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VOL. 174 april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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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 연구로
산업 저변을 확대하다

전파위성연구본부 변우진 본부장

1976년 설립 이래, ETRI는 굵직굵직한 통신 기술을 개발하며 우리나라 통신 역사를 써내려 왔다.
ETRI가 개발한 수많은 통신 기술은 새로운 산업으로 연결되며 천문학적 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낳았다.
ETRI 신시장 개척의 역사, 그 밑바탕에는 전파 연구가 있었다.

People 인터뷰 사진1

전파, 위성이란 무엇인가요?

Description

전파에 앞서 전자기파에 대해 먼저 설명해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아마 중고등학교 때 파동에 대해 배우셨을 거예요. 돌을 물에 던지면 파장이 생기잖아요? 그 파 모양을 파동이라고 합니다. 소리의 파동을 음파라고 하는 것처럼 전자기파도 하나의 파동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자기파에는 자외선, 엑스선, 적외선 등등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빛도 전자기파고요. 전자기파는 주파수를 기준으로 분류됩니다. 주파수란 파동이 진동하는 횟수를 의미하는데요, 주파수 3kHz에서 3THz 사이 대역이 전파입니다.

위성은 행성 주변을 도는 천체입니다. 예를 들어 달은 지구의 위성이죠. 저희가 연구하는 건 인공위성입니다. 인공위성은 말 그대로 인공적으로 만든 위성입니다. ETRI는 주로 통신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우리 본부는 주파수를 활용한 무선 위성통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주파수를 사용한 무선통신이 핵심 연구 내용입니다.

왜 전파와 위성이 한 연구본부에 묶여있을까요? 위성통신은 전파 응용사업입니다. 이동, 방송 통신과 IoT 사업 역시 마찬가지고요. 과거에는 이동통신, 방송 통신, IoT 모두 전파본부에 속해있었습니다. 세 산업이 모두 크게 성장하면서 전파본부에서 분리되었죠. 지금은 이동통신본부가 따로 있고, 방송 통신과 IoT도 관련 부서가 따로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위성통신 산업은 아직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전파본부와 묶여있고요, 향후 위성통신 산업의 몸집이 커지면 분리되겠죠. 전파가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People 인터뷰 사진2

전파위성본부는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요?
Basic Frame

우리 본부는 전파자원연구실, 전파환경감시연구실, 전파원천기술연구실, 위성광역인프라연구실, 통신RF연구실, 기상ICT연구실 등 6개의 연구실로 나뉘어 있습니다. 전파자원연구실은 전파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합니다. 전파는 모든 나라가 공유하는 한정된 자원이거든요. 기존의 전자파원을 분석해 정부가 전파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거죠. 특히, 이동통신 분야는 사실상 우리나라가 세계 1등인데요, 어떻게 하면 이 분야에서 전파 자원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전파환경감시연구실이 있습니다. 전자파를 많이 쐬면 암에 걸린다는 말이 있잖아요. 실제로 전자파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자파에 얼마나 노출되면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지 연구하고 있죠. 또, 영화에 종종 전자파를 이용한 무기가 나오는데요, 그중에서도 전자파를 이용한 총을 EM Gun이라고 합니다. 영화에서 보면 알 수 있듯 파괴력이 엄청나죠. 이런 공격을 받았을 때 어떻게 방어하고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하기도 하고요. 전파는 정부 허가하에 사용이 가능한데, 허가 없이 사용되는 불법전파를 찾아내는 전파 방향탐지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전파를 이용한 통신 기술 개발도 중요한 연구 분야입니다. 특히 다가올 6세대 이동통신에 사용될 주파수는 기존 주파수보다 1,000배 더 높은 테라헤르츠입니다. 테라헤르츠에 사용할 수 있는 칩과 안테나를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6세대 이동통신은 저궤도 군집 위성을 사용합니다. 이를 기존 이동통신과 통합하는 통합통신망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또한, 자기장 주파수라고 아주 낮은 주파수를 사용해서 수중에서도 통신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물에 빠진 실종자를 찾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입니다. 일례로 작년 소양강댐이 넘쳐 공무원들이 설치물을 고정하다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죠. 그때 시신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현재 수중통신기술의 한계 때문이었죠.

