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더욱 완벽하게 만드는 기술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이웃이 곧 가족과도 같았던 우리네 과거를 들여다보는 듯 따뜻한 영상미를 자랑한다. 주연배우들은 더 빛나는 모습으로 스크린 속으로 들어왔고,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격투 장면은 비장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졌다. 이렇게 영화를 보다 완성도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후반작업이 중요하다.
영화의 후반작업이란 영상 편집, 색 보정, 음향 추가, 특수효과 삽입, 상영용 필름 프린트 제작 등을 모두 포함하는 과정이다. 때로는 실제적인 영화촬영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리기도 하는 등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그렇다면 후반작업을 통해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보다 완벽하게 만들어 준 ETRI의 기술은 무엇일까?
지난해 ETRI는 100% 외산에 의존하던 ‘디지털시네마 마스터링 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디지털시네마 마스터링 기술이란 대형 화면의 고화질 영상에 적용할 수 있는 핵심 원천기술로, 영상을 디지털로 변환시킨 뒤 최종 편집된 영화를 상영하는데 필요한 기술이다. 이는 영화의 촬영 이후 편집뿐만 아니라 상영까지 망라하는 모든 기술을 의미한다. 디지털 영화 파일을 제작하는 디지털 마스터링 기술, 저작권 보호 기능을 적용한 영화 배급관리기술, 고화질로 영화를 상영하는 디지털 상영기술이 핵심인 이 기술은 영화 ‘마이 라띠마’에 적용되어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선보였으며, 30여 편 이상의 국내 영화의 편집 및 검수과정에 이미 적용을 마쳤다.
콘텐츠와 과학기술의 환상적인 만남
ETRI는 지난 2009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하는 첨단 융·복합 콘텐츠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DCI 규격을 준수하는 디지털시네마 배급관리 및 저작권보호를 위한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3년간의 노력 끝에 완성된 디지털시네마 마스터링 기술은 영화제작 소요시간을 크게 줄여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소니, 돌비 등 해외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도 제작 속도가 평균 15% 이상 빠를 뿐만 아니라 상호 완벽한 호환성을 제공해 범용서버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며, 저작권의 보호 측면에서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지난 9월 네덜란드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국제방송장비전시회(IBC)에서 호평을 받았고 세계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시네마 마스터링 기술을 개발한 ETRI 차세대콘텐츠연구팀은 과제를 통해 국제 논문 및 학술지에 8편의 논문을 게재했고 국내외 특허 20건을 출원했으며 4개 업체에 2억 7천만 원 규모의 기술이전도 완료했다. 특히 해상도 2K, 2K·3D, 4K 대상의 디지털시네마 기술은 영화후반작업 전문회사인 SDL 등의 기업에 기술이전되어 이미 상용화를 마쳤는데, SDL의 최근 대표작이 바로 ‘은밀하게 위대하게’다
디지털시네마 마스터링 기술의 상용화를 통해 외산 제품 위주의 국내 디지털시네마 환경에서 국제표준인 JPEG 2000 압축방식을 지원하고 디지털시네마계획(DCI) 표준을 준수하면서도 성능 및 가격에 있어서 월등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삶을 더욱 즐겁게 하는 상상과 가능성의 힘
ETRI는 그동안 ‘구미호’를 비롯, ‘태극기 휘날리며’, ‘호로비츠를 위하여’, ‘한반도’, ‘중천’ 등 한국영화에 영상효과(VFX) 기술을 지원, 한국영화 발전에 기여해 왔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연구개발 지원을 받아 4K·3D, 고프레임(HFR) 및 8K급 초고해상도 차세대 디지털시네마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국제표준화 활동을 주도적으로 진행할 계획으로 향후 국제표준화 및 국제표준특허 획득 등 세계 최고의 디지털시네마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의 촬영과 편집, 상영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영상과 음향을 디지털로 변환시켜 컴퓨터를 이용해 원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최종 편집된 영화를 디지털 영사기를 통해 상영하는 디지털시네마 마스터링 기술. ETRI의 기술을 덧입은 영상 콘텐츠의 무한한 상상과 완벽한 변신이 우리의 삶을 더욱 더 즐겁고 다채롭게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