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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26

자연에서 미래를 보다,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북유럽에 속한 아이슬란드(Iceland)는 얼음으로 뒤덮였지만, 그 아래에는 들끓는 마그마를 품고 있다.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 한가운데 위치해, 두 대륙의 지각이 국토 한가운데서 끊임없이 부딪히며 화산활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의 수도이자 대부분의 국민들이 살아가고 있는 ‘레이캬비크(Reykjavík)’는
이러한 지리적 특성을 그 어디보다 잘 활용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의 선두주자

아이슬란드는 전 세계에서 신재생 에너지 생산·소비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다. 국가 에너지 소비량의 85 %가 신재생 에너지이고, 생산량은 연간 인당 55,000 kWh(킬로와트시)에 달한다. 유럽연합(EU)의 평균 신재생 에너지 생산량이 인당 6,000kWh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양이다.

그중에서도 ‘지열 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생산량의 65 %를 차지할 만큼, 아이슬란드에서 활발하게 생산·활용되고 있다. 특히 레이캬비크는 한여름에도 낮 최고 기온이 11도에 그쳐, 일 년 내내 난방해야 한다. 이렇게 겨울이 긴 탓에 작물을 재배할 때 온실을 주로 이용하는 등 공간 난방에 에너지가 많이 사용된다.

레이캬비크는 이를 지열 에너지로 해결했다. 지열 발전소와 지역난방 시스템을 연결해 레이캬비크 건물의 95 %가 지열 에너지를 사용하여 실내를 덥힌다. 또한 난방 후 남는 에너지로 물을 데워 추운 겨울에도 야외 수영장을 이용한다. 이를 통해 레이캬비크는 난방용 석유 10만 kl(킬로리터)를 절약했다. 레이캬비크는 지열 에너지를 난방뿐만 아니라 도로나 주차장의 제설작업 등 지역 환경을 정비하는 데 사용하기도 하니, 이들이 절약한 석유량은 그 이상일 것으로 추측된다.

‘진짜’ 친환경 에너지, 그린수소

(좌)레이캬비크에 있는 온파워 충전소 지도, (우)레이캬비크에 있는 온파워 충전소
(출처: EVBOX)

레이캬비크는 지열 에너지로 만들어진 수소 에너지를 활용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수소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우선 땅속 마그마 층에 고인 증기를 이용해 터빈을 돌려 발전시킨다. 이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생산된 전기로 물을 분해하여 산소는 방출하고 수소는 포집한다. 생성된 수소 에너지(가스)는 저장·운반되어 자동차, 산업 공정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아이슬란드는 이러한 수소 에너지 체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국가 에너지 발전 기업을 지원한다. 온파워(ON Power)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수소 연료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들은 본래 지열발전을 통해 레이캬비크에 전기를 공급하는 업체로, 현재는 1년에 약 100 t(톤)의 수소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이에 필요한 연구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레이캬비크 근처 헬리셰이디(Hellisheidi) 지열 발전소에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장치를 마련하기도 했다.

레이캬비크가 공급받고 있는 수소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생산 과정에서 화석연료로 인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그린수소이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공정의 부산물인 부생수소나 천연가스를 개질해 만든 그레이수소,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추출한 블루수소와는 다르다. 그린수소는 생산 전 과정에서 친환경 에너지만을 사용하기에,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궁극의 신재생 에너지로 불리기도 한다.

레이캬비크는 이러한 수소를 이용해 버스와 택시도 운영 중이다. 버스 한 대가 하루 종일 달릴 만큼의 수소를 충전하는 데에는 6분이 소요된다. 물론 수소 충전은 레이캬비크 시내 곳곳에서 가능하다. 수소 에너지를 이용한 서비스와 충전 인프라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레이캬비크는 2024년 말부터 수소 버스를 150대 이상으로 늘리는 데 필요한 금액도 투자받았다. 이를 통해 차량으로부터 배출되는 탄소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는 그린수소에 주목할 때

레이캬비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헬리셰이디 지열 발전소

아이슬란드는 2000년대 초, 전력의 청정화를 넘어 모든 에너지의 청정화를 이뤄내겠다고 발표했다. 국가 정책에 따라 레이캬비크는 2009년 온실가스 배감 정책을 도입한 아이슬란드 내 최초 도시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 아이슬란드의 계획은 ‘2040년 완전한 탄소 중립 도시’를 구현하는 것으로 구체화되었다. 레이캬비크 또한 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들의 계획은 점점 현실이 된다. 세계 각지에서 레이캬비크 수소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투자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아이슬란드에서 생산되는 수소를 수입하겠다고도 결정했다. 청정에너지로서 주목받고 있지만 생산 단가와 전력 소모량이 많아 상용화되기 힘들었던 ‘그린수소’와 관련된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점차 드러난다.

여전히 세계 수소 에너지의 약 96 %가 그레이수소이지만, 언젠가 완전 청정에너지인 그린수소를 사용해야만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날을 생각하면, 아이슬란드와 레이캬비크가 수소 에너지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방식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이들이 앞장서서 수소 에너지 시스템, 그와 관련된 기술과 서비스를 개척하고 있는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