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콘텐츠 바로가기

ETRI Webzine

VOL.151 April 2020   

People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광통신 기술

광무선원천연구본부 백용순 본부장

  • 400G 광 송·수신
    엔진 기술이란?

  •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이 세상 어떤 물체도 빛보다 빠르게 운동할 수 없다. 이렇게 빠른 빛을 사용해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이 바로 광통신 기술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많은 기술이 무선화되었지만, 실제로는 안테나에서부터 우리가 사용하는 단말까지만 무선일 뿐 나머지는 유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광통신 기술을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데이터를 주고받는 과정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데이터를 전달하는 역할은 ‘광(光)’이 합니다. 400G 광 송·수신 엔진 기술이란 데이터를 전달하는 트랜시버라는 기술보다 좀 더 작고 스위치 보드에 직접 장착하여(On-Board) 성능이 개선된 모듈을 개발한 것입니다. 광 송·수신 엔진 기술은 주로 대면적 데이터 센터에서 사용됩니다. 국내에서 대면적 데이터 센터가 흔하지는 않지만, 유튜브라던지 제4차 산업혁명에 활용되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VR·AR 등에 사용되는 대부분 데이터는 대면적 데이터 센터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하루에 20억 기가바이트(GB)라는 방대한 데이터가 생겨나고, 데이터 센터에 쌓이고 있습니다. 구글, 아마존, MS, 페이스북 등은 전 세계적으로 500개가 넘는 대면적 데이터 센터를 구축했으며, 그 규모는 축구장 크기의 2~3배 규모입니다. 실제로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 데이터를 찾을 때 데이터 센터 내부의 수많은 서버에 데이터들이 쌓여있습니다. 검색한 데이터를 빨리 찾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서버가 어떠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 연결하고 계속 통신해야 합니다.

  • ZB, 제타바이트

    (Zettabyte)

    1021를 의미
    1ZB는 1024엑사바이트(1EB=1024PB)로
    1조1000억 기가바이트 (GB)에 해당하며,
    3MB 안팎의 MP3 곡을 281조5000억 곡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

  • ETRI 400G 광 송·수신 엔진 측정실 동영상 시연

  • 그동안 데이터 센터가 데이터를 보관하고, 밖에서 필요하면 데이터를 찾아주는 역할이었다면, 지금은 인공지능 기능을 수행하는 하나의 커다란 슈퍼컴퓨터 역할도 합니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 내부에서 트래픽에 대한 해결이 굉장히 많이 요구됩니다. 2021년도에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가 오가는 양이 3.3 제타바이트(ZB)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1ZB라고 하면, 10억 테라바이트(TB)입니다. 이렇게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유튜브 스트리밍을 하거나, 데이터를 다운받을 때 오갑니다. 그런데 데이터 센터 안에서 이뤄지는 내부통신은 이것보다 4.7배나 많은 15.4ZB를 요구합니다. 실제로 밖에서 받아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가 내부에서 오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수치도 앞으로 계속해서 생겨날 애플리케이션으로 끊임없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문제는 이 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막힘없이 주고받느냐입니다. 우리는 보통 유튜브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 단말이나 PC로 사용합니다. 10여 년 전부터 가입자 주택이나 아파트에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그 데이터는 광으로 전송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단말은 무선으로 연결되어, 광으로 데이터가 전달되는지 여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안테나부터 단말까지는 무선이지만, 실제로 모든 데이터는 광으로 오갑니다.

    안테나부터 전화국까지는 모두 유선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가입자도 유선망으로 연결되고, 이동통신망도 유선으로 연결됩니다. 사용자가 단말기에서 동영상을 클릭하면, 이것들이 전화국을 거쳐 도시 간 연결하는 회선을 타고, 데이터 센터에 가서 데이터를 찾은 후 다시 유선으로 연결해 안테나로 돌아와 단말기에 무선으로 재생되는 형식입니다. 이 때문에 데이터 센터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 01

    ETRI의 광 송·수신 엔진 기술을 설명 중인
    백용순 본부장

  • ETRI만의
    기술 차별성은?

