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
Vol.217
스마트시티란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도시 내의 인프라를 연결하여 교통·환경·주거·시설 문제를 해결하는 도시다. 스마트시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곳이 있다. 바로 일본 치바현에 위치한 카시와노하라는 작은 도시다. 2000년대 초 인구가 불과 천 명대에 불과했던 카시와노하는 민·관·학이 모두 합심한 덕에 스마트시티로서 도시 재생에 성공했다. ‘스마트 시티의 교과서’로 불리는 카시와노하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 내면을 들여다보자.
스마트시티는 2010년대 초부터 거론된 개념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신도시를 건설할 때, 인터넷 네트워크·폐기물 관리 시스템·주차 서비스 등을 구축하며 스마트 시티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스마트 시티라는 개념이 생소하다. 아마 생활의 세밀한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는 스마트시티의 초밀착 서비스를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카시와노하는 영화 속 미래 세상처럼, 도시의 모든 인프라·건물·개인의 데이터를 모두 모아서 이를 각종 사업에 활용하며 그 어디보다도 편리한 생활을 만들고 있다. 게다가 카시와노하는 스마트시티에 자연과 공생한다는 에코시티의 개념이 더해진 ‘에코스마트시티’로서, 이용자의 편리한 생활을 보장함과 동시에 환경까지도 보존하고 있다. 각종 도시 데이터로 도시 관리를 디지털화·체계화하면서도 친환경적인 도시 생태계인 것이다.
이런 키사와노하는 ‘카시와노하 국제 캠퍼스 타운 구상’이라는 비전 아래 ‘환경 공생 도시’ ‘건강 장수 도시’ ‘신산업 창조 도시’를 과제 삼아 각종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카시와노하는 ‘카시와노하 지역 에너지 관리시스템(AEMS)’이라고 불리는 스마트 그리드를 운영한다. 스마트 그리드는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것으로,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의 데이터가 양방향으로 교환되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할 수 있는 전력 시스템이다. 카시와노하는 이 AEMS를 통해 지역 일대의 사무·상업·주거 시설과 태양광·풍력 등 발전 시스템을 연결한다.
더 나아가 해당 시스템으로 물, 가스, 지역 에너지까지 통합하여 관리하고, ‘피크 시프트’, ‘피크 컷’이라는 정책도 시행 중이다. 피크 시프트는 축적해둔 전력을 전력 소비가 많은 시간대에서 사용하는 것, 피크컷은 목표 전력을 초과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동시에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저감한다. 또한 정전이나 재해 시 엘리베이터나 대피소 등에 필요한 전력을 우선 공급할 수 있어 주민들의 안전도 지킬 수 있다.
또한 카시와노하는 “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거리”를 목표로,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도 언제든지 건강 관련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건강 센터와 플랫폼 서비스 등을 마련했다. 대표적인 예인 ‘거리의 건강연구소 아시타’는 걷다·말하다·먹다를 테마로 한 건강 관리소다. 다양한 최첨단 신체 측정 기기는 물론이고, 각 테마별로 마련된 부스에서 음식·운동·미용 전문가와 물리치료사를 통해 개별 건강 지도 서비스가 제공된다. 또한 세미나 형식의 건강 강의와 각종 활동도 마련되어 있다.
물론 주민들이 꼭 센터에 방문해야만 건강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 헬스’ 프로젝트에 참가한 주민들은 손목시계 모양의 디지털 기기로 건강을 실시간으로 관리받을 수 있다. 해당 기기로 사용자의 걸음 수와 체중 등을 관리하는 서비스, AI 영양사의 식단 관리 서비스, 전문의 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기기를 통해 모인 개인 데이터는 사용자의 동의를 받은 뒤 Dot to Dot이라는 서비스 플랫폼을 거쳐 관리되고 분석되어 다른 기관에서 활용된다. 기본적으로는 카시와노하 내에 있는 건강 센터에 연계되며, 지자체와 예방의학센터에도 전송되기 때문에 보건 행정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다른 사기업들도 해당 시스템에 참여해 이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홈트레이닝 애플리케이션이 추가되어 누구나 쉽게 운동 습관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용자들은 새로운 건강 서비스를 누림과 동시에 각 서비스 간에 정보가 연계되어 번거롭게 매 번 개인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는 등 더욱 편리한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카시와노하에서는 다양한 최첨단 기술을 만날 수 있다. 카시와노하에 있는 대학 캠퍼스 사이엔 자동 운행 셔틀버스가 다닌다. 2019년에 시험 운행되었고 2020년에 본격 가동된 해당 서비스는, 더 많은 시민들이 자동 운행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일반 버스 노선에도 곧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인공지능(AI), 주변 환경 정보를 감지하는 센서, 우리나라의 하이패스와 같은 차량 기기로부터 각종 데이터를 얻어 도시 교통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자주 붐비기 일쑤인 역 주변 교통상황을 차량 이동 상황 등으로 관제하고, 추후 원활한 교통을 위해 얼마나 더 많은 대중교통 시설이 투입되어야 하는지도 판단한다. 또한 도로 위 요철, 하수도관이나 맨홀 등 중요 시설의 상태를 데이터로 추출해 안전성을 진단하고 사전에 보수하는 등 효율적인 사고 예방도 이루어지고 있다.
AI는 건물 안에도 존재한다. 카시와노하에는 암 센터와 암 환자를 24시간 동안 서포트하는 호텔이 있다. 이 호텔의 객실 내에 AI 센서 등을 설치해 환자의 수면이나 상태 등을 그들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판단한다. 위급 상황이 발생할 시 환자의 정보를 호텔에 상주하고 있는 전문 인력과 근처 병원에 즉시 전송한다. 이를 통해 혼자 묵는 환자 투숙객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병원 또한 위급 상황 시 빠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학교, 지자체, 사기업들뿐만 아니라 이들이 만든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주민들이 모여 카시와노하를 만들어간다. 어떤 특별한 이벤트를 통해서가 아닌, 일상 속에서 한발 앞선 첨단 기술을 경험하며 똑똑한 도시 생활을 고도시키는 이곳에서는 혁신이 탄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도시 체계 아래 스마트 기기 하나로 모든 생활 관리가 가능한, 영화 속 세상 같은 카시와노하. 이런 곳이 바로 옆 나라에 있다고 하니 꿈에 그리던 미래가 다가온 것 같아 설렌다. 혹시 이러한 스마트시티에 관심이 간다면 카시와노하에는 도시 내 서비스를 체험하며 관광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 투어’도 있으니, 한 번 즈음은 방문을 고려해 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