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심 속 스마트팜
ICT창의연구소 오대곤 연구전문위원
ETRI는 연구원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팜과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도심에서도 적용 가능한 ‘도시형 디지털 트윈 팜 기술’ 기획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대전시,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업, 대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협력과 기술 융합을 통해 도시 재창조 및 과학기술 기반 생태 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사업이다. 이번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오대곤 연구전문위원을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2021년 퇴직 후, 현재 ICT창의연구소에서 연구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대곤입니다. 1987년 ETRI에 입사해 광통신용 광소자 연구개발과 ICT융합에 대한 기술 기획에 주력해 왔으며 도중에 LED/광 분야 PD로 파견업무를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현재의 스마트팜은 작물을 키우는 온도와 습도, 혹은 이산화탄소 농도 등 환경 조건을 원격으로 자동화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입니다. 디지털 트윈 팜은 여기에 생육과 효능에 관련한 데이터까지 확보하고 인공지능으로 최적화 분석까지 하여 농작물의 모양 및 효능에 있어서 맞춤형 계획 재배가 가능합니다. 마치 운전하면서 네비게이터를 활용하듯이 농업의 네비게이션이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의 경험과 지식 위에 에너지 최적화, 유효한 빅데이터, 인공지능 분석, 클라우드 연결망, 그리고 통합 플랫폼 등의 기술이 융복합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생육 및 효능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 생성에 대한 솔루션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스마트팜이 현재 디지털 전환의 초기 단계라고 본다면, 디지털 트윈 팜은 본격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져야 가능한 기술입니다. 팜이 데이터 산업으로 전환되면서 궁극적으로 메타팜으로 진화하게 될 것입니다.
대전시가 노후화된 구도심 개발을 정책적으로 발표한 이후에 구도심에 도시형 디지털 팜을 적용시켜 새로운 문화 공간, 교육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제안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언론 홍보가 나가고 중구청과 면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요. 현재 중구는 노후화된 구도심의 건물들도 많고, 노인층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중구청에서 이런 두 가지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던 차에, 이번 사업이 후보 대안으로 좋을 것 같다며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주셨습니다. 우리가 속한 지역 혁신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 협업 사례로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단기적으로 디지털 트윈 실증 팜을 통하여 지역의 구체적인 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업의 첫 단추를 끼우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구도심을 새롭게 재탄생시킬 수 있는 사회문제 해결의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미래 농업은 대표적인 6차 융합 산업입니다. 예를 들어 팜과 카페가 만나면 팜 카페가 되고, 레스토랑과 만나면 팜 레스토랑이 되고,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게 되면 에듀 팜이 되는 겁니다. 그런 새로운 6차 산업의 중심에 디지털 트윈 팜이 역할을 할 수 있어요. 그 외 산업의 입장에서 보면 기능성 바이오 제품들을 도심에서 생산함으로써 의료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물길도 틀 수 있고, 디지털 트윈 팜을 구성하는 토탈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기자재, 부품 등에 이르는 전체 밸류체인 산업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TRI 내에는 소프트웨어, 통신, 미디어, 센서 부품 등 다양한 연구 부서들이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이런 정보통신기술들이 융복합되고 나아가 다른 서비스 도메인과 잘 엮어서 좀 더 사회에 기여하고 기술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우리 지역민과 국가에 잘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일들을 계속해서 해나가게 될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저 개인으로는 인생 2라운드에 대한 준비를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해 후회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이번 디지털 트윈 팜 사업을 통하여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