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
Vol.231
일본의 4대 공업지역으로 산업화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기타큐슈.
그러나 공장지대에서 나오는 폐수와 유해 물질은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기타큐슈시를 오염시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 기업, 정부가 함께 힘을 모으기 시작하며 도시 환경 복구 작업을 진행한다.
일본 규슈 최북단에 있는 기타큐슈시는 별명이 있었다. 바로 ‘회색 도시’, ‘죽음의 도시’다. 왜 기타큐슈는 환경오염도시가 되어버린 것일까? 바로 과도한 공업 도시화 때문이었다. 1901년, 일본 최초로 근대식 용광로를 도입한 제철소가 세워졌다. 더불어 항구와 철도가 잘 발달되어 있고, 석탄과 석회석이 자원이 풍부했기에 시멘트, 화학중공업 등이 함께 발전하게 된다. 기타큐슈시는 곧 일본의 4대 공업지역이라 불릴 만큼 거대한 공업도시로 성장한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타큐슈시는 심각한 환경오염을 마주하게 된다. 계속 운영되는 공장들로부터 나오는 폐수가 문제였다. 폐수가 흘러 들어간 무라사키 강은 이내 ‘대장균조차 살 수 없는 강’이 되었다. 공장지대 주변에 있던 도카이만 역시 ‘죽음의 바다’라 불렸다. 이곳에 정박하면 배 밑부분에 달라붙어 있던 해조류들이 죽어서 떨어져 나갔다. 심지어는 배의 추진기 역할을 하는 스크루까지 부식시킬 정도였다고 하니 오염의 심각도를 예상할 수 있다.
공장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도 문제였다. 제철소 근처에서는 한 달에 1km2당 108t씩 검은 분진이 떨어졌다(1965년 측정). 이는 일본에서 최초로 스모그 발령을 내릴 정도였다. 사람들은 천식을 달고 살았고, 집에 돌아와 코를 닦으면 새카만 콧물이 나왔다. 빨래를 널기 위해 건조대를 닦으면 검은 때가 계속 묻어나왔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한 존재는 바로 ‘엄마’들이었다.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엄마들은 데이터를 모았다. 매연, 아황산가스의 농도를 측정해 데이터화했다. 또한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 사례들을 모았다. 이를 가지고 정부와 기업들을 설득했다. 시민과 정부, 기업이 뭉쳐 도시정화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1971년, 공해대책국이 만들어져 엄격한 기준의 공해방지 조례가 제정됐다. 정부는 공장의 대기오염도를 24시간 점검하며 기업에 개선지시를 내렸다. 기업들도 이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절전형 생산설비로 교체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그뿐만 아니라 공해 대책에 사용되는 예산 중 30%가량을 기업이 부담했다.
도카이 만과 무라사키 강에 퇴적되어 있던 오염 찌꺼기들을 걷어내는 작업도 진행됐다. 11년에 걸친 대공사였다. 무려 35만m2의 찌꺼기들이 제거됐다. 이내 죽음만 존재하던 도카이 만과 무라사키 강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110여 종에 달하는 다양한 수생생물의 터전이 된 것이다. 긴 노력 끝에 기타큐슈시는 파란빛의 물과 하늘을 되찾게 되었다.
시민과 정부, 기업들은 깨끗해진 기타큐슈를 유지하기 위해 ‘에코타운’을 건설한다. 에코타운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꼽으라면 ‘재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에코타운 안에는 25개의 쓰레기를 재활용해 자원으로 만드는 기업이 들어와 있다. 겉으로 보면 공장단지처럼 보이나 이곳에선 폐자동차, 폐사무용기기, 폐형광등, 페트병, 가전제품, 음식물쓰레기 등을 분해하고 재활용한다.
이곳의 재활용률은 무려 90% 이상이다. 페트병은 실이 되어 섬유로 제작되고, 분해된 자동차는 중고 부품이 되거나 철 원료로 재사용된다. 폐식용유는 재가공을 거처 디젤이 된다. 심지어 기기를 분해하고 나오는 먼지, 재, 흙, 기타 쓰레기와 같은 재활용이 어려운 것까지 모두 녹여서 아스팔트로 만든다. 기타큐슈시는 재활용을 통해 매년 38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하고 있다.
에코타운이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큰 요인 중 하나는 시민들의 철저한 분리수거다. 기타큐슈시는 분리수거 방식이 세세하기로 유명하다. 분리수거 항목이 10개가 넘고, 4종류의 쓰레기봉투가 있다. 그래서 분리수거를 위한 40페이지 분량의 안내 책자가 따로 나올 정도다. 시민들은 분리수거 기준을 철저히 지키며 쓰레기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도시 환경을 유지하는 노력은 교육으로도 이어진다. 아이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환경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된다. 단순히 책으로만 배우는 교육이 아닌 환경학습시설에서 직접 보고, 체험하는 교육으로 진행된다. 국가 간의 교육도 있다. 공해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개발도상국에 전수하는 것이다. 전문가를 파견하기도 하고, 연수원을 모집해 교육하기도 한다. 165개국 9,754명의 연수원이 배출되었고, 이들은 고국으로 돌아가 도시환경 보전에 힘쓰고 있다.
도시뿐 아닌 세계의 탄소중립을 위한 기타큐슈시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시민, 기업, 정부의 협력을 통해 이룬 기타큐슈시의 도시공해 극복 사례는 우리에게 귀감이 된다. 도시 환경을 살리는 일에 한 마음으로 협동하는 것. 그것이 기타큐슈를 살리는 핵심이 되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