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가르침이 빛나는 산
광교산은 경기도 수원을 중심으로 용인, 의왕, 그리고 성남시에 걸쳐있는 산으로, 성남시 분당구 석운동은 광교산 줄기가 남북으로 뻗은 산맥의 동쪽 사면에 위치하고 있다. 산줄기가 여러 지역에 뻗어있어 접근성이 좋다보니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등과 함께 수도권 시민들이 많이 찾는 산으로 꼽힌다.
광교산이라는 이름은 ‘찬란한 광채가 하늘높이 솟구쳤다’는 뜻으로, 예부터 수원 8경의 하나로 꼽힐 만큼 경치가 수려하다. 특히나 광교산에 눈이 수북이 쌓여 있는 경치는 8경 중에서도 첫째로 꼽히며, 심산유곡에서 흘러나와 수원천을 이루는 맑은 계곡물 또한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한편, 광교산의 본래 이름은 광악산(光岳山)이었다. 후삼국 쟁패기에 왕건이 마지막 장애였던 견훤을 제거하고 송도로 귀향하는 길에 광악산의 행궁에 잠시 들렀는데, 그는 군사들을 위로하던 중 산에서 광채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 ‘부처님의 가르침이 빛나는 산’이라는 뜻으로 광교산(光敎山)이라 부르게 했다.
광교산은 등산코스가 공식적으로 10개가 넘을 정도로 산행 경로가 다양하지만, 보통 3~4개 코스가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그 가운데서도 경기대 입구 옆 광교저수지가 보이는 ‘반딧불이화장실’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가장 대중적이다. 또한 수원시 상광교동 13번 버스종점에서 시루봉에 오른 후 비로봉과 형제봉을 거쳐 경기대로 하산하거나, 의왕시 왕곡동 지지대에서 산행을 시작해 통신대와 억새밭을 지나 시루봉으로 내려오는 코스도 산세가 순해서 부담이 없는 코스로 꼽힌다.
등산로 곳곳에서 만나는 산행의 묘미
경기대 입구 부근의 반딧불이화장실을 기점으로 백년수, 형제봉을 거쳐 시루봉에 오르고 통신대와 광교헬기장을 지나 지지대로 내려오는 제1코스를 택해, 광교산을 오르면 본격적인 능선에 있는 ‘백년수’까지는 길이 험준하지 않고 완만해 쉬이 걸어 올라갈 수 있다. 광교산은 전망이 탁 트인 편은 아니지만 능선을 타고 오르다보면 곳곳에서 광교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특히 이 무렵, 위에서 내려다보는 광교저수지는 벚나무들이 물가를 둘러싸 하얀 꽃띠를 이룬 모습이 황홀한 풍경을 자아낸다. 광교산의 능선은 완만하면서 매우 한적해 오르기가 무척 쉽다. 유유자적 한가로이 걷다보면 백년수에 금방 도착할 수 있다. 백년수의 약수터에는 위엄 있게 앉아있는 거북의 입에서 물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져 나와 본격적인 산행을 앞둔 등산객들의 목을 축여준다.
백년수에서 첫 봉우리인 형제봉까지는 500m의 짧은 거리이지만, 봉우리 가까이 가면 제법 가파른 암반길이 나타난다. 형제봉으로 오르는 길에서 만나는 암반에는 로프가 걸려 있는데, 위험한 코스는 아니지만 등산객들의 안전과 재미를 위해 설치된 것이라 한다. 로프를 붙잡고 절벽을 타듯 엉금엉금 기어오르면 형제봉에 다다른다. 형제봉 정상에는 여러 그루의 노송이 서 있어 광교산에 멋스러움을 더한다. 사방으로 시야가 탁 트인 바위 위에서 청명한 하늘을 올려다보고, 소나무와 바위로 뒤덮인 능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며 멀리 수원시내까지 전망해 볼 수 있다.
형제봉을 지나 비로봉으로 향하는 길은 꽤나 가파르다. 곳곳에는 등산객들이 오르기 편리하도록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다. 비로봉 위에는 험로를 오른 등산객들이 숨을 고르며 쉴 수 있도록 팔각정도 만들어 놓았다. 비로봉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이내 광교산 정상인 시루봉에 도착한다. 광교산의 경계는 약간 모호하다. 능선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친 듯한 느낌을 주는데 행정구역상 용인시의 땅에 정상이 있다. 그래서인지 정상에서의 조망은 용인 쪽만 바라보이며, 맑은 날에는 멀리 여주까지도 볼 수 있다.
시루봉에서 통신대 방향으로 이어지는 언덕길은 이 무렵이면 초록 잎이 돋은 초목으로 뒤덮인다. 간혹 약간의 경사가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완만한 능선이어서, 천천히 걸어 내려오며 광교산의 푸른 여유를 느끼기 좋다.
절터약수터에서 담아가는 맑은 기운능선 아래에는 절터약수터가 자리고 하고 있다. 절은 사라진지 오래인데 그 자리에 약수터가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 옛날 미학사라는 절이 있던 곳이다. 전설에 따르면 많은 눈이 내리던 날 우연히 사찰로 찾아든 나그네가 있었는데 마침 스님들도 끼니를 보전키 어려운 형편임에도 남은 쌀을 공양을 했다고 한다. 눈이 그치면서 나그네는 홀연히 절을 떠났고 남은 스님들은 굶주림에 힘들어 하고 있을 즈음, 하늘에서 쌀자루가 떨어지게 가서보니 학이 쌀을 물어다 주고 있었다. 이러한 전설 때문에 쌀 ‘미(米)’자가 들어간 미학사(米鶴寺)라고 불린다고 한다.
특히 수원천의 발원지인 이곳 절터약수터는 가뭄이 들어도 일년 365일 절대로 물이 마르지 않는 곳이다. 2013년에 물줄기가 시작되고 물이 마르지 않는 등 학술적 조건을 충족해 발원지로 선정됐다.
절터약수터의 맑은 기운을 받아 촉촉이 목을 적시고 하산을 위해 천천히 걸어 내려가면, 헬기 착륙을 위한 광교헬기장을 만난다. 안전한 헬기 착륙을 위해 수목을 제거해놓았는데, 덕분에 의왕, 산본 방향으로 시원하게 시야가 트여있는 전망이 산행의 대미를 장식한다.
지지대를 끝으로 ‘반딧불이화장실’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끝이 난다. 지지대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참배하고 도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수원에서 서울로 가는 마지막 고개인 이곳에서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니 가는 길이 더디어져서 붙여졌다고 한다.
코스의 마지막인 지지대를 걸어 내려오면 보리밥으로 유명한 ‘종점농원’이 있다. 보리밥을 주문하면 버섯, 고사리, 생채, 콩나물 등 갖가지 반찬들이 한상 가득 올라오는데, 보리밥과 함께 쓱싹쓱싹 비벼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광교산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로는 아름다운 자연풍경도 있지만 다양한 등산로가 있어 산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로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약수터에서 목도 축이고 기지개도 한번 켜면서 여유롭게 능선을 걷는 산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