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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Vol.228

양자정보기술,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미래를 만들어가다
양자컴퓨팅연구실 황용수 선임연구원

정보처리기술에 양자기술이 접목되어
더 빨라지고, 더 안전하고, 더 정밀해진 기술을 지닌 미래를 기대해볼 수 있는 시대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
ETRI는 양자 컴퓨팅, 양자통신, 양자센서와 관련된 양자정보기술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다.
실생활에 양자정보기술이 쓰이게 된다면 국방, 의료,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난제들을 빠르게 풀어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양자컴퓨팅연구실의 황용수 선임연구원을 만나
양자정보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TRI 웹진 독자분들께 연구원님과 양자컴퓨팅연구실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황용수 선임연구원입니다. ETRI에 2016년에 입사하였으니, 어느덧 7년 반 정도 시간이 흘렀네요. 입사 후에는 Quantum Error Correction(양자오류정정) 기반 양자 컴퓨팅 관련 연구를 계속해서 수행했습니다.

양자역학은 기존의 정보처리 시스템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 주지만, 그러한 기술을 실체화하는 데 방해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방해물이 오류 문제입니다. 양자 하드웨어에는 물리적인 오류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장시간, 대규모 정보처리를 어렵게 합니다. 즉, 컴퓨팅 관점에서 큰 알고리즘을 실행하기가 어려운데요. 저는 이런 오류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결할 것인가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ETRI 양자컴퓨팅연구실에서는 양자정보이론, 양자알고리즘, 양자머신러닝, 양자회로 최적화, 양자오류정정, 초전도 큐비트(Quantum bit, Qubit)* 기반 양자 컴퓨팅 하드웨어까지 양자 컴퓨팅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 큐비트(Quantum bit, Qubit): 양자컴퓨터의 기본 계산단위.

양자정보기술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양자정보기술이라 하면 소위 말하는 얽힘, 중첩, 간섭 등의 양자역학 고유의 현상들을 정보처리에 활용하는 기술입니다. 이러한 현상들을 정보처리에 활용하게 되면, 더 빠르고 안전하고 정확한 정보처리가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외에도 원리적으로 양자정보는 복제가 불가능하고, 측정 시 붕괴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현상들을 적용하면 도청으로부터 안전한 통신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양자 데이터의 읽기, 쓰기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양자 컴퓨팅을 구현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얽힘과 중첩, 간섭에 대해 좀 더 설명 부탁드려요

얽힘은 두 개 이상의 양자 입자들이 전역적인 상관관계(Correlation)를 갖는 것입니다. 두 개의 양자 입자가 얽힘 상태에 있게 되면, 해당 입자들이 물리적·공간적으로는 분리되어 떨어져 있는 상태이더라도, 논리적으로는 각각의 개별입자를 독립적으로 완전하게 기술할 수 없습니다. 두 입자의 전역적인 상태를 함께 고려해야만, 각각의 입자 상태를 정확하게 기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면 얽힘 관계를 갖는 두 양자 입자(|0A0B>+|1A1B>)/√2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때, 만약 양자 입자 A의 상태를 측정하게 되면, 그 측정 결과(0 또는 1)에 따라 반대쪽에 있는 양자 입자 B의 상태가 0 또는 1로 결정됩니다. 측정행위를 수행하는 즉시 말이죠. 심지어 두 입자가 각각 지구와 안드로메다에 존재하고, 둘 사이에 통신 채널도 존재하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측정 전까지 입자 A의 상태는 결정되지 않으며, 입자 A를 측정하게 되면, 입자 A의 상태에 따라서 입자 B의 상태가 즉시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입자 A와 입자 B 사이에 두 입자를 연결해 주는 존재가 있어서 입자 A의 측정 결과를 입자 B에 연결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중첩은 하나의 큐비트 또는 여러 큐비트 묶음(큐비트 레지스터)에 여러 개의 양자 정보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말합니다. 반면, 고전 디지털 정보 저장 매체에는 한순간에 하나의 정보만 존재합니다. 이러한 중첩으로 어떤 것이 가능한지 예를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어떠한 함수 f 에 입력값 0을 넣었을 때 나오는 결과와 1을 대입했을 때 나오는 결과를 알고 싶으면 고전적인 방법은 두 입력에 대해서 순차적으로 함수를 계산해야 합니다. 즉, 두 번 함수 계산을 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양자중첩현상에 따르면, 0과 1이 하나의 큐비트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고, 따라서 해당 큐비트에 함수 f를 적용하면, f(0) 과 f(1) 이 동시에 계산되는 거예요. 물론, f(0)의 결과와 f(1)의 결과 모두를 바로 알 수는 없습니다. 이 중첩이라는 특성 때문에 양자컴퓨팅이 빨라지는 거예요. 동시에 여러 데이터에 대한 계산이 가능해지고 그에 따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동시에 여러 데이터에 대해서 양자연산이 가능한 것을 양자 병렬성이라고 부릅니다.

