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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Vol.224

고민과 경청,
모두를 위한 표준의 핵심
표준연구본부 지능정보표준연구실 김형준 연구위원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부터 가전, 자동차, 빌딩까지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는 시대다.
우리는 이러한 상호 연결을 당연하게 느끼곤 하는데, 이는 ‘표준’이라는 산업별로 통용되는 규칙 덕분이다.
ETRI 김형준 연구위원은 이러한 생활을 가능케 하는 정보통신 표준화 영역의 전문가다.
그는 최근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세계전기통신표준화총회(WTSA) 아시아·태평양(아태)지역 준비그룹과
아태지역 전기통신협의체(APT)의 정보통신표준총회(ASTAP)의 의장을 맡았다.
그는 어떤 일을 수행하게 될 것인가, 앞으로의 행보를 묻고자 김형준 연구위원을 인터뷰했다.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국제표준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국제표준이 마련되어야 제품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할 수 있고,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보장할 수 있으며, 안전과 보안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국제표준은 우리의 삶 그 자체입니다. 국제표준을 활용한 예시로 와이파이(Wi-Fi)가 있죠. 와이파이를 사용하면 스마트폰, 노트북과 같은 장치를 무선으로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습니다. 와이파이 기술은 IEEE라는 표준화 단체에서 개발한 IEEE 802.11 표준을 기반으로 하는데요. 이 덕분에,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치간에도 원활한 통신을 할 수 있어 사용자가 호환 문제를 걱정하지 않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3G·4G·5G 등 휴대폰에 탑재된 이동통신기술도 3GPP라는 표준단체의 국제표준 덕에 마련된 것으로, 우리는 이를 통해 어디에서나 통신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ITU에서 개발한 코덱표준도 있습니다. 코덱표준이 있기에 오디오나 비디오 데이터가 다양한 장치와 시스템에서 효율적으로 압축·전송·복원될 수 있습니다.
* 규모의 경제: 대량 생산을 할 경우, 소량 생산을 하는 경우보다 평균비용이 낮은 상황

ITU의 WTSA를 위한 아태지역 준비그룹 의장을 맡았습니다.
ITU와 WTSA는 무엇인가요?

ITU는 1865년에 설립된 유엔(UN) 산하의 국제표준화기구입니다. ITU는 무선통신(R-부문), 표준화(T-부문), 개발(D-부문)이라는 3개 영역을 중심으로, UN의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와 연계하여 국제표준 개발과 국제협력을 촉진합니다. 국가 간 디지털 격차 해소를 목표로 하고요.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193개 회원국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WTSA(World Telecommunications Standardization Assembly)는 세계전기통신표준화총회로, 4년 단위로 개최되는 ITU-T의 최고 의사 결정 회의입니다. ITU-T 하부의 연구반 구조조정과 의장단 선출, 표준화 절차 및 결의 제·개정, 권고안과 연구 과제 승인 등을 결정하죠. ITU 세계전기통신표준화총회인 WTSA-24가 내년 10월, 인도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ITU-T의 차기 표준화 회기(2025~2028)의 연구반 구조조정 및 의장단 선출, 표준화 작업 구조와 작업 방법 등을 결정할 매우 중요한 회의입니다.

아태지역의 준비그룹 의장을 맡은 취지는 무엇인가요?

WTSA에서 채택될 가능성이 큰 기고는 지역 단위 기구 내에서 회원 국가 간의 합의를 통해 마련된 지역 기고입니다. 193개 회원 국가별 기고도 중요하지만, 지역 단위 기고가 훨씬 강력합니다. 때문에 WTSA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6개 지역그룹별(아태지역, 아랍지역, 아프리카지역, 유럽지역, 북미지역, 러시아연방지역)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아태지역 준비그룹 의장을 맡은 취지는, WTSA에 대응하는 아태지역 38개 국가를 대표하여 국가들의 의견을 수렴·조정하고 기고를 결정하기 위함입니다. 참고로 지난 WTSA-20을 위한 아태지역 준비그룹 회의를 통해 아태지역 공동 기고서(ACP, APT Common Proposal) 29건과, APT View* 문서 5건을 WTSA에 제출·반영했습니다.
* APT View: 공동 기고서로 채택되진 않았지만 일부 국가의 합의가 담긴 문서

아태지역 준비그룹에서 앞으로 할 일은 무엇인가요?

