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83 September 2021
ETRI는 구성원의 기술창업을 기획부터 사업 모델 설계,
소비자 창출과 투자까지 다양한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연간 180만 개에 가까운 기업이 생겨나는 지금,
창업 활동을 지원하는 ETRI의 다양한 제도들을 모의 창업 도전기로 알아봤다.
ETRI에서 20여 년을 연구한 끝에 최근 나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Private LoRa1) 통신 기반 실시간 지능형 언택트 헬스 모니터링 시스템(이하 언택트 헬스 모니터링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이 기술은 많은 사람이 모여 오랜 시간을 보내는 회사뿐 아니라 비대면 작업이 어려운 공장, 조선소 등의 작업장 환경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는 기술이다. 관리자는 이 기술을 활용해 작업자의 체온, 심박수 등의 생체정보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를 언택트 시대로 이끌었다. 로블록스와 제페토 등 언택트 온라인 가상 현실을 내세운 서비스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경제활동도 마찬가지. 사람들은 집에서 전화로, 인터넷으로 업무를 소화한다. ‘언택트’라는 트렌드가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은 것이다.
그러나 생산 현장은 이야기가 다르다. 사람의 손이 필요한 식품 생산 공장이나 배를 짓는 조선소, 긴급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과 적절한 대처가 중요한 공장 등에서 언택트는 불가능하다. 이런 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다고 생각해보자. 방역을 위해 공장 전체를 폐쇄하고, 최악의 경우 인명피해까지 이어질 수 있다.
1) Private LoRa Private Long Range, 사설 대규모 저전력 장거리 무선통신
나는 ‘창업일체형R&D’ 과제로 언택트 헬스 모니터링 시스템 R&D를 진행했다. 기술만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시장을 함께 조사하면서 BM(Business Model)을 세우고 본격적인 창업을 결심했다. 창업은 아이디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고객,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채널 등을 체계적으로 확인하고 검증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이런 부분들이 과제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채워진 것이다.
현재 생산 현장에는 코로나19와 더불어 감염병 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부족하다. 현장 출입 시에 일회성으로 체온 검사와 간단한 설문을 수행하는 지금의 방법은 효율성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출입 이전에는 괜찮다가도 출입 이후에 작업자에게 증상이 나타난다면 동선 파악은 물론이고 접촉자 관리도 어려워 빠르고 정확한 대처가 불가능하다. 언제든지 작업자의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언택트 헬스 모니터링 시스템은 원격으로 작업자의 건강 상태와 위치 정보를 수집하는 IoT 기반 웨어러블 생체신호 측정장치,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작업자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최적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헬스 모니터링 플랫폼을 포함한다.
또한 LoRa 통신기술로 조선소와 같이 광범위한 영역을 커버하거나 내부망을 구성하여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넓은 지역, 다수 작업자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전염병 등 긴급상황이 발생할 시에 피해는 최소화하고 최적의 대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본격적인 준비에 앞서 기술창업실에 예비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ETRI에서 진행하는 예비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면 ETRI 소속 연구원 가운데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예비창업자를 선발해 6개월 동안 월급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창업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가질 수 있다. 창업심의위원회에서 예비창업을 승인하고, 기술창업실로 부서가 이동되어 창업 준비에 몰두할 수 있었다.
더불어 5,000만 원의 예비창업지원 과제를 통해 기초 사업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창업을 앞두고 기획전 출품, 시설, 장비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 없이 처리할 수 있는 비용이었다. 더불어 TIPS, 창업패키지, I-Corps 등 창업 활동을 지원받을 수 있는 외부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나의 BM을 검증하고 기술과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BM을 수정/보완할 수 있는 ‘고객나침반’ 프로그램도 인상적이었다. 기술창업실의 경험 많은 직원분들과 ETRI가 세운 기술사업화 전문회사 ETRI 홀딩스의 전문인력, ETRI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을 세우고 이끌고 계신 선배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창업멘토단’에서 세세한 조언을 받았고, 세무/회계, 투자/M&A, 법률/노무, 홍보/마케팅, 전략/기획 등의 분야를 전문가가 지원하는 ‘성장지원단’의 도움으로 세세한 부분들까지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내가 언택트 헬스 모니터링 시스템을 시장에 내놓았을 때 관심을 가질만한 기업들과 만나볼 수 있었고, 실무자들의 다양한 조언을 바탕으로 서비스와 더불어 BM을 현실적으로 수정할 수 있었다.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는 과정을 미리 경험한 셈이다.
이렇게 준비해온 창업 프로젝트를 창업심의위원회에 제출하고, 창업을 승인받으면 ‘창업휴직’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창업휴직 제도는 법인 설립 이후 최초 3년 동안 사업의 동향과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기간이다. 시장에서 서비스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앞으로 지속할 수 있는 BM인지 실제 기업 활동을 펼치면서 확인한다.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지속하기로 결정했다면 퇴직을 결정할 수도 있고, 서비스나 제품을 더 개발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면 창업휴직을 종료하고 ETRI로 복귀하는 것도 가능하다.
나는 9월 24일 법인 설립을 앞두고 있다. 기술 개발의 가능성을 좇으며 키워온 역량과 그릇으로 이제는 기술창업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려고 한다. 매년 180만 개에 가까운 기업이 생겨나는 시대, 2012년 이후 68개의 창업기업을 배출하며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ETRI를 발판으로, 가까운 미래 또 하나의 기업인으로 서 있을 나의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