 일제히 탑재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그랬듯, 아니 어쩌면 이보다 더 컴퓨터의 미래는 우주를 놀라게 할 것이다.
이런 어마어마한 존재 '컴퓨터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면 넥슨컴퓨터박물관으로 로그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