  • ETRI는 이번 광 송·수신엔진에 사용된 광원, 수신기를 비롯한 모든 부품 들을 모두 직접 설계해서 개발했습니다. 기존에는 데이터를 보내고 받는 모듈을 따로따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 각각의 모듈은 서로 신호 간 간섭이 있기 때문에 하나로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ETRI는 이러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의 모듈 안에 송신, 수신 기능을 합친 송·수신 엔진을 개발하여 400G 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광 송·수신 엔진을 하나의 모듈에 구현했고, 이는 세계에서 첫 번째 사례입니다.

    사실 비전공자에게 400G는 어느 정도 속도인지 감이 안 올 거예요. Full HD 영화를 예로 들면, 5GB 정도되는 Full HD 영화 10편을 1초에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입니다. 또 유튜브는 영상 크기가 훨씬 작기 때문에 10만 명이 동시에 데이터 스트리밍을 할 수 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집에서 사용하는 인터넷이 100Mbps정도 됩니다. 빠른 인터넷을 사용하면 기가 인터넷까지 쓴다고 하는데, 400G는 기가 인터넷의 400배, 100Mbps의 4,000배 수준입니다.

  • Mbps

    (Mega bits per second)

    초당 메가비트(백만비트)를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 전송속도를 나타내는 단위

  • 향후
    해결할 문제는?

  • ETRI가 개발한 400G 시장은 2019년도부터 움직임이 보였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이번에 개발된 광 송·수신엔진은 400G 신호 전송을 위해 100G 4개 채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출시되는 400G 광 송·수신기는 기술적으로 100G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50G 8개 채널을 사용합니다. 문제는 8개 채널을 사용하면 광원도 8개가 들어가기 때문에 비용이 올라가고, 제작 과정이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아마 2021년부터는 100G 4개 채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400G 시장은 올해부터 열리지만, 100G 4개 채널을 이용하는 시장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바라보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ETRI는 광 송·수신 엔진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소자 및 모듈 개발이 완료되어 성능 확보까지 진행된 상황입니다. 실제로 광 송·수신 엔진이 상용되기 위해서는 신뢰성이 필요합니다. 계속 필드에서 사용해도 오랫동안 안전하게 동작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한 셈입니다. 그 부분을 올해 보완 작업할 예정입니다.

  • TB

    (Terabyte, 테라바이트)

    컴퓨터 칩에 저장할 수 있는 정보량의 단위.
    1테라바이트는 1바이트의 1012

  • 02

    광무선원천연구본부의 연구 방향을
    설명 중인 백용순 본부장

    03

    ETRI의 광 송·수신 엔진 모듈

  • 광무선원천연구본부의
    계획과 목표는?

  • 광통신 부품 기술은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하고 어려운 분야입니다. 반도체의 발전 속도가 18개월마다 2배씩 성장하여 굉장히 빠르다고 하는데요. 40년 동안 100만 배 즉, 10의 6제곱의 엄청난 성장을 이뤘습니다. 그런데 광통신 기술은 30년 만에 100만 배 성장한 분야입니다. 그 정도로 기술개발이라든지 경쟁이 치열한 분야입니다. 이 때문에 기술력 확보를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광무선원천연구본부의 최종 목표입니다. 계속해서 광통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가능하다면 몇 개 분야에서는 ETRI가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면 합니다. 데이터 센터에 관련해서는 향후 800G, 1.6TB까지 바라보고 있습니다.

    Editor epilogue

    “광통신 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인프라 기술로, 성과만큼 기술이 부각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라는 에디터의 말에 백용순 본부장은 “광통신은 초연결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제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 초지능 시대라고 합니다. 데이터 센터라는 것은 일종의 큰 슈퍼컴퓨터를 말합니다. 가령 이세돌과 알파고가 바둑을 둘 때도 알파고가 필요한 정보들을 데이터 센터에 들어가서 찾아 보내는 것입니다.” 그의 말처럼 인공지능 기술을 구현하는 것 또한 데이터 센터에서 이루어진다. 때문에 광통신은 초지능에까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진 않지만, 제4차 산업혁명을 연결하는 광통신 기술력이 국내 최고 기술력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쭉쭉 뻗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