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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06 20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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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큰 목표를 향해 넓게 보고, 곧게 나아가길···

Q. ETRI 임직원들에게 인사말씀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웹진을 통해 인사를 전하는게 새삼스러울 만큼, ETRI 연구원들이나 동문들과는 자주 만나곤 합니다. 하지만 방송통신, 미디어를 제외한 타 분야의 연구원들과는 교류할 기회가 적었던 터라 웹진을 통해서나마 안부를 전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평소 ETRI 전·현직 동문들이 더욱 자주 만나고 교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왔지만, 저 역시 그런 부분에 있어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Q. ETRI 재직 시절 주력했던 연구내용을 소개해주세요.

ETRI에 근무하는 동안 운이 좋게도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새로 시작하는 일들을 많이 맡았습니다. 처음 입소해서 시작했던 위성 개발도 그렇고, 위성방송, 지상파TV, 3DTV 등 제가 개발초기에 참여했었던 사업들이 나중에는 실에서 부로, 부에서 단으로 점점 규모가 커지더군요. 초기에 기획에서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할 때까지 참여했던 연구들이 진척되는 과정이나 성과가 나오는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물론 현재까지도 무궁화위성을 통해 위성방송이 원활히 방송되고 있고, HDTV가 상용화되어 가정에서 고화질 영상을 시청하는 것을 보면서, 작은 부분이나마 기여했다는 것이 뿌듯하고 흐뭇한 마음입니다.

Q.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는다면 방송기술연구부장, 방송시스템연구부장 시절에 전 직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HDTV, 3DTV 기술을 개발했던 시절이 아닐까 합니다. 소스부터 방송송출, 방송수신까지 전체 방송시스템을 100% 우리 손으로 개발했으니까요. 숱하게 밤을 새워가며 고생하면서도 참 즐겁게 일했습니다.
입소 초기에 한국형 통신방송위성(무궁화위성) 개발을 위한 사업계획 수립에 참여했던 일도 기억에 남습니다. 연구소에서 사업계획안을 작성한 후, 1989년에 정보통신부에 파견돼 위성사업계획서를 만들었는데 그 해 12월 24일, 성탄절 전날 겨우 의결됐었지요.
전체적으로 보면 보람도 있었지만 아쉬움이 더 큽니다. 특히나 DMB 사업이 기술개발 성공과 별개로 규제라는 문제에 가로막혀 성공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제게 주어진 성공이 제 노력만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듯이, 실패도 당시 사회상황 속에서 거스를 수 없는 결과였으리라고 생각합니다.

Q. 창업 동기 및 사업 경영 스토리를 들려주세요.

어떤 측면에서 보면, 연구소에 있으면서 직접 끝마무리까지 보지 못한 연구들에 대한 아쉬움이 창업을 결심하게 한 동기였던 것 같습니다. ‘연구를 위한 연구’로 끝나고 마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도 있었습니다. 더 원천적으로는 내가 개발한 기술로 세상을 바꿔보고 싶은 의욕적인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ETRI에서 연구했던 원천기술을 사업화하기로 마음먹고, ‘넷앤티비’라는 DMB컨셉의 방송 솔루션을 개발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를 세웠습니다. H.264, 코덱 등 기존 솔루션과 차별화되는 인터렉티브한 솔루션을 제품화 해 사업에 첫발을 내딛었지만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해관계 등 방송 분야의 특수한 환경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하나의 제품을 사업화하는 것은 규제를 새로 만들고 방송법 자체를 바꿔야하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막막한 상황에서 선택한 돌파구는 사업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즉 ‘모바일 앱 북 저작도구’라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여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아직 시작단계지만 작년에는 ‘Studio4UX’라는 솔루션으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을 수상하고, 국내 대기업과 방송사의 표준 앱 북 저작 시스템으로 채택되는 등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지만, 어떻게 보면 벤처기업에게는 원천적으로 안정이란 없는 것이며, 항상 도전해야 하는 것이 숙명이 아닐까 생각 합니다.

Q. 외부에서 바라본 ETRI의 모습과 ETRI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ETRI에 근무할 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ETRI인으로서 항상 ETRI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죠. 바라는 것을 얘기하려면 아쉬운 부분부터 떠올리게 되는 것 같군요. ETRI를 포함한 출연연의 모습을 지켜보면, 연구개발에 있어서 국가적인 기술개발 계획을 견고하게 이어 가지 못하고 큰 목소리들에 의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국가기관으로서 정부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기관으로서 일정 부분 주체적인 노력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단기적인 개별 연구 측면이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 기술 트렌드를 깊이 있게 도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태스크포스 차원의 소규모적인 노력이 아니라 연구원 차원에서 이 부분에 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무가 아닌 숲 전체를 보는 원대한 시야의 연구가 국가경제를 튼튼하게 하고 결국 ETRI의 미래도 밝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Q. 향후 계획과 바람은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모든 기업의 목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업의 부를 쌓을 뿐만 아니라 나라를 더 부강하게 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저는 아직 훌륭한 기업인은 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미디어 산업이 지향하는 부분에 있어서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는 점에서 자부심도 느낍니다. 앞으로도 넷앤티비가 요소기술들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미디어 산업의 트렌드를 리드하는 역할을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동안 사업을 하면서도 미디어와 콘텐츠에 관련된 일들을 하다 보니 ETRI의 도움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특히 주력사업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및 스마트 러닝 분야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부분에서 ETRI와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고 있어 기대가 큽니다. 앞으로도 넷앤티비와 ETRI가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며, 저 역시 미약하나마 ETRI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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