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로 진입
2019년 기준, 대한민국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768만 5천 명으로 전체인구의 14.9%를 차지하고 있다. 약 40년 후인 2060년에는 이 수치가 전체인구의 43.9%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당장 2026년에는 서울 시민 5명 중 1명 이상이 고령 인구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인돌봄, 의료비용 부담, 사회적 고립 등이 주요한 도시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후 삶을 지원하는 기술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UN(유엔)에서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체인구의 7% 이상일 때 고령화 사회, 14%를 넘을 때는 고령 사회, 20%를 넘을 경우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일본과 영국은 이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가운데, 한국과 미국은 2020년대 중반과 후반에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른바 실버 세대의 비중이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다는 것은 경제가 발전하면서 영양과 위생상태가 좋아지고 보건 및 의료 기술이 발전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생산 주체 인구 및 비경제 활동인구의 감소를 뜻하기에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출산율을 높이고 실버 세대의 경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고령 인구를 대상으로 한 ICT 관련분야 기술과 산업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ICT와 접목한 의료 및 헬스케어 산업에서는 고령화에 따른 질병 원인을 분석해 예방하고 노인층의 건강상태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오래 전부터 이루어져 왔다. 젊은 층이 주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 워치에도 헬스케어 기능이 강화되면서 실버 세대에게 특히 유용할 수 있는 기능들이 속속 추가되고 있다.
최근 판매중인 제품을 살펴보면 혈압과 산소포화도 측정은 물론 심전도 측정 건강모니터링 기능까지 되었다. 아울러, 낙상 감지와 숙면 체크 등의 기능도 추가되고 있다. 긴급상황 시 보호자나 의료진에게 바로 연락할 수 있게끔 만든 것이다.
고령자 위한
맞춤 서비스와
데이터·SW
개발 단계부터 실버 세대를 겨냥해 제작되는 특화형 웨어러블 단말도 등장했다. 가령, 치매 노인의 실종 방지를 위한 위치추적 단말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동통신사들은 휴대폰을 기반으로 자녀 및 부모 위치추적이 가능한 기능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휴대폰을 소지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며 위치 정확도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개발되는 치매 노인 위치추적기는 손목 또는 목걸이 형태로 나와 간편한 휴대가 가능하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사물인터넷 전용망 등 다양한 기술을 이용해 위치의 정확도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국내·외에서는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고령자를 돌보는 로봇연구가 활발하다. 본 연구를 위해서는 로봇이 보는 입장에서 고령자를 촬영한 데이터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로봇 연구에 적합하면서도 사람의 일상행동을 인식하는 데이터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연구진이 고령자의 일상을 도와 휴먼케어 로봇을 만들기 위한 데이터베이스(DB) SW가 공개했다. ETRI는 2018년부터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와 협력해 고령자가 실제 생활하는 가정 30곳을 3D 카메라로 영상 촬영해 데이터를 확보했다. 공개하는 데이터셋은 총 6,589개에 달한다. 이는 세계 최초로 고령자 실주거 환경에서 로봇 시점으로 촬영한 3D 행동인식 데이터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2017년부터 고령자 케어 로봇을 위한 행동 인식연구를 진행해왔으며, 다양한 환경에서 데이터를 구축해왔다. 2019년 11월에는 주거 환경을 모사한 아파트 테스트베드 환경에서 100명의 참가자와 함께 데이터를 마련키도 했다. 당시 ETRI는 55가지 일상행동이 포함된 3차원 영상 112,620개를 확보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3D 영상 데이터셋(ETRI-Activity3D)을 공개했다. 연구진의 노력으로 얻어진 고품질 데이터는 협약을 맺고 국내외 다수 기업, 학교, 연구소 등에 연구 목적으로 제공됐다.
ETRI는 이외에도 로봇의 비언어적 상호작용 행위를 학습하기 위한 데이터와 핵심기술들도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하고 있다. 현재까지 연구진은 고령자의 일상행동이 발생한 시점을 검출하는 행동 검출 기술 얼굴 특징과 옷차림 등 외형 정보를 인식하는 외형특징 인식 기술 의상의 색상과 스타일을 인식하는 기술 발화에 적합한 제스처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기술 등 총 8가지 기술을 공개했다.
고령인의
일상생활 돕는 시스템
전기자극을 통해 착용자가 원하는 대로 근육과 관절을 제어하며, 일상 활동과 근육 발달을 도와주는 기술도 주목을 끌고 있다. 걷기나 계단 오르기 등 특정 동작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신체활동에 적용 가능해 고령인의 근감소증이나 환자의 재활, 보행장애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ETRI는 근육에서 발생하는 근활성 신호에 전기자극을 주어 착용자가 원하는 대로 관절을 움직이게 하는 보행보조시스템을 개발했다. 본 시스템을 원하는 근육 위치에 패치 형태로 붙이고 활동하면 시스템이 사용자의 동작 의도를 파악한 뒤, 자연스럽게 동작을 제어해 자유도가 높고 안전하고 편안한 활동이 가능해진다.
기존 전기자극을 이용한 근육 강화 및 근수축 방식 제품들은 작동 시간과 패턴 등이 이미 프로그래밍 된 대로만 작동한다. 이로 인해 사용자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반복적인 동작만 가능해 효과적인 활용에 한계가 있다. ETRI 연구진은 근육 신호로부터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의도를 알아내 사용자별로 적합한 미세한 전기 신호(5~35mA)를 근육에 주어 운동을 보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신체에서 실시간으로 측정되는 복잡한 근육의 활성 신호로부터 빠르게 동작 의도를 감지한 뒤, 그에 맞는 전기 신호를 보냄으로써 정밀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보행 등 운동을 보조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신체활동 보조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고령인을 대상으로 하지 근육 8곳에 시스템을 부착한 뒤, 삼육대학교와 위탁연구를 통해 보행 기능 개선을 위한 탐색 임상 시험을 2년간 진행했다. 실험 결과,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신체기능평가 점수가 향상되었고 근육 사용률이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줄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울러, 보행속도 증가, 근육량 증가, 지면 반발력이 뚜렷해지면서 보행이 더욱 정상화되는 개선 효과가 있었다.
이처럼 ICT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서비스와 시스템이 고령자의 든든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령자 케어 기술은 인간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기술이 아닌 친구처럼 도와주는 역할이 되고자 한다. 이로써 ICT로 인해 인간의 삶이 조금 더 안락하고 편리하게 그리고 소외와 차별 없는 사회를 가꿔나가는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