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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터넷 기술 입증에 나서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우리나라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가 8월 5일 총 6개의 탑재체를 싣고 우주로 향했다. 6개의 탑재체 중에 ETRI에서 개발한 우주인터넷(DTN) 검증기가 있다. 지구와 달 궤도선 간의 우주인터넷 통신 기술 검증을 위해 메시지 및 파일 전송, 실시간 동영상 전송 등을 시험하는 장치다.

우주에서 사용되는 프로토콜

인류는 이미 달을 넘어 더 넓은 우주를 탐사하고 있다. 탐사 범위가 넓어지면서 심우주(deep space, 深宇宙) 탐사를 위한 새로운 통신 프로토콜의 필요성이 나타나고 있다. 지연 내성 네트워크(DTN)는 통신 지연이 많이 발생하는 우주 공간에서의 접속을 가정하고 만들어진 인터넷 프로토콜이다. 접속이 끊기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는 TCP/IP와 달리 DTN은 지연, 간섭, 두절 등의 상황에도 데이터 패킷을 파기하지 않고 네트워크 노드를 그대로 유지해 정보의 상실을 방지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방법을 축적 후 포워딩(Store-and-Forward)이라고 한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목적지까지의 경로가 즉각적으로 생기지 않더라도 정보를 잃어버리지 않고 최종 목적지까지 가져갈 수 있다.

이는 정해진 접속 시간은 물론, 매번 새로운 데이터 링크를 만들 필요 없이 탐사선의 정보를 영구 저장장치에 저장한 후, 지상의 기지국과 접속할 때 자동으로 필요한 사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탐사선과 지상 기지국 간 통신이 가능한 기간에 생성된 데이터는 생성 후 바로 전달 및 수신할 수 있고, 접속할 수 없을 때 수신되는 데이터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우선순위를 부여해 데이터 전송의 실시간성을 보장할 수 있다. 또한, 탐사선에 저장장치를 많이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해외의 우주인터넷 동향

이미 일부 국가는 시험 단계의 DTN 기술을 확보했다. NASA는 EPOXI 우주탐사선을 이용해 2008년 10월 처음으로 DTN 전송시험에 성공했다. NASA-JPL에서 개발한 DTN 소프트웨어인 ION을 이용해 총 14.5MB에 해당하는 292개의 이미지 파일을 지상국에서 EPOXI 우주탐사선으로 전송하고, EPOXI 우주탐사선에서는 이 신호를 지상국으로 중계하는 방식으로 DTN이 심우주통신에 적합한 프로토콜임을 확인했다.

그로부터 2년 뒤, NASA는 EO-1 탐사선을 이용해 DTN 통신기능을 시험했다. 특히 EO-1 위성을 이용한 시험은 축적 후 포워딩 방식을 통해 원격 측정(Telemetry) 수신 기능 복구 여부가 이목을 끌었다. 시험 결과 DTN을 통해 성공적으로 수신되었고, 통신링크 성능이 떨어져 80%의 패킷 손실이 생기는 상황에서도 파일이 정상적으로 수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은 2012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DTN 프로토콜을 통해 유럽우주관제센터의 레고 로봇을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DTN 기술은 우주에서 검증이 부족해 아직 달과 화성 등 심우주탐사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는 않다.

우주에서 주고받는 메시지

우리나라는 다누리를 통해 우주에서 DTN 기술 가능성을 최초로 검증한다. ETRI가 개발한 우주인터넷 장비는 우주 공간과 행성에 위치한 궤도선, 착륙선, 로버, 우주인, 장비 등의 다양한 장치들이 우주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서로 자유롭게 통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주인터넷 시험은 다누리 내 DTN 장치와 ETRI의 DTN통신센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DTN 지상국, NASA의 심우주네트워크 등의 시스템을 연결해 DTN 기술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즉, 다누리에 탑재된 우주인터넷 장비가 국내와 미국 지상국에서 전송한 신호를 받아 DTN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2023년 1월, 다누리가 달에 도달하면 우주인터넷 장비는 달 궤도에서 문자와 파일, 동영상을 한국 지상국과 심우주 통신망으로 전송하는 시험을 진행한다. 데이터 용량이 작은 메시지로 달에서 신호를 보내는 것과 지구에서 달로 신호를 보내는 양방향 통신을 모두 진행할 계획이다. 다누리가 무사히 달에 도착해 세 가지 우주인터넷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