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83 September 2021
2011년, ETRI에서는 연구원 내에서 기술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술창업실을 만들었다.
이후 10년간 수십 개 기술창업 회사를 도우며 쌓인 그들의 노하우는 지금도 많은 기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
오늘은 2014년부터 기술창업실과 함께해온 김용채 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저는 2014년 기술창업실에 들어와 2015년부터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용채 실장입니다.
기술창업실이라는 조직은 2011년도에 생겼습니다. 흔히 기술창업을 기술 R&D의 꽃이라고들 이야기하죠. 기술창업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R&D가 진행 중이거나 완성된 기술을 다른 곳에서 등에서 이전받아 사업화하는 간접사업화, 나머지 하나는 기술을 직접 개발한 연구자가 사업화를 진행하는 직접사업화인데요. 기술창업실은 ETRI 내에서의 직접사업화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곳입니다. 성공할 가능성이 보이는 좋은 기술, 좋은 사람을 발굴하고 창업 기획부터 성장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非기술창업에 비해 기술창업의 성공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때 BM(Business Model)을 확립하고 수익을 내기 시작하는 3년 이후에도 생존해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데요. ETRI가 본격적으로 기술창업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 2011년이고, 지금까지 68개 기업의 창업을 함께 했는데 60% 이상의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일반적인 기업의 성공률이 3-40%인 것을 생각하면 의미가 있는 수치죠.
더불어 ETRI만의 장점도 있습니다. 최근 정부와 기업 등 다양한 곳에서 창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도 마찬가지로 기술창업 지원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데, 아직까지 ETRI처럼 시스템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지원하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 ETRI는 'ETRI 홀딩스'라는 투자회사를 자회사로 운영하며 투자에까지 힘쓰고 있죠.
연구원들을 보면서 아쉬운 것이, 연구원들은 창업을 굉장히 두려운 영역으로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ETRI라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오는 편안함 때문이겠죠. 그래서 자기가 연구하고 개발하는 기술에 대해서 애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그 기술을 가지고 사업을 한다거나 가능성을 알아보기를 꺼리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창업이라는 것을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내가 가진 기술이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어떤 시장에서 어떤 필요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내가 가진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사업화할 것인지에 대해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인데 말이죠.
기술 사업화를 생각하는 연구원들을 보면 기술사업화라는 영역을 조금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연구원들은 좋은 기술만 가지고 있으면 시장에 나가면 고객이 알아서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사실 시장에서 원하는 건 기술이 아니거든요. 고객들이 원하는 것, 필요로 하는 부분을 충족해줄 수 있는 아이템을 원하는 거지. 이런 부분을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해요. 가지고 있는 기술이 어떤 방법으로 쓰일 수 있고, 어떤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되거든요. 그런 방향으로 생각을 이어 나가면 어떤 시장에서 어떤 고객들에게 기술을 이용한 아이템을 팔아야 할지도 알 수 있겠죠.
하나하나 모두 기억에 남아요. 그래도 기억에 가장 잘 남아있는 곳은 최근에 지원했던 곳들이겠죠.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이 창업에 많이 도전하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제가 주목하고 있는 기업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부동산을 증권화해서 수익을 내는 ‘루센트블록’입니다. 현재 기업가치가 최고 1,000억 원 이상인데, 투자를 하겠다는 기업이 너무 많아서 더 이상 투자를 받지 않는다고 하는 일까지 있었죠.
또 하나가 축산 농가의 데이터를 관리해주는 ‘한국축산데이터’입니다. 최근 2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기업가치도 1,000억 원이 넘죠. 대단한 것은 두 기업 모두 창업자가 이제 막 30대에 들어섰다는 거에요.
저희가 많은 부분을 지원하고 있지만, 창업 이후에 지원할 수 있는 것들이 한정되어 있어서 조금 아쉽습니다. 보통 창업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예비창업자를 도울 수 있는 멘토를 매칭해줄 수도 있고, 창업을 위한 준비 기간을 제공해서 창업에 전념하도록 돕고 있어요.
그런데 창업 이후에는 ETRI가 기관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분야가 많지 않습니다. 창업 이후에는 기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 창업 초기 다양한 부분에서 기업을 도울 수 있는 인력, 기업이 업무를 처리하고 홍보활동이나 고객을 응대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이런 점에서 지원이 아직은 미비한 것 같아요.
그나마 투자와 관련해서는 ETRI 홀딩스와 같은 자회사를 통해서 지원하고 있지만, 인력이나 공간에 있어서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 창업 기관의 고민이 많습니다. ETRI에서는 소속 연구원들이 창업 휴직을 통해 기술창업에 참여한다든지, 파견을 통해 인력을 지원하는 방법들을 마련해놨지만,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제도 같은 부분들을 정비해야할 것 같습니다.
지금이 창업을 하기에 최고의 적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부터 창업 초기 비용까지 예비 창업 패키지, 조기 창업 패키지, 도약 패키지 등 단계별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위험부담이 크지 않아요. 또 ETRI 안에서도 창업 휴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혹시 기술창업으로 시작한 기업이 어려워지더라도 다시 ETRI로 돌아올 수 있어요. 창업을 두려워하실 필요가 전혀 없는 거죠.
창업을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내가 가진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한 번 기술창업실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부터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술창업실이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기술창업을 함께 준비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있는 ETRI 기술창업실 김용채 실장과의 대화는 연구와 개발에 열정을 가진 연구원들의 도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그들 앞에 펼쳐질 미래가 어떻게 빛날지 기대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