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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다누리, 긴 여행의 시작

달 궤도선 다누리는 지난 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되었다. 달 전이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다누리는 약 5달의 항행 기간을 거쳐 오는 12월 중순 달에 도착한 후 12월 말까지 달 임무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우주로 떠난 다누리

다누리는 2016년부터 국가우주개발중장기계획에 따라 개발을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달 궤도선이다. 다누리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는 심우주 항행에 필요한 탄도형 달 궤도전이 방식(BLT)의 궤도 운영 능력을 확보했고, 대용량 고추력 추진시스템을 국산화했다. 또한 심우주 통신에 필수적인 직경 35m의 대형 심우주 통신용 안테나를 구축함으로써 향후 본격적인 우주 탐사에 필요한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지난 8월 5일, 고도 약 703km 지점에서 스페이스X의 팰콘9 발사체로부터 분리된 다누리는 발사 약 92분 후에 지상국과 첫 교신에 성공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다누리 관제실에서 발사체 분리 정보를 분석했으며, 그 결과 다누리가 발사체로부터 정상적으로 목표 궤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또한, 수신된 위성정보를 통해 다누리의 태양전지판이 전개되어 전력생산을 시작했고 탑재 컴퓨터를 포함한 장치들의 통신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각 장치의 온도도 표준범위 내에 위치하는 등 다누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향후 다누리는 연료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태양과 지구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을 향해 이동하다가 9월 2일 경 추력기를 작동해 방향을 조정할 예정이다.

ETRI의 기술, 다누리에 탑승하다

다누리는 6개의 과학 탑재체를 싣고 우주로 떠났다. NASA 탑재체인 섀도캠을 제외한 5개의 과학 탑재체는 국내의 연구기관과 학계에서 직접 개발했다. 국내에서 개발한 5종의 장비는 ETRI의 우주 인터넷, 항공우주연구원의 고해상도 카메라, 한국천문연구원의 광시야 편광카메라, 경희대학교의 자기장 측정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감마선분광기 등이다.

다누리는 광시야 편광카메라, 우주 인터넷으로 다른 달 궤도선이 하지 못했던 최초의 임무를 수행한다. 광시야 편광카메라로 달 표면 전체의 편광지도를 제작하고, 우주 인터넷 탑재체로 달과 지구 간 우주 인터넷 통신 기술을 검증할 예정이다.

ETRI의 우주 인터넷 탑재체는 우주에서 메시지와 파일,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전송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를 활용해 심우주탐사용 우주인터넷(DTN)이 세계 최초로 시도된다. 이는 ETRI 홍보영상, DTN 기술 설명 영상을 비롯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다이너마이트(Dynamite)’ 등 파일을 재생해 지구로 전송하는 시험이다.

DTN은 네트워크가 끊겼을 때 데이터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중간(노드)에서 데이터를 저장했다가 다시 전달하는 기술로, 통신 환경이 열악한 우주에서 필요한 기술이다. 다누리는 지구에 설치된 노드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우주용 DTN을 최초로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오는 2025년까지 달의 남극에 우주인들을 착륙시킨 뒤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키겠다는 미국의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을 위해 NASA가 개발한 과학 장비인 ‘섀도캠’도 다누리에 탑재되어 있다. 섀도캠은 해상도 약 1.7m의 카메라를 이용해 달 남북극 지역의 영구 음영지역을 고정밀 촬영하면서 얼음 등 다양한 물질의 존재 여부를 파악할 계획이다.

다누리로 보게 될 달

다누리는 달 궤도전이(BLT) 방식으로 지구에서 약 380,000km 떨어진 달로 바로 가지 않고 태양 쪽의 먼 우주로 가서 최대 1,560,000km까지 거리를 벌렸다가, ‘∞’ 모양의 궤적을 그리면서 다시 지구 쪽으로 돌아와서 달에 접근한다.

진입에 성공한 뒤에도 다누리가 궤적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연구진은 앞으로 약 5개월 동안 오차 보정을 위한 까다로운 궤적 보정을 여러 차례 수행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우리는 올해 말, 최종적으로 다누리의 성공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다누리는 오는 12월 16일에 달 남극 상공에 도착하며, 12월 31일에는 각종 임무 수행을 위해 100km 고도에 완전히 안착한다. 다누리는 2023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달 100km 위를 돌며 6개의 탑재체를 이용해 희토류·우라늄 등 자원과 표면을 관측할 예정이다. 다누리가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 달 탐사국 반열에 오른다. 많은 이들의 꿈을 안고 우주로 떠난 다누리, 그가 무사히 달에 도착해 우리에게 보여주게 될 달의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