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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vol.30 2015.01.09
인터뷰
ETRI정신은 ‘멸사봉공(滅私奉公)’입니다

“복잡·다양해져가는 ICT 환경을 고려할 때 융합보안을 빼놓고 미래 보안을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ETRI의 기본적인 임무는 연구개발과 기술이전이겠지만,
인재배출 역시 ETRI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1979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정보실 근무를 시작으로 연구기획실장, 지식경영연구부장을 거쳐,
2000년부터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정책기획단장, 경영혁신단장을 역임하였고
2008년부터 2년간 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상근부회장으로 활동했던 경기대 백의선 교수.

KAIST에서 경영공학박사를 취득하고, 우리나라 최고위 안전보장과정인 국방대학교를 졸업하였으며,
ICT 기술경영과 정보보호 분야에 몸 담아오면서,
ICT 공공기관 간부로부터 보안산업계 대변인, 그리고 교수로 변신을 거듭해왔다.
현재 ETRI 총동문회 사무총장이자, 미래 보안 전문가를 교육·양성하는데 온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경기대학교 백의선 교수입니다.

ETRI를 떠난 지 15년이 지났지만, 존경하는 선배님들, 동료들과 함께 청·장년기를 보낸 첫 직장이기에 제 마음은 늘 ETRI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대를 앞서갔던 ETRI에서 축적한 기술과 지식 덕분에 지금도 대학에서 열심히 활동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미래를 그리다 발굴하다 실현시키다

제가 ETRI에 입소했던 당시는 국민들에게 ICT기술이나 산업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했습니다. 80년대에 들어와 빠른 속도로 통신사업이 민영화되면서 KT와 데이콤에 의한 복점 경쟁이 시작되었죠. 2000년, 제가 ETRI에서 이직하던 때가 반도체, 주전산기, CDMA와 같은 핵심 기술들이 ETRI의 주도로 개발되고 상용화되어서 우리나라 ICT산업이 take-off 단계에 들어간 시기입니다.

마침 어제 한 모임에서 제가 연구기획실장을 맡았던 1995년 당시 20대 중반의 실원이었던 상명대 유진호 교수를 만났습니다. 양승택 원장님의 지시로 우리 실이 주관하여 추진했던 ‘2015년의 정보통신’ 기술기획 사업을 함께 했던 친구입니다. 2,3년 앞을 내다보기도 힘든데 ICT기술과 서비스 전 분야에 걸쳐 이십년 후의 미래를 그린다는 것은 극한의 정신적 고통을 수반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그 때 찾은 해결의 실마리가 ‘유진호 연구원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는 이 세상이 어떤 모습일까?’입니다. 이런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방향을 잡고 연구부장들과 함께 밤새 토의를 하면서 로드맵을 완성시켰습니다.

국민의 행복과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대한민국 헌법 조항에서 ICT 연구개발의 방향을 추출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서비스와 네트워크 그리고 여기에 필요한 미래 핵심기술을 발굴했던 이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때 적용했던 기획방법론 The future of Information Technology(Vision 2015)가 1998년에 IOS Journal의 우수논문으로 선정되었을 때 매우 기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까마득히 먼 미래였던 2015년이 왔네요. 20년 전 그 때 그 기술 기획서가 웨어러블 쪽은 다소 진행이 늦지만 95% 이상의 정확도를 구현한 것을 보면서 깊은 자긍심을 갖게 됩니다. 이제는 사회 중견이 된 유진호 교수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20년 뒤를 다시 그려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바로 먼 미래에 도전하여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자세로 창조적인 기술가치를 구현하는 정신이야 말로 첨단 ICT 기술의 상용화를 선도하는 ETRI의 연구원들이 갖추어야 할 최고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인터넷 시대를 이끄는 보안 전문인이 되기까지

보안기술분야 역시 ETRI가 오랫동안 씨앗을 뿌린 분야입니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인터넷의 대중화가 이루어졌고,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가 세계적으로 보고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03년에는 30분 만에 전 세계 인터넷망이 마비되는 1.25 인터넷 대란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이것이 암호를 중심으로 하는 보안에서 전자적 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한 네트워크 보안기술과 관리적 보안기술까지 빠르게 발전한 배경입니다.