간섭은 물리적으로 두 가지 이상의 파장이 만나 새로운 속성을 갖는 파장을 만들게 되는 것을 의미해요. 이 간섭은 두 가지 형태의 간섭이 있는데, 보강간섭과 상쇄간섭이에요. 보강간섭은 서로 같은 방향의 위상을 갖는 파동이 중첩되어 진폭이 커지는 것이고, 상쇄간섭은 서로 다른 방향의 위상을 갖는 파동이 중첩되어 진폭이 작아지는 것을 말합니다. 진폭이 같고 위상이 정반대이면 파동이 상쇄되어 진폭이 0이 되겠죠.

이것을 양자 컴퓨팅에 가져오면, 양자 알고리즘이 해답을 찾을 확률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양자 알고리즘은 중첩된 양자 상태를 기반으로 빠른 연산이 가능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중첩된 양자 상태의 각각의 양자 데이터는 진폭을 갖습니다. 그런데 진폭의 절댓값 제곱이 해당 데이터가 측정될 확률이에요. 즉, 양자 알고리즘은 해답이 되는 값의 진폭을 높이고, 해답이 아닌 값의 진폭을 낮추는 것으로 구성될 텐데, 이런 진폭을 높이고 낮추고 하는 것이 앞서 말씀드린 보강간섭과 상쇄간섭과 같습니다.

양자컴퓨팅의 원리도 동일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네, 양자정보기술의 원리나 양자 컴퓨팅의 원리는 동일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양자역학 고유의 현상들을 대상 정보처리기술(예: 컴퓨팅, 통신, 센싱)에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거든요.

양자컴퓨터는 주로 어디에 쓰이나요?

정보처리의 기초가 정보를 읽고, 조작하고, 저장해 두고, 나중에 그것을 다시 읽는 것인데, 양자컴퓨팅에서는 그것이 원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즉, 양자컴퓨팅은 고전 컴퓨터처럼 범용적으로 쓰이는 장치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 양자병렬성을 기반으로 빠른 계산에 특화된 기계입니다.
푸리에 변환(Quantum Fourier Transform)*, 진폭 증폭(Amplitude Amplification)**, 랜덤워크(Random Walk)*** 와 같이 양자병렬성을 갖는 양자연산을 적용하여 빠르게 문제 해결을 하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것 중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이 소인수 분해와 비구조적 데이터 검색입니다. 1994년 Peter Shor가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소인수 분해를 다항적 시간 복잡도로 풀 수 있음을 보였는데요, 역사적으로 양자컴퓨팅이 대중의 주목을 받게된 결정적인 계기 중 하나입니다. 비구조적 데이터 검색은 데이터가 구조화되어 있지 않을 때, 양자 컴퓨터가 기존의 컴퓨터보다 더 빠르게 검색이 가능합니다. Lov Grover가 1996년에 공개한 알고리즘으로, 데이터 검색이 갖는 높은 활용성을 감안하면 많은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디지털 이산(discrete) 푸리에변환의 양자 버전으로 입력 양자상태를 주파수 도메인 상의 상태로 변환한다.
** 양자 컴퓨팅에서 사용되는 알고리즘 기법 중 하나. 이 기법은 양자 알고리즘의 실행 속도를 향상하는 데에 활용된다.
*** 전통적인 랜덤워크(Random Walk)를 양자 시스템에 적용한 것. 기존 랜덤워크보다 복잡하고 효율적인 계산이 가능하다.

양자오류정정 프로토콜에 대한 자원량 및 성능 분석 SW 플랫폼

연구원님께서는 어떤 부분을 연구하고 계신가요?

기본적으로 하고 있는 일은 Quantum Error Correction(양자오류정정)입니다. 양자역학의 현상들을 정보처리에 활용하면 더 빠른 연산도 가능하고, 보안성 높은 무언가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양자 역학적으로 동작하는 디바이스들에 오류가 빈번히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큐비트들이 주변 환경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큐비트를 정확히 조작하는 것도 어려워요.

컴퓨팅 도중에 오류가 나면 결국엔 잘못된 결과를 얻게 되니까, 컴퓨팅 도중에 오류를 정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양자오류정정 과정이 시간도 오래 걸리고, 큐비트도 많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어요. 저는 큐비트와 시간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오류를 정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가 양자 컴퓨터의 구현 가능성을 높이고 양자 컴퓨터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자컴퓨터와 양자정보기술이 가지고 올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양자정보기술을 활용하면 기존의 컴퓨터보다 더 빠른 연산이 가능하니 실생활에 존재하는 많은 난제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아직은 구체적인 활용 사례는 없지만, 많은 전문가가 국방, 금융, 의료, 인공지능 등의 분야에서 양자컴퓨팅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양자정보기술 분야에서 끊임없는 노력이 계속해서 필요합니다. 하드웨어의 안정성과 규모를 늘리는 연구도 중요하고, 정보이론 및 알고리즘 분야 등의 연구를 지속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양자컴퓨팅연구실의 비전과, 연구원님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양자컴퓨팅을 실체화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연구에 임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양자컴퓨팅이 실제로 사용 가능한 기술임을 입증하고, 양자컴퓨팅 구현에 필요한 핵심 기술들을 개발하는 연구를 계속해서 수행할 것입니다. 저도 이러한 계획에 발맞추어 양자컴퓨팅을 실현에 필요한 기술 개발에 정진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