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촉감을 느끼는
0.001초 실현
우리는 이미 자율주행차, 실시간 원격의료, 사물인터넷(IoT) 기기, 빅데이터 등 수많은 정보 송·수신이 생활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는 더욱 거대한 양의 데이터 정보가 생겨날 전망이다. 8K UHD 실험방송,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홀로그램 등 새로운 미디어 확산을 통한 초실감 사회를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폭증하는 유·무선 데이터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핵심기술 개발이 필요한 때다.
인간이 귀를 통해 소리를 듣고 구분할 수 있는 감각은 1/10초, 눈은 1/100초, 촉각은 1/1000초까지 정보 전달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인간의 감각을 빗대어 빠른 정보 전달이 가능한 인터넷을 촉각 인터넷(Tactile Internet)이라고 한다.
이동통신 기지국을 통해 와이파이(WiFi) 통신에 연결되었을 때 손으로 감각을 느끼듯 정보를 전달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기술이 있다. 바로, 광액세스 기술인데 20km 이내 구간에서 서비스 제공자와 가입자 사이의 구간을 광섬유로 연결해 유·무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광(光) 네트워크 기술이다.
이 때문에 광액세스망을 고속화, 저지연화, 저전력화, 저가화, 소형화, 지능화를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연구의 선결과제라 할 수 있다. ETRI는 사용자 정의 네트워크(SDN)기반 유·무선 액세스 통합 광네트워킹 기술(SWAN)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지난 2018년 11월, 기존 유선 인터넷의 최대 속도인 2.5Gbps를 뛰어넘는 25Gbps급 인터넷이 가능한 핵심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인간이 촉감을 느낄 수 있는 0.001초만에 데이터 전달이 가능한 수준으로 본격적인 촉각 인터넷 시대를 연 기술로 평가받는다.
촉각 인터넷 시대,
활짝 여는 ‘TiC-TOC’
그동안 인터넷은 통신 이용을 위해 많은 사용자가 연결되었을 때 속도가 느려지는 한계가 있었다. 이유는 인근 통신국까지 약 20km 내 존재하는 액세스망(Access network)에서 트래픽을 처리하는 속도가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기술적 난제를 25기가급 촉각 인터넷 기술로 해결하였으며, 본 기술을 ‘틱톡(TiC-TOC)’이라고 명명했다.
ETRI는 고속 광 수신 모듈 기술과 맥(MAC)기술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고속 광 수신 모듈은 낮은 광 입력 세기로도 깨끗하게 신호를 복원해주는 기술이다. 또한, 맥기술은 광섬유로 전달되는 트래픽이 초저지연(Low Latency)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패킷을 관리하는 기술이다. 본 기술들을 활용하면 인터넷 선로로 이용되는 기존 광섬유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레이저 동작 속도를 10배 키워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통신망을 광섬유 추가 포설(鋪設)없이 장비 개선만으로도 용량을 키우고 속도도 빨라진 셈이다.
연구진은 광 송·수신 모듈과 광트랜시버, 맥 기술을 하나로 묶어 마치 하나의 보드처럼 라인카드 내에 내장했다. 이후 본 기술을 통신국에 설치된 기존 가입자수용장치(OLT), 아파트나 빌딩 등에 있는 광네트워크단말(ONU)에 업그레이드하면 초고속, 초저지연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해 진다.
연구진은 본 기술은 ETRI가 기존에 보유한 채널본딩 기술 저지연 대역할당 기술 고감도 광수신 모듈 및 광송·수신 기술 등이 기반이 되었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 인터넷에서는 하나의 채널로 사용자마다 속도를 나누어 썼다면 이번 기술은 채널수와 속도를 증가시켜 많은 사람이 속도의 저하 없이 더 빠른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400Gbps를 넘어
1TB 개발에 도전
ETRI는 실감형 디지털 라이프 확산을 목표로 언제 어디서나 편리한 네트워크 접속이 이뤄질 수 있는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그 결과 ETRI는 모바일 백홀망과 소형 메트로망에서 1초에 200G 데이터를 보낼 수 있는 세계 최소형 크기의 광 트랜시버와 관련 기술을 개발했다. 이로써 데이터 병목현상을 해소하고, 소모전력과 장비 크기도 대폭 줄일 수 있어 초연결 시대를 앞당기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연구진은 기술구현을 위해 빛의 세기를 바꾸는 변조 방식을 변경했다. 한 번에 1비트씩 보내는 2단 변조(NRZ) 기존 방식 대신 한 번에 2비트씩 보내는 4단 고차변조(PAM-4) 방식을 채택하여 전송용량을 크게 늘린 것이다. 연구진은 기존 포털 업체의 데이터센터 내부 1km 이내에서만 사용되던 PAM-4 변조 방식을 80km 구간까지 확장해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또한, ETRI는 본 기술개발을 토대로 지난 3월, 400Gbps 속도를 내기 위한 요소 기술로 광 송·수신 엔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의 기술을 적용하면 10만 명이 동시에 고화질 유튜브 영상을 스트리밍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구진의 기술을 종합해 적용하면, 통신 장비의 전력 및 비용 문제도 개선할 수 있다. 기존 방식 대비 소모전력이 1.5배 낮고, 밀도도 4배 높아 장비 투자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본 기술은 초고속 대용량 광연결을 이루는 핵심기술로, 고품질 영상, 초실감 미디어 서비스 등에 필요한 광 인프라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해 향후 테라바이트(TB) 속도의 빛으로 연결되는 초실감 인터넷 시대의 주역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ETRI는 본 기술을 국내 광부품 업체들에 이전하여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비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국민 모두가 미래사회 기술을 더욱 빠르게 체감할 수 있도록 ETRI의 연구는 계속 진행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