비통신 분야 연구도 활발합니다. 전파를 이용해 전력을 전송하는 무선전력전송 기술, 자율주행에 꼭 필요한 레이더 기술, 암을 치료하는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파 응용기술 연구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People 인터뷰 사진3

전파·위성연구본부의 향후 연구 방향은 무엇인가요?
Research Direction

6세대 이동통신과 천리안 3호 개발이 향후 우리 본부의 핵심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6G는 2025년까지 연구하면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국제표준화 후보 기술을 도출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2028년 발사될 천리안 3호 관련 연구도 올 4월부터 시작할 예정입니다. 천리안 3호는 통신위성입니다. 그렇기에 통신 기능 탑재체 개발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는 2024년까지 개발할 계획입니다. 이후 3년 동안 위성에 탑재한 상태로 성능을 시험한 후 발사하게 됩니다.

달 탐사 우주 인터넷 기술과 KPS 역시 중요한 프로젝트입니다. 달 탐사 우주 인터넷 기술은 2022년 발사될 한국형 달궤도선에 탑재될 기능입니다. 한국형 달 궤도선은 2022년 8월에 발사되어 12월에 달 주변 궤도에 진입하게 됩니다. 이때 달 궤도선과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 데 여기에 사용되는 통신 기술이 바로 달 탐사 우주 인터넷 기술입니다. DTN1) 기술을 적용한 통신 탑재체를 개발해 항공우주연구원에 납품했고, 현재 테스트 중입니다. 결과가 잘 나오면 화성에서도 통신이 가능한 통신 탑재체를 개발할 수 있겠죠.

KPS는 Korea Positioning System의 약자입니다. GPS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보셨죠? GPS는 미국이 1955년에 군사용으로 개발한 위성 항법 시스템입니다. 1983년 대한항공기 폭파 사고 이후 레이건 대통령이 GPS를 민간용으로 개방했죠. 지금 GPS는 내비게이션에도 사용되는 등 없어선 안 될 기술이 되었는데요, 특히 향후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에 꼭 필요한 기술입니다. 중요한 기술이다 보니 유럽,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 등은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죠.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KPS는 우리나라만의 독자적인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만들자는 취지로 기획되었고 곧 R&D를 시작할 것 같습니다.

1) 지연 내성 네트워크(DTN, Delay Tolerant Networks)
소스와 목적지 간의 연결성이 없어도 데이터를 저장했다가 이동하여 전달하는 네트워크로, 전파환경이 매우 열악한 우주에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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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위성분야 국외 연구 동향은 어떠한가요?
Global Trend

지금 전파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큰 이슈는 6G입니다. 사실 이미 해외에선 6G 연구가 시작됐어요. 우리나라가 5G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하다 보니 해외 여러 국가가 우리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더 일찍 시작한 것도 있고요.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올해부터 6G 연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기반 기술이 다른 나라보다 탄탄하기 때문에 위성과 함께 묶어서 연구를 진행하면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비통신 분야인 무선전력전송의 경우도 해외 기술력이 워낙 많이 발전했습니다. 특히, 전기자동차와 관련된 기술은 이미 해외에서 선도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세계적으로 아직 많이 연구되지 않은 자율주행 로봇을 무선으로 충전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레이다 관련 기술은 해외 기술이 선도하고 있기에 기존 방식을 따라가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본부장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Goal

우선 본부장으로서의 목표는 안정적인 연구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ETRI는 프로젝트 베이스로 연구가 진행되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끝나면 연구원들이 심리적으로 동요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이를 위해 예산 확보에 힘쓰고 있습니다. 또, 서로 과제가 다르거나 다른 실, 본부에 속해있더라도 연구원 간 협업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ETRI의 미션이 우리나라 산업체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서는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이전하여 산업체에서 산업화를 이루는 사이클이 잘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업체가 할 수 있는 연구 내용은 기업체에 과감히 이전하고, 저희는 또 새로운 원천기술 개발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이 사이클이 우리 본부에 잘 정착되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를 연구해보고 싶어요. 저는 대학원부터 시작해서 전파 분야만 27년 정도 연구해왔거든요. 현재 관심 있는 분야는 에너지인데 전파와 에너지를 융합하여 새로운 에너지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본부장을 맡다 보니까 개인적인 연구를 시작할 여유가 없는데, 본부장직에서 물러나면 연구를 시작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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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epilogue

전파를 한마디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변우진 본부장은 ‘뿌리 기술’이라고 답했다. 이동통신, 방송 통신이라는 열매가 모두 전파에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위성통신이라는 새로운 줄기가 뻗어 나가는 중이다. 눈길을 끄는 건 탐스러운 열매이지만 뿌리가 없이는 열매도 없다. 이를 알기에 전파·위성연구본부 연구진들은 오늘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진의 노력은 머지않아 새로운 열매를 수확하는 기쁨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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