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72 april 2021
최근 ETRI는 밀리미터파를 이용한 무선 백홀 기술로 5G 서비스 시연에 성공했다.
이미 우리나라는 5G 서비스를 위해 3.5GHz와 28GHz대 주파수를 할당받았다.
그런데 왜 ETRI 연구진은 3.5GHz나 28GHz가 아닌 주파수 대역을 이용했을까?
지금부터 밀리미터파와 무선 백홀의 만남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알아보자.
이동체를 탄 상태에서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실시한 2012 무선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동 중인 교통수단이 응답 비율의 81.3%를 차지하며 자택(89.6%)에 이어 주된 모바일 인터넷 이용 장소 2위를 차지했다. 3년이 흐른 2015년, 한국인터넷진흥원은 같은 주제로 조사를 실시했다. 자택이 여전히 87.2%로 1위를 차지했지만, 이동 중인 교통수단이 82.4%로 2위를 차지하며 차이를 좁혔다.
4세대까지 이동통신은 6GHz 이하 셀룰러 주파수를 사용했기 때문에 보행자 중심 저속 이동환경에 최적화된 시스템이었다. 즉, 저속(3km/h) 환경에 최적화되어있기 때문에 중속(~120km/h)까지는 좋은 품질을 제공하고 고속(~350km/h)에서는 통신 접속이 끊어지지 않는 정도의 서비스 제공에 그쳤다.
기술 발전으로 이동체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가운데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범위도 확장되고 있다. 특히 AR, VR 등 대용량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차츰 등장하기 시작하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고려할 때, 이동체에서도 대용량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5G 기반의 무선 백홀 기술 등장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무선 주파수 자원은 유한한 공공재다. 무선 주파수 할당은 국제 조약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무선국 간에 서로 방해를 주는 일 없이 무선 주파수대를 유효하게 이용하기 위함이다. 현재 마이크로파 대역 무선 주파수 자원은 각국의 정책과 통신 목적 등을 반영하여 대부분 할당이 완료된 상태다. 새로운 무선 주파수 자원 획득이 불가능하기에 이동체에서 대용량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돌파구가 절실한 참이었다.
우리나라에 할당된 5G 무선 주파수는 3.5GHz와 28GHz 대역이다. 각 대역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3.5GHz 대역은 28GHz에 비해 전파 도달 범위가 넓으나 속도가 LTE의 4~5배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28GHz 대역은 전송속도가 LTE보다 20배가량 빠르지만, 전파가 벽을 통과할 때 손실률이 커 이용범위가 제한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상용화된 5G는 3.5GHz 대역의 낮은 주파수를 사용해 체감 속도가 느렸다.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이라는 5G 기치를 실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속도다. 이에 ETRI 연구진은 용도 미지정 주파수 대역1) 밀리미터파 주파수에 주목했다. 밀리미터파는 신호 도달거리가 짧고 회절이 잘 일어나지 않아 실외 환경에서 사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진은 ETRI가 보유한 원천기술인 빔 포밍2) 기술과 빔 스위칭3)을 이용해 위와 같은 한계를 극복했다.
1) 용도 미지정 주파수 대역(Flexible Access Common Spectrum)
정해진 용도 없이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정된 주파수대역으로, 누구나 기술기준에 맞춰 서비스를 발굴해 제공할 수 있음
2) 빔 포밍(Beam Forming)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신호를 보내는 기술
3) 빔 스위칭(Beam Switching)
여러 개의 빔을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술
2018년, ETRI는 서울 지하철에서 1.1Gbps라는 전송속도를 자랑하는 밀리미터파 기반 이동 무선 백홀 기술 시연에 성공했다. 이는 기존 와이브로 기반 백홀 방식보다 100배 이상 빠른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치이다. 그리고 2021년, 연구진은 최대 1.9Gbps 전송속도를 자랑하는 5G 기반 무선 백홀 기술 시연에 성공했다. 불과 4년 사이에 전송속도를 2배 가까이 향상한 것이다.
무선 백홀 기술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기술이다. 백홀은 주로 광케이블, 구리선 등을 이용해 유선으로 연결해 구현했다. 그러나 유선 방식은 설치 환경에 따라 신규 케이블 포설의 어려움 등 제약 조건이 많고 구축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든다. 무선 백홀 기술 설치 비용은 유선 기술망 구축 대비 20% 내외로 훨씬 저렴하다. 게다가 구축에 필요한 시간이 짧고 운용 비용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 유선 통신망 인프라가 미비한 국외는 무선 백홀 시스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또한, 무선 백홀은 안정적 통신 환경 구축에 효과적이다. 유선 네트워크와 이중화를 이룰 시 화재 등으로 유선망이 제 기능을 상실해도 무선 백홀을 긴급망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된 기술을 응용해 드론 등 공중 무인체에 스몰셀을 얹어 이동형 기지국을 만들 수도 있다. 산간이나 도서 벽지 등 통신 네트워크가 취약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위급상황의 해결책이 되는 것이다.
5G 기반 이동 백홀 기술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룩한 ETRI 연구진의 다음 과제는 6G 기반 이동 백홀 기술이다. 이론적으로 6G 다운 속도는 초당 1TB로 만물인터넷(IoE)을 실현하기에 충분하다. 6G 시대에 가까워질수록 고속 이동체의 속도는 계속해서 빨라질 뿐만 아니라 자율 주행이 상용화돼 이동체 내 모바일 인터넷 사용량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TRI가 더 빠르고 안전하게 데이터를 전송하는 길을 구축하여 6G 선도주자로 발돋움하는 날을 기대해본다.
본 내용은 전자통신동향분석 33권 5호를 참고, 재구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