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처리 기반
바이오인식 기술
2015년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에서는 보안 구역에 접근하는 이들의 걸음걸이를 디지털 스캐너로 분석해, 접근이 허락된 사람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바이오인식 기술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바이오인식 기술은 비밀번호를 설정해야 하는 불편함이 없고 모방 및 복제가 매우 어려워 도난·분실 염려가 없어 보안성이 우수하다. 우리 일상을 편리하게 해주는 바이오인식 기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바이오인식 기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스마트폰이다. 지문과 홍채, 얼굴로 잠금 해제가 가능한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바이오인식 기술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지문인식은 비교적 역사가 깊다. 우리나라에서는 1968년부터 만 17세가 되면 주민등록증 발급을 위해 본인 지문을 등록하고 있다. 사람들의 손가락 무늬인 지문이 모두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보안 기술로 널리 쓰이고 있다.
지문인식과 함께 홍채로 인증할 수 있는 바이오인식 기술도 확산되는 추세다. 사람의 눈에서 빛의 양을 조절하는 홍채는 신체 부위 중에서도 개인 간 차이를 잘 드러낸다. 홍채의 무늬는 생후 6개월 경부터 형성되어 두세 살이 되면 거의 완전한 모양을 지녀 평생 변하지 않는다. 특히, 이런 홍채 패턴은 지문 패턴보다 훨씬 다양해 식별력과 보안성이 높다.
아울러 스마트폰에서 지문인식과 함께 대세가 된 기술이 있다. 바로 안면인식 기술이다. 그동안 안면인식은 오랜 역사에 비해 보안성이 낮아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3D 스캐닝과 인공지능을 통한 딥러닝의 결합으로 다시 재조명받고 있다. 3D 스캐닝은 적외선으로 수많은 점을 얼굴에 뿌린 후 통합해 3D 모델을 만들어낸다. 단순히 외형을 보지 않고 눈과 입, 턱 사이의 각도와 거리, 광대뼈, 콧구멍 등 돌출 정도를 파악해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문, 홍채, 얼굴인식 등 현재 상용화된 바이오인식 인증기술들은 모두 이미지 처리 기반 기술로 자칫 복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복제가 불가능한
‘바이오인식’ 기술
최근 ETRI 연구진은 뼈, 근육, 지방, 혈관, 혈액 및 체액 등 인체 구성요소가 개인마다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특징을 이용해 전기 신호와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식별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인증기술이 외형 이미지에 치중됐다면, 이번 개발한 신기술은 신체 내부 구조적 특성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쉽게 예를 들면, 건강검진 시 초음파 촬영을 하거나 체지방을 측정하듯 손가락에 진동과 같은 기계적 신호나 미세한 전류와 같은 전기적 신호를 주어 손가락의 구조적 특성을 획득하고 사람을 구별해 인증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번 개발의 핵심기술로 생체조직 모델링 기술 딥러닝 생체신호 분석 기술 진동, 전극 소자 기술 등을 들었다.
성인 손바닥 크기만한 ETRI의 ‘인체 전달특성 기반 바이오인식 시스템’은 전기 및 음향 신호를 생성해 인체에 전달한다. 인증 단계 편의상 손가락으로 시연을 진행했지만, 신체 부위 어디든 미리 등록하기만 하면 인증 대상의 해부학적 특성을 모델링하면서 개인 식별이 가능하다. 또한, 손목시계형으로도 만들어 전극을 손목 부위에 닿도록 구현했고 향후, 센서나 칩 형태로 경량화할 계획이다.
바이오인식 기술의
미래상
ETRI 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통해 실제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에 기술을 적용해 사이버 금융 결제, 자동차 문 손잡이 서비스 제공 등 응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로 주목받는 자율주행 자동차에도 바이오인식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일례로 현대모비스는 차량용 지문인식 스마트키 시스템을 선보였다. 운전석 손잡이의 지문인식 센서로 문을 열고, 시동을 걸 때는 등록해둔 손가락으로 시동 버튼을 누르는 시스템이다.
스마트카에 적용되는 바이오인식 기술은 단순히 스마트키 역할을 넘어 운전자의 상태를 케어하는 기술로도 발전했다. 안면인식 기술로 운전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만약 졸음운전이 감지되면 자동차가 경고 신호를 보내는 등 사고 방지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바이오인식은 모바일 간편 결제 시장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미국의 한 온라인 쇼핑몰은 결제 수단으로 손바닥을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신용카드 대신 손바닥의 주름과 정맥 세부 형태를 포착해 신원을 식별하고 결제하는 원리다.
아울러 ‘생체정보 인증 신분확인 서비스’를 통해 항공기 탑승 수속과 항공사별 무인 체크인 서비스도 보급되고 있다. 스캐너에 손바닥을 갖다 대기만 하면 개인의 정맥 정보를 식별해 신분증 없이도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탑승 고객은 한 번만 생체정보를 등록하면, 향후 제약 없이 본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이제 발권부터 탑승 확인까지 모든 수속 절차를 바이오인식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확대될 예정이다.
이처럼 복잡한 절차 없이 터치하거나 바라만 보아도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향후 바이오인식 시장이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