ETRI를 떠나 8년간 정보보호진흥원의 선임단장으로서 보안 산업의 전 부분에 적용되는 공공 정보보안사업의 기획을 주도했고, 국방대학교에서 국가 안전보장에 필수적인 민군겸용 기술로서의 정보보안기술의 발전전략을 제시하였습니다. 이어서 2년간 정보보호산업협회의 상근부회장과 이후 경기대 교수로 있으면서 지난 5년간 꾸준히 중소기업을 위한 보안기술 기획사업을 주도해 왔습니다.

여기서 제가 얻은 소중한 경험은 국가 보안기술혁신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려면 산학연 그리고 민과 군이 유기적으로 분업하고 협업하는 기술문화의 정착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보안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자신이 속한 조직만을 생각하는 이른바 ‘동업하는 자식은 낳지도 말라’는 낡은 사고는 빨리 떨쳐 버려야 합니다.

ETRI 총동문회 사무총장으로서 새롭게 모임 체계를 정립하면서

올해로 ETRI 창립 38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동문회의 Identity를 두고 이런 저런 논의가 진행되면서 동문 수는 4,800여명에 이르렀지만 이제 비로소 1,000여명의 동문록이 정비되었습니다. 동문회 활동이 생각보다 미진한데 대해 동문들께 매우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지난해, 초대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내신 경상현 박사님의 제안으로 12월부터 평생회비 10만원을 걷기 시작하여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1,200여 만 원이 모금되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근조기를 만들어 동문들이 요청할 경우 총동문회의 근조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경축기 사용을 목표로 1차 모금 분을 포함해 3,000만원을 2년간 조성하려고 합니다. 여러 동문님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합니다. 장기적인 목표로 모금한 규모가 1억 원이 되면 장학지원 사업도 가능해지리라 봅니다.

올해 3월부터 앞으로 2년 동안 제3기 ETRI 총동문회가 활동하게 됩니다. 이를 시작으로 집행부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지회와 분회를 구성하고, 각 지회와 분회의 책임자가 총동문회의 부회장을 맡는 형태로 운영 할 것입니다. ETRI의 센터가 있는 대구경북권, 광주전남권, 부산경남권과 10여명 이상의 ETRI 출신들이 있는 KAIST, 외국어대, 안동대 등에 지회가 지정됩니다. 분회는 등산, 골프, 야구와 같은 취미별이거나 과거 CDMA 개발을 주도했던 이동통신단과 같은 출신부서별 모임 등으로 구성 됩니다. 지금도 동문회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전국적으로, 그리고 해외에서도 ETRI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임들과 구성원들을 알려 주시면 특성에 맞추어 지회나 분회로 지정하여 공식적으로 활동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특히 ETRI에서 오랜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하는 직원들이 본격적으로 배출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국가적 사업의 하나인 고령 퇴직자들의 재활용을 위하여 연구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하였습니다. 이런 하나하나의 작은 모임들이 앞으로 ETRI 총동문회를 활성화시켜 나가는 전위 활동이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ETRI가 심어준 신조 ‘세계 최고, 최초의 가치 추구’

뒤돌아 보건데 오늘의 제가 있게 된 배경에는 늘 ETRI가 함께 했습니다. ETRI 재직시절에 강조되었던 Spirit of Excellence나 일신(日新)의 정신은 막 회갑을 넘긴 지금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ETRI 정신 때문에 공부도 했고 자리에 연연치 않고 가고 싶은 곳에 가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데 큰 보람을 느끼지 않았나 합니다. 앞으로도 저와 함께 하는 제자들이 세계 최고의 가치를 추구하는 훌륭한 보안전문가가 되도록 지도해 나갈 것입니다.

끝으로 ETRI의 2,500여 임직원들께서도 지난 약 40년 동안 동문들과 함께 달성한 빛나는 연구개발 성과를 토대로 앞으로도 국가 ICT R&D 사업에서 많은 산학연 partner들의 신뢰를 받으면서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핵심기술 개발에 더욱 매진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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