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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06 20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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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두가 혁신의 주체가 되어 함께 이룩해나가는 ETRI의 미래

Q. 그동안 어떤 일들을 해 오셨는지 근황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1981년 7월 1일자로 ETRI에 입소하여, 1986년 박사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1991년에 복직했으며, 1998년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ICU) 창설멤버로 참여하면서 ETRI를 떠나게 됐습니다.
아시다시피 ICU는 정보통신기술에 특화된 대학원으로서 설립초기부터 혁신적인 교육체제들을 도입했습니다. 전과목 영어수업, 1년 3학기제, 기술과 경영의 학제간수강 의무제, 인턴쉽 의무제 등 여러 혁신적인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당시에 저는 IT경영학부를 창설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공학전공자도 반드시 3개 경영학과목을 이수하게 하고, 경영학전공자들은 반드시 3개 공학과목을 이수하도록 했습니다. 기술을 아는 경영인, 경영을 아는 기술인을 키워 고급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당시 국내에서는 학제간 융합을 교육과정에 제도화시킨 유일한 대학원이었고, 졸업생들은 바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함으로써 산업계에서 큰 환영을 받았습니다.
이후 2009년 3월 ICU와 카이스트 합병에 따라 ICU IT경영학부와 카이스트 경영경제(BEP) 분야를 통합해 경영과학과가 만들어져 운영되어오다가, 이후 2013년 9월 경영과학과, 기술경영전문대학원, ITTP프로그램 등 3개 조직이 기술경영학과로 통합됐으며, 제가 현재 학과장을 맡고 있습니다. 전임 학과장이었던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안철수 국회의원이 저희 학과에 교수로 재직했던 분들이며, 현재는 30여 명의 교수가 재직중입니다.

Q.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 소개 및 주요 강의내용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에는 3개 조직이 있습니다. 먼저 학사과정이 있으며, 대학원은 3가지 트랙이 있습니다. 학술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아카데믹연구 중심의 일반 석사/박사과정과, 창업및 기업가정신 등 실무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기술경영대학원 석/박사 과정, 세 번째로 정부지원을 받는 개도국 정보통신 관련 공무원 대상의 ITTP 석/박사과정이 있습니다. 특히 ITTP에는 지금까지 50여 개국이 넘는 국가의 공무원들이 석/박사과정을 졸업했거나 재학중입니다. 졸업 후 그들이 자기나라로 돌아가서 향후 각국의 정통부/과기부 장차관이 될 수 있도록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이며, 향후 한국기업의 개도국 진출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억나는 강의내용을 소개하자면, ‘정보통신경영전략론’이라는 과목을 대학원 과정으로 진행했는데, 정보통신기술기반 기업의 경영이슈를 체계화, 토론식 과목으로 개발하여 정규교과과목으로 운영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은 교과서가 없었기 때문에 제가 직접 정보통신산업에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내용들을 정리해 강의를 진행했는데, 학생들의 호응도 매우 좋아 주요 일간신문에서 유명 강의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Q. ETRI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혁신 방안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공학자가 아니라 어떤 분야가 중요한지는 말할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ETRI는 국가 출연연구기관으로서의 기능과 중요성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일부 기업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부분이 있겠지만,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분야에 대한 Leading Edge를 갖는 것이 장기적인 발전에 중요한 요체가 될 것입니다.
기술개발의 혁신을 만들어 나가는 주체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인재를 발굴하고 잘 활용하는 것이 혁신적인 기술개발의 단초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혁신기술의 발굴·개발에 있어서도 다음의 3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첫째 조직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며, 둘째 훌륭한 인재를 효율적으로 동기부여 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혁신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조직 내에서 수용하고 포용할 수 있는 열린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유선전화, 이동통신, 초고속 인터넷 등 모든 신기술서비스는 초기에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각광을 받지만, 시간이 지나면 필연적으로 일반화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혁신적인 신기술이나 서비스가 싹틀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ETRI 재직 시절 주력했던 연구와 그와 관련하여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아무래도 입소 후 처음 맡았던 과제가 기억에 남습니다. ‘한국전기통신공사의 경영방침설정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KT 설립(1982년)과 관련해 초대사장의 경영지침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사회적 이슈인 전화수요적체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전화공급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한 전략적 이슈였습니다. 이 과제는 그해 최우수과제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정보통신분야 다양한 규제 정책연구를 전담해서 수행하는 행운도 있었습니다.
1985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설립되기 전까지는 ETRI 경영연구조직(기술경제연구부)에서 이에 관한 연구를 전담했었지요. 특히 기억나는 일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전화요금 공청회를 개최했던 일입니다. 전국단일요금제도에 관한 내용으로, 비싼 시외요금을 장기적으로 시내요금과 일치시켜 나가겠다는 혁신적인 정책방향에 대해 논의했는데, 우리나라 정보통신분야에서는 최초로 열린 공청회였습니다.
공학기술 중심의 ETRI에 있었기 때문에, 정보통신산업계에서 다양한 기술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활발한 대외활동을 통해 정보통신부, KT, SK텔레콤, MIC 등의 주요 인사들과 다양하게 교류했던 일들이 좋은 경험으로 기억됩니다.

Q. ETRI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거나 ETRI 출신으로서 뿌듯했던 일이 있었다면 말씀해주세요.

구글, MS,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대부분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업입니다. 경영학자로서 이러한 신기술기반기업에 대한 경영이슈들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는 데 ETRI에서의 경험이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에 관해서는 ETRI가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에 국제 컨퍼런스에서 제가 ‘IT Korea’를 실현시킨 주역인 ETRI 출신이라고 말하면 모두들 경의를 표하더군요.
대학에서 IT경영학부를 창설하고 조직 성장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서도 ETRI의 체계적인 시스템에서 배운 ‘일하는 방법’이 밑바탕이 됐습니다.
다수의 이공계 전공자들로 둘러싸인 조직 내에서 ‘minority’로서 살아가는 것이 때로는 힘들기도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히려 강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정보통신경영전략론이라는 새로운 교과목을 처음으로 디자인하고 실행할 수 있었던 것도 정보통신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경영학자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은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현재 몸담고 있는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를 보다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기반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고 싶은 바람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영대학을 보면 우선 규모 면에서 우리와 차이가 큽니다. 보통 교수 인원만 100명을 훨씬 넘는 곳이 많지요. 이런 상황에서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가 경영학의 모든 분야를 포괄하여 세계적으로 우수한 연구성과를 거두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장점을 적극 활용한 특화된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융합경영 분야나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 마케팅, 창업, 기업가정신 등에 특화된 교육과 연구가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학사과정의 경우, 기술경영학을 주전공으로 하는 모든 학생은 반드시 과학기술/공학분야를 복수전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경영학과 과학기술/공학분야 2개의 학문분야를 동시에 전공한 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하면 매우 특화된 능력을 함양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매우 큰 경쟁우위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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