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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 도시에서 친환경 도시로

1960년대 채터누가는 미국 남동부 산업의 중심지였다. 테네시 강 주변에 매립되어 있던 석탄, 철, 석회암 같은 자원이 풍부한 덕에 채터누가는 미국에서 경제성장률 10위 안에 들 만큼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성공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경제적으로 높은 성장을 이뤄냈지만 환경 오염까지 막진 못했다.

채터누가의 지형은 분지로 우리나라 대구광역시와 유사한 형태다. 도시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공기의 흐름이 다소 답답한 곳이다. 거기다 채터누가 인근에 위치한 테네시 강 주변에는 화학공장, 섬유공장 등 각 분야의 산업 공장이 자리해 있었다. 문제는 그곳에서 발생하는 각종 배기가스와 분진들이 도시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도시 전체를 뒤덮었다는 것이다. 하얀 셔츠를 입고 밖을 돌아다니면 노란 셔츠로 변해있었다니, 그 심각성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된다.

당시 채터누가의 폐렴 환자 수는 미국 평균의 3배에 달했으며, 한낮에도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켜고 운전을 해야 할 정도로 도시 전체가 매연과 분진으로 뒤덮여 어두침침했다. 식물이 잘 자랄 수 없는 환경이기에 사람이 살기에도 힘든 조건이었다. 그렇게 약 9년 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채터누가를 ‘미국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각한 도시’라고 발표했다.

정부가 리드하고 기업이 완성하다

‘미국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각한 도시’라는 불명예를 벗기 위해 채터누가 정부와 기업이 뭉쳤다. 시는 대기오염의 주범이었던 공장의 배출가스를 억제하기 위해 각 공장의 굴뚝마다 필터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다. 설치비용이 1억 달러가 넘을 정도로 꽤 컸음에도 기업들은 환경을 위해 과감히 투자했다. 그 결과 1990년, 미국 환경보호국이 체크하는 모든 항목에서 규정 수치를 달성하게 됐다. 정부의 강경책과 기업의 과감한 투자가 없었다면 이뤄낼 수 없는 변화다.

CARTA 전기버스 /출처: 채터누가시 정부 홈페이지

이뿐만 아니라 자동차 매연으로 발생하는 대기오염을 막고자 시내 입구에 주차장을 만들고, 전기 셔틀버스(Electric Shuttle Bus)를 운행해 회사원들의 통근버스로 활용했다. 이것이 바로 ‘Park and Ride’ 방식이다. 5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전기 셔틀버스는 대기 가스도 억제하고 더불어 아침 출근길 교통체증도 해결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 또 주차장 비용 역시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해 부담이 없다. Park and Ride를 시작으로 채터누가시는 전기버스 산업을 활성화했다. 1993년 처음 전기 버스를 도입했고, 기술력을 늘려 전기와 압축 천연가스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일렉트릭 버스(Hybrid Electric Bus)’를 제작해 납품했다.

대기오염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테네시 강에는 홍수가 발생했다. 시는 더 큰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저수지를 만들었고, 홍수 대책용 관을 통해 빗물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저수탑’을 도입했다. 저수탑에 저장된 물은 소방서나 공장에서 재활용되어 사용됐다. 또한 쓰레기 처리장에서는 각종 오염물과 하수 찌꺼기를 정화하고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공장의 설비 가동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내가 사는 도시, 직접 가꾸다

정부와 기업의 열정을 시민들도 느꼈던 걸까. 시민단체인 ‘채터누가 벤처(Chattanooga Venture)’는 일명 거리 살리기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거리의 각종 쓰레기와 오물을 처리하고, 걷기를 생활화하여 날마다 자신들의 거리를 감시하고 가꾸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또 시민들은 강가의 산책로를 살려야 환경이 살아난다고 믿고 가장 먼저 테네시 강부터 살폈다. 테네시 강 주변의 산책로를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13km 길이를 자랑하는 리버워크(River Walk)다. 리버워크에서 잔잔한 강을 바라보며 산책을 하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걷기 운동으로 건강도 챙길 수 있어 효과적이다. 리버워크에서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거대한 다리가 눈에 띈다. 이곳 채터누가의 자랑이자 랜드마크인 ‘월넛 스트리트 브릿지’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보행자 전용 다리(Walnut street bridge, 월넛 스트리트 브릿지)를 이용하고 있는 채터누가 시민들의 모습.

본래 이곳 다리는 행정국에 의해 철거될 예정이었다. 어쩌면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공간이 채터누가의 풀뿌리 시민단체의 노력 덕분에 채터누가의 명소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이들은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테네시 강과 다리를 살려야 한다며 정부를 설득했다. 결국 정부는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줬고, 1.2km에 이르는 긴 다리가 철거가 아닌 보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보수된 다리는 1993년 정식으로 개통되어 많은 이들의 이동통로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점은 다리의 외관뿐만이 아니다. 다리 위를 지날 수 있는 건 오로지 사람 그리고 반려견, 자전거뿐이다. 즉 자동차, 오토바이 등은 철교 위를 지날 수 없게 된 것. 이는 환경을 보호하고 더불어 시민들의 걷기 운동을 권장하기 위해 마련된 규정이다. 이로써 채터누가 시민들은 자동차 매연도 줄이고, 건강도 지킬 수 있는 효과를 한 번에 얻게 됐다.

내가 사는 도시, 내가 사는 공간의 환경을 스스로 가꾸고 보호하는 것. 어쩌면 쉽고 간단해 보이지만 이를 꾸준히 지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채터누가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해 더욱 의미가 깊다. 이들의 노력으로 과거 공해 도시에서 친환경 도시로 탈바꿈한 채터누가. 1996년에는 유엔(UN)으로부터 ‘환경과 경제발전을 양립시킨 도시’로 상을 받았으며, 이제는 공해 도시가 아닌 친환경 도시로 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