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
Vol.224
미국은 다양성의 나라다.
인종·성별·민족·가치관이 모두 다른 사람들이 자유와 기회를 얻고자 유입되었고, 미국은 그들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포용성은 미국을 대표하는 도시 ‘뉴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뉴욕은 다양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국경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패션·경제·문화 등
사회의 모든 면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뉴욕에도 낡은 도시 기반 시설(인프라)이라는 골칫거리가 있었다. 오늘날 인프라는 생활에 매우 필수적인 도구다. 지역 내 형평성을 갖추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기후변화나 공공보건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뉴욕은 매일 100만 명이 드나드는 도시인 반면 인프라가 낡아, 인프라를 재구축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뉴욕의 인프라는 100년 전에 구축된 것이었고, 시정부가 수차례 보완했지만 그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하지 못했다. 이는 뉴욕의 인프라가 시민의 삶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뉴욕은 이를 해결하고자 대대적인 도시 계획을 마련했다. 2008년에는 최상위 도시 계획인 PlaNYC를 발표했다. 이를 기반으로 2015년에는 스마트시티와 디지털 전환 개념을 포함한 OneNYC를 수립했다. 2019년에는 OneNYC를 보완하여 OneNYC 2050이라는 장기 도시 계획을 선보였다. 현재 진행 중인 OneNYC 2050의 목표는 ‘누구에게나 열린 사람 중심의 스마트시티’다.
OneNYC 2050의 디지털 인프라 관련 사업에는 다양성을 포용하기 위한 뉴욕의 노력이 짙게 드러난다. 디지털 인프라는 디지털 서비스와 정보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전부 포함하는 개념이다. 뉴욕은 다양한 디지털 인프라 사업을 통해 시민 간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자 했다.
대표적인 디지털 인프라 사업으로는 링크NYC(LinkNYC)가 있다. 무료로 데이터 통신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기로, 공중전화 7,500개를 개조해 제작했다. 링크NYC의 반경 50m 내에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무료 와이파이(Wi-Fi)를 이용할 수 있다. 동시에 200명까지 접속할 수 있고, 통신 속도 또한 일반 무선 인터넷보다 수십 배는 빠르다. 이뿐만이 아니다. 링크NYC로 통화도 가능하고 개인 통신 기기도 무료로 충전할 수 있다. 넓은 LCD 화면으로 교통 정보도 검색할 수 있다. 간단한 웹 검색이 필요하다면 함께 구축된 공용 태블릿을 이용하면 된다.
뉴욕은 링크NYC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추가 인프라를 구축했다. 2021년부터 설치된 링크5G(Link5G)는 기존 링크NYC 기능은 그대로 탑재하되, 향상된 네트워크 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프라다. 초고속 와이파이는 그대로 제공하면서, 동시에 주변 5G 이용자에게 원활한 5G 서비스도 제공한다. 더불어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 시스템과 보조 청취 시스템,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비디오 통신 시스템도 갖췄다.
또 다른 디지털 인프라 사업으로는 ‘Connected NYCHA: Older Adults’가 있다. 뉴욕시주택청(NYCHA)이 일부 주민들에게 10인치 스마트 태블릿 10,000개와 인터넷 무료 이용권을 제공한 사업이다. 이는 디지털 소외 계층의 디지털 소통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행되었다. 지원 물품과 서비스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약계층으로 분류된 62세 이상 노인들에게 우선 지급됐다.
비영어권 시민들을 위해 구축한 디지털 인프라도 있다. ‘Easy Localization System Access: ELSA’는 모든 디지털 콘텐츠를 신경망 기계번역 기술*을 통해 다른 언어로 변환·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여기에서 제공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양식, 응용 프로그램, 웹사이트 등을 다국어로 제작할 수 있다. 해당 시스템은 10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하며, 이는 뉴욕 내 모든 기관에서 사용 가능하다. 시민들은 이를 통해 언어장벽에 갇히지 않고, 필수 서비스를 지원받고 정보를 어려움 없이 얻을 수 있게 됐다.
* 인공 신경망으로 사람의 뇌가 학습하는 과정을 구현해 번역 기술에 적용한 것
뉴욕은 시민 모두가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시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매년 발행되는 OneNYC 2050의 보고서와 새로운 사업 실행 계획을 살펴보면, 행정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큰 이주민·노약자들도 소외되지 않도록 사업을 개척해 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도 언젠가 스마트시티의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 변화를 마주하기에 앞서, 독자에게 지금 거주하고 있는 곳이 어떻게 바뀌길 원하는지 묻고 싶다. 어떤 도시를 원하는가. 진정으로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길 바라지 않는가. 그렇다면 우리의 터전이 사각지대에 놓인 자의 삶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뉴욕처럼 진정으로 모두를 위한 곳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