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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vol.30 2015.01.09
스페이스
지상의 모든 여행을 읽다

인생이 퀴즈라면 여행은 힌트다.
우연히 들어선 새로운 길, 그 위에서 만난 경이로운 순간들은
삶을 지탱해주는 지표와 사람 자체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이제 여행은 로망이 아닌, 자신을 표현하는 라이프 스타일로 진화하고 있다.

소비문화의 중심지인 서울 청담동 한 복판에 위치한
고품격 여행전문도서관으로 도심 속 세계 여행을 떠났다.

떠날 수 있는 자유와 용기

‘차르륵 타다닥.’ 현재 시각 오후 1시 30분, 뉴욕행 비행기가 곧 이륙한다는 것을 알리는
1950,60 년대 아날로그 사운드 방식의 비행안내판이 경쾌하게 돌아간다.
이곳은 인천공항이 아닌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입장하는 순간부터 여행을 떠나온 설렘을 안겨준다.
비행 안내판 앞에는 ‘Discover Great Britain' 특별 기획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19세기 영국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를 기리는 페스티벌과 영국 왕실이 매년 주최하는 경마 행사,
푸드 페스티벌 등 영국을 체험할 수 있는 각종 소품과 책들이 구매욕을 자극한다.
150년 전 독일 사냥꾼이 썼다는 의자를 비롯하여 미군이 2차 대전 당시 작전회의 때 사용했다는
빈티지 지구본과 망원경까지 무엇 하나 평범한 것이 없다.

안쪽으로 쭉 들어서자 북 카페와 테라스가 나온다. 마침 햇살이 좋아 테라스에 앉아 있으니,
유럽의 어느 구시가지 골목 모퉁이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카페 테이블 앞, [Find room]에서는 전 세계 주요 도시 90여 곳의 시티맵을 열람하고 원하는 여행지의 백지도를 사서 여행 루트를 만들 수 있다.
천장에 매단 세계 각국의 300여개 항공기 모형은 당장이라도 여기가 아닌 거기로 데려다 줄 것 만 같다.

새로운 발견을 즐기는 모험심

부풀어 오른 여행의 영감을 가지고, 반 계단을 오르면 희귀 고(古)서적과 소장품들로 가득 채워진 서재를 만나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책장은 지구의 일기장이라고 불리는 126년 역사의 노란 테두리 책 [내셔널지오그래픽] 컬렉션이다.
1888년 창간호부터 전 권이 비치되어 있는데, 창간호는 내셔널지오그래픽 본사도 구하지 못한 희귀 소장품이라고 한다.
묵직한 다른 장서들도 시중에서 접하기 어려운 희소성 높은 작품들로 엄선되었다.

세계 최초이자 유일의 여행지리저널 [이마고 문디] 전 권과 전 세계 컨템퍼러리 뮤지엄의 최신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뮤지엄북],
살바도르 달리의 삽화가 곁들여진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파블로 네루다가 쓴 [페루 마추픽추 여행기],
패션 사진가 마리오 테스티노가 페루인의 일상을 담은 [리마 페루], 구겐하임 미술관의 전 소장품을 소개하는 [구겐하임 미술관 컬렉션 A-Z] 사진집과 예술서,
오르한 파묵과 르 클레지오 같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여행기, 인간의 삶을 영국박물관이 소장한 100개의 문화유산으로 요약한
[100가지 물건에 담긴 세계의 역사] 등 책장에서 골라 펼치는 책마다 예술적 영감과 여행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또한, 매 분기마다 색다른 주제로 희귀 고서적을 전시하고, 그 주제에 어울리는 영화를 스크린에서 무음으로 상영한다.

세상을 껴안을 포용심

끓어오르는 여행 감성을 가지고 2층으로 올라갔다. 나무 이글루를 연상하게 하는 목재 돔 천장은 책 탐험을 위한 최적의 공간이다.
이 인테리어는 파리 편집샵 ‘꼴레뜨’ 매장과 뉴욕 소호 ‘유니클로’ 매장 등을 디자인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일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타야마 마사미치의 작품이다.
이처럼 가구부터 조명까지 치밀하게 품격을 따진 현대카드가 가장 중요한 책에 신경 쓰지 않았을 리 없다.
가디언지 여행 칼럼니스트, 론리플래닛 에디터, 타임지 여행 에디터, 일본의 저명한 북 컨설턴트까지 내로라하는
글로벌 북 큐레이터 4명이 각자 전문 영역에서 2000권씩 수준 높은 안목으로 깐깐하게 책을 선정했다.
콘텐츠 퀄리티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정성과 고집에 감동 받게 된다.
1년여의 작업 끝에 총 1만 4761권의 방대한 도서 컬렉션과 실존 언어의 99%를 담은 111개의 언어 사전,
초보 수준에서 전문용까지 1910권의 여행 가이드북도 준비되어 있다.
세계 여행 도서관 중에서 최대 규모답다. 검증된 탄탄한 정보를 갖춘 여행서들은 구름다리를 놓고, ‘테마’와 ‘지역’ 두 축으로 나뉜다.
예술·건축여행, 역사·문화, 음식·음료, 호텔·쇼핑은 물론 워킹·바이킹·캠핑 트렌드 코너까지 13개 테마와 5대양 6대주 지역으로 분류되어 꽂혀있다.

[Plan Room]에서 큰 화이트보드에 여행 계획을 세우고, 가상 여행을 할 수 있는 [Play Room]으로 들어갔다.
이 방은 대형스크린으로 ‘구글어스’를 통해 도서관이 추천하는 여행루트와 자신이 계획한 여정을 3D 스트리트뷰 영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에 헬싱키를 검색하고 조그다이얼을 돌리자 단숨에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핀란드 항공사진이 나타났다.
다시 한 번 터치하자 헬싱키의 푸른 숲과 신비로운 호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렇게 가상 현장 답사를 마치고, [Concierge]로 가서 여행 전문 컨설턴트와 본격적으로 여행준비를 했다.
항공과 숙소, 일정, 팁 등 여행에 관한 모든 것을 1대 1로 상담해주는 서비스다.
구체적인 정보 없이 지금 떠나고 싶은 여행 취향을 이야기해도 마음에 쏙 드는 여행지를 추천받을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멀리 떠나는 여행은,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라 했다.
일상의 궤도를 벗어나 미처 돌보지 못한 자신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시간은 삶을 향기롭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성장 호르몬이자 사유하는 철학이다.
유명한 명소들만 돌고 오는 목적지 중심의 관광이 아닌 자유롭게 새로운 세상과 교감하는 진정한 여행을 꿈꾼다면,
일단, 출발지는 여행의 본질과 가치를 논하는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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