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는 물질의 화학반응으로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2차 전지는 전기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모아두었다가 필요할 때 전기에너지로 바꾼다. 2차 전지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최근 무게가 가볍고 전기에너지를 많이 만들어내는 리튬이온전지가 대세다. 근래 출시되는 노트북과 스마트폰 배터리는 대부분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한다.
리튬이온전지는 리튬이온(Li+)이 음극과 양극을 오가며 작동한다. 리튬이온전지의 음(-)극에는 흑연, 양(+)극에는 산소가 결합된 금속이 들어있는데, 두 전극 사이에는 액체 상태로 전류를 흐르게 해주는 전해질이 들어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전원을 켜면 리튬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만들게 된다. 음극에 있던 리튬이온이 양극으로 모두 이동하면 배터리는 방전되는 것이다.
이때 배터리를 충전기에 연결하면 양극으로 넘어간 리튬이온이 다시 음극으로 이동한다. 외부에서 공급된 전기에너지를 화학에너지 형태로 저장하는 것이다. 리튬이온이 모두 음극으로 돌아가면 충전이 완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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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 전지에 안전성을 더하다
2차 전지는 1차 전지와는 다르게 충전만으로 꽤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단점은 무엇일까?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장시간 이용할 때 과열로 인한 부풀림과, 강한 외부 충격이 가해지거나 구부러지고 휘어질 경우 폭발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리튬이온전지를 심하게 구부리면 액체 상태인 전해질이 새어나올 수 있는데 액체 전해질은 휘발유보다 불이 잘 붙는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도 액체 전해질이 새어나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나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에는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하기 조심스럽다. 연구자들은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배터리를 구부려도 문제가 되지 않는 고체 전해질을 찾았고, 마침내 ETRI 융복합센서연구그룹과 서울대학교 공동연구팀에서 고체 전해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리튬이온의 이동속도를 향상시켜 이온전도도를 높임과 동시에 이에 필요한 고온 열처리 시간은 줄이고 공정비용은 대폭 감소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다중원소 도핑 기술’을 적용했다. 연구진은 향후 고체 전해질을 기반으로 직접 작동하는 리튬이온전지를 만들고 연계기술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상용화는 2021년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액체 전해질 대비 성능을 높이는 것 또한 추진해야할 과제이다.
이 기술은 우수한 안전성을 갖고 이온 전도도 향상을 위한 실마리를 찾음으로써 차세대 리튬이차전지의 핵심소재인 고체 전해질 기술 확보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차세대 전지 개발에 한 발 더 나아갔음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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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배터리 안녕, 다양한 형태로 진화한다
리튬이차전지 개발과 더불어 휴대가 간편하고 모양을 이리저리 바꿀 수 있는 신형 2차 전지도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 2013년 LG화학에서는 케이블 형태의 배터리를 개발하여 섬유처럼 직조되면서 모양도 자유자재로 휘는 배터리를 선보였다.
2015년 스웨덴에서는 접거나 둥글게 말아도 전기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종이형 배터리가 개발되어 놀라움을 주었다. 나무를 이루는 섬유를 나노 크기로 쪼갠 뒤 전기가 통하는 고분자 화합물과 혼합해 종이처럼 얇은 모양의 배터리를 만든 것이다.
최근 몸 안에 이식하는 전기 의료기기가 늘어나면서 미국에서는 몸 안에서 녹는 생분해성 배터리가 등장했다. 이는 의료기기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한 뒤 몸 안에서 녹는데, 건강에 해롭지 않아 방전된 배터리를 다시 꺼내야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가장 최근 국내 연구진은 물에 ‘나트륨’을 넣어 나노시트를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이차원 반도체 개발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 향후 이 기술의 성능이 완벽하게 구현 됐을 때 이차원 소재 나노시트는 전기자동차의 고용량축전지, 이차전지, 유연하고 투명한 전자기기 등에 활용될 것으로 본다. 이 외에도 전지 소재를 섬유에 입힌 섬유 배터리, 몸의 열로 전기를 생산하는 신개념 열전소자 등도 개발되고 있다. 앞으로 더 편리하고 다양한 산업에 적용가능 한 신형 배터리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