지난 4월 21일, 방콕에서 아태지역 준비그룹의 킥오프 회의가 개최되었는데요. WTSA-24 대응을 위한 아태지역 준비그룹의 작업 구조와 작업 방법, 작업 계획 등이 결정되었습니다. 또한 준비그룹을 이끌 총회 의장단과 하부 WG1(ITU-T 작업 방법), WG2(ITU-T 구조조정), WG3(규제·정책·표준화 관련 이슈) 의장단이 선출되었습니다.

이제 아태지역 준비그룹은 ITU WTSA-24 본회의를 준비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준비그룹 의장으로서 아태지역 국가의 입장을 대변하고, 아태지역 전문가를 ITU-T 연구반 의장단에 진출시키고자 노력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ITU-T 표준화 운영 절차 및 관련 결의를 제·개정할 때, 아태지역에서 채택된 의제가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집중하고자 합니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와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될 의제 대응 준비단을 통해 인공지능, 메타버스, 양자기술, 사이버 보안 등 디지털 핵심 기술과 관련된 의제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해당 의제들은 아태지역 공동 기고서로 채택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입니다.

4월 17일 개최된 ASTAP 회의에서의 김형준 연구위원(가운데)

APT 산하에 있는 ASTAP의 의장을 연임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APT와 ASTAP은 무엇인지, ASTAP에서는 어떤 일을 수행하는지 궁금합니다.

APT(Asia-Pacific Telecommunity)는 아태지역 전기통신 협의체로, 방콕에 본부를 두고 있습니다. APT에는 현재 대한민국을 포함한 38개국이 가입되어 있으며, 138개 통신 사업자 및 관련 단체가 활동 중입니다. 우리나라는 ETRI, KISA, RAPA, TTA, 삼성전자, SK텔레콤, 애플코리아, 퀄컴코리아 등이 기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ASTAP(APT STAndardzation Program)은 1998년에 설립된 APT 내 ICT 분야 표준화 협의체로, 회원 국가 간 ICT 표준화 협력과 표준화 격차 해소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2020년 10월에 ASTAP 의장으로 선출된 바 있습니다. 아태지역 국가 간 표준화 격차를 해소하고 대한민국의 ICT 표준화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2026년까지 ASTAP의 의장으로서 어떤 일을 수행할 계획인가요?

제가 집중하고자 하는 역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아태지역 내 표준화 격차 해소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아태지역 회원 국가 대부분은 개발도상국인데, 이들은 표준화 격차 해소를 최우선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표준화 전략과 정책 수립, 자국 내 표준화 위원회 설치·운영, 신흥 표준 기술에 대한 분석 기술 워크숍, ICT 표준화 교육·훈련 워크숍 등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죠. 저는 ASTAP이 이러한 ICT 표준화 활동을 회원국에게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입니다.

둘째는 ASTAP의 표준화 체질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ASTAP은 큰 변화 없이 운영되어 왔습니다. 이제는 ASTAP의 발전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표준 기술에 대한 분석, 개도국의 표준화 역량 강화 방안 수립, 신진 표준화 전문가 및 산업체 참여 확대 촉진, 성별 균형 등 새로운 의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에 지난 4월 20일 ASTAP 폐회에서 ASTAP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자 별도의 태스크 포스(TF on ASTAP Future Direction)를 신설했습니다. 저는 해당 TF를 중심으로 ASTAP의 미래를 도출해 보려고 합니다.

국제표준 전문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 주세요.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국제표준화 일선에서 많은 국내의 표준 전문가와 엔지니어분들이 활동하신 덕분에 오늘날 대한민국의 ICT 국제표준화 위상이 자리매김했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시니어 연구자이자 표준 전문가로서 제 활동의 마무리를 계획해야 할 시점입니다.

무엇보다 우선 제게 맡겨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오는 2026년까지의 ASTAP 의장, 내년 WTSA 대응을 위한 아태지역 준비그룹 의장 역할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기존에 맡고 있던 사물인터넷 및 스마트시티 국제표준화를 전담하는 ITU-T SG20 의장의 역할도 정성을 다해 수행하려 합니다. 더불어 ICT 표준화 명장으로서 대한민국이 ICT 표준을 선도할 수 있도록, 후임 전문가를 양성하고자 합니다. 특히 국내 산업체 소속의 젊은 표준 전문가 및 엔지니어와의 멘토-멘티 활동에 집중하겠습니다. 국제 표준화 일선에서 의장의 역할은 ‘결정’ 그 이상의 ‘책임’을 요구합니다. 모두를 위한 표준의 핵심이 ‘고민’과 ‘경청’에 있는 이유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