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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06 20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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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해안길을 따라 걷는 ‘힐링로드’
파도의 울림 따라 걸어가는 길

이기대 해안산책로는 부산을 대표하는 둘레길이다. 해안절벽 사이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트래킹을 즐기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산책로 곳곳의 기암절벽과 시원한 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이 뭇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떄문이다.

이기대라는 이름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수영성(水營城)을 함락시키고 경치 좋은 이곳에서 축하연을 열었는데, 그때 수영 지역의 의로운 기녀 두 사람이 잔치에 참가했다가 왜장에게 술을 권해 취하게 한 뒤 왜장과 함께 물에 빠져 죽었다. 두 기생은 이곳에 묻히게 되었는데 그 이후 이곳은 ‘‘이기대(二妓臺)’로 불리게 되었다.

본격적인 해안산책로는 ‘동생말’에서 시작한다. ‘동쪽 산의 끝자락’이란 뜻으로, 이곳을 기점으로 해안을 따라가면 곳곳에 위치한 아름다운 자연의 신비를 마주하는 트래킹이 시작된다. 해안을 따라 형성된 울퉁불퉁한 바위와 맑은 바닷바람을 쐬며 걷다보면 동생말과 어울마당을 이어주는 5개의 ‘구름다리’를 만나는데, 이곳에서는 부산의 대표적인 다리인 광안대교를 가장 가까이에서 조망할 수 있다. 이 구름다리는 이기대 해안산책로 조성 과정에서 지어진 것으로 절벽을 가로질러 나 있다. 웅장하고 화려한 외관보다 실용성에 초점을 맞춰 지어져 태풍에도 훼손되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다. 눈에는 탁 트인 바다와 아름다운 절벽을, 귓속에는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소리를 담을 수 있다.

또한 이곳에서는 오랫동안 간직되어 온 자연의 모습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흔적을 마주할 수 있는데 동굴체험을 할 수 있는 ‘해식동굴’과 ‘해녀막사’이다. 해식동굴은 과거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졌는데, 육지에 노출된 이곳은 지각 융기의 증거가 된다. 그 길에서 조금만 더 걸어 가면 해녀들의 어구를 보관하거나 옷을 갈아입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인 해녀막사를 만난다. 이곳은 현재까지도 10여 명의 해녀들이 해삼·전복·성게·미역 등 각종 해삼물을 채취하며 살아가는 삶의 터전으로 이용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파도와 싸우며 해녀들이 쌓아놓은 삶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자연의 기록이 오롯이 남아있는 길

해녀막사를 벗어나면 어느새 어울마당에 도착한다. 어울마당에서 아스라이 보이는 광안대교와 동백섬이 사진 한 장에 담긴 듯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은 신비스러운 모습과 재미난 명칭을 지닌 갖가지 바위들로 둘러 쌓여있다.

예컨대 절벽 위에 앉아 있는 ‘농바위’의 ‘농’은 버들채나 싸리로 만든 옷을 넣는 함을 말하는데, 그 이름처럼 모습이 농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농바위를 바로보고 있노라면 절벽의 가장자리에 자리한 그 모습이 경이롭기도 하며 또한 자연의 신비스러움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또한 까마득한 높이의 해안절벽과 바위들로 절경을 이루는 치마바위 역시 그 모습에서 이름을 따왔다.

어울마당은 부산의 ‘지질공원’이라 불리는데, 화산활동을 증명하는 자료들이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해안 절벽이 침식돼 점점 육지 쪽으로 물러나면서 발달한 평탄한 지형인 ‘파식대지’와 10여 개의 원형 웅덩이가 그 자연의 기록을 오롯이 기록해 두고 있다. 특히 이 웅덩이는 한때 공룡 발자국으로 추측되었으나, 퇴적암 빈틈에 모래와 자갈이 들어가 파도에 의해 침식되며 만들어진 구멍으로 밝혀졌다.
다섯개냐, 여섯개냐 그것이 문제로다

자연의 신비함을 확인함과 동시에 둘레길의 종착지 ‘오륙도 선착장’에 당도한다.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도 한 오륙도는 보는 각도에 따라 섬이 다섯개로 보였다가 여섯개로 보이기도 해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이 섬들은 육지에서 가까운 것부터 ‘방패섬-솔섬-수리섬-송곳섬-굴섬-등대섬’ 순으로 자리하고 있다. 세찬 바람과 파도를 막아주는 방패섬, 수리들이 모여 갈매기를 사냥하는 수리섬, 소나무가 많은 솔섬, 작고 뾰족한 송곳섬, 섬 가운데 굴이 있는 굴섬, 등대가 세워진 등대섬이다.

오륙도 끝에는 해안 절벽 위에 설치된 ‘스카이워크’가 있다.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어 수 십 미터 발아래 펼쳐진 해안 절벽이 장관이다. 또 가파른 절벽과 하얀 포말을 뿜어내는 파도가 한눈에 들어와 보는 이에게 짜릿한 감흥을 선사한다. 특히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보는 오륙도와 태종대는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오륙도에는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면 놓치게 될 숨은 명소가 하나 있다. 동해와 남해의 경계선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그것이다. 사람들은 막연히 부산이 남쪽이라고 여기지만 이 이정표를 중심으로 왼쪽은 동해바다, 오른쪽은 남해바다이다. 비록 길은 사람의 잣대로 동과 남으로 나누어졌으나, 서로 자유롭게 부딪히며 일렁이는 물결을 보고 있자니 자연만의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트래킹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한층 여름에 가까워지는 날씨 탓에 간단히 목을 축이고자 팥빙수 집을 찾았다. 이기대 입구 맞은편에 위치한 ‘할매 팥빙수’. 얼음을 갈아 그 위에 우유, 과일젤리, 그리고 직접 삶아 만든 팥이 팥빙수 재료의 전부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모습이지만 그 옛날 그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추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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