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먼저 웹진 독자와 ETRI 임직원들에게 인사말씀과 근황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ETRI 임직원 여러분 모두 안녕하신지요. 컴퓨터소프트웨어 연구소장 직에서 물러나 학교로 돌아온 지 벌써 11년이 지났습니다. 세월이 참 빠릅니다. 그동안 저는 선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로서 학생들 교육에 충실하고자 노력해 왔으며, 2007년도부터는 사단법인인 ITRC협의회 회장을 맡아 전국 23개 대학에 설치되어 있는 43개 연구센터를 8년째 이끌어 오고 있습니다. 또한 2012년도 3월부터는 우리 대학의 부총장과 대학원장직을 맡아 수행하고 있는데 이제 정년을 3학기를 남겨 놓고 있어 현역으로서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끝까지 성실히 맡은 임무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현재 선문대학교 부총장 및 대학원장, 차세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환경 연구센터장, ITRC협회 회장을 맡고 계신데, 주요 활동사항을 말씀해주세요.
과거 정부통신부 지원사업인 임베디드소프트웨어 개발환경 연구센터(ITRC)를 2003년에 유치하여 2011년 말까지 8년간 선문대를 중심으로 KAIST, 서울대, 경북대, 성균관대, 한양대, 인하대, 한국외대, 숙명여대 소속의 열여섯분의 교수님들과 함께 연평균 40여 명의 석박사과정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료하였습니다.
2007년부터는 ITRC협의회장을 맡아 약 40여개의 연구센터들이 보다 우수한 연구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환경구축을 위하여 노력해왔으며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성과가 우수한 ITRC사업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제가 맡은 센터가 사업종료 되었음에도 모든 센터장님들의 부탁으로 2년의 임기를 한 번 더 수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Q. ETRI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거나 ETRI 출신으로서 뿌듯했던 일이 있었다면 말씀해주세요.
저는 1977년부터 2000년까지 23년간을 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학교로 옮겼다가 다시 돌아와 컴퓨터소프트웨어연구소장을 했던 2년까지 보태면 25년이네요. 이 근무경험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최신의 산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연구분야에 있어서도 훌륭한 팀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덕분으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에서도 대학원장과 부총장을 지냈으면 성공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자리도 결국 ETRI에서의 근무경력과 경험을 높이 산 것이라 생각합니다. ITRC협의회장이라는 위치도 그런 의미에서 제게 부여된 업무이지요. 훌륭하신 선배님들, 훌륭하신 동료분들, 그리고 훌륭하신 후배님들이 계셔서 제 능력 이상으로 40년을 잘 지내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 재직 당시 기억에 남는 일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저는 1976년 12월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공채로 합격해서 1977년 2월 전자기술연구소 연구원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당시 국내 컴퓨터기술은 대부분 사용자교육 중심으로 해외에서 도입한 대형컴퓨터가 설치된 전산실을 운영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인텔을 비롯한 많은 반도체 업체들이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만들어냈고 우리는 이를 가지고 소형 마이크로컴퓨터를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습니다. 3~4년 후에는 8비트/16비트 마이크로컴퓨터들을 만들어 냈고 이를 경험으로 교육용컴퓨터 5,000대 개발 및 생산보급, 16/32비트 유닉스 컴퓨터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우리들은 당시 행정전산망구축 사업을 계획중이던 정부에 중대형 컴퓨터를 만들어 보겠다고 나섰습니다. 지금도 행정전산망용 주전산기개발사업에 향후 4년간 335억 원을 투자한다는 사업계획 확정 대통령결재서류가 눈에 선합니다. 삼성, LG, 대우, 현대가 공동개발에 참여했고 전산망 구축주관은 데이콤이 했는데 역할분담이 잘 안되어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4년 후 제품을 완성하여 국내 각 사이트에 설치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공로로 1991년 11월 정원식 총리께서 국민포장을 제 가슴에 달아주셨습니다. 대단한 상은 아니지만 사진이 잘 나와서 지금도 저희 집 현관에 붙어 있습니다.
이후 제가 시스템연구부장 겸 사업책임자로 있을 당시 고속중형컴퓨터, 고속병렬컴퓨터 등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하였는데, 얼마 전 그 당시 설계했던 고속병렬컴퓨터 시스템버스에 관한 특허를 미국이 초기사용료 수억 원에 사들여 당시 출원한 연구원들이 혜택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1997년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정보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겨 3년간 ETRI 연구개발사업 지원을 위하여 힘쓰다, 2001년 7월 다시 ETRI 컴퓨터소프트웨어연구소장으로 부임해 많은 기획과제를 수행하였습니다. 당시 미래지향적으로 개편했던 인터넷서버기술, 지능형 정보단말기술, 3D영상컨텐츠기술, 휴머노이드 컴퓨팅기술, 임베디드시스템기술, 온라인게임기술, 바이오인포매틱스연구 등이 발전하여 현재 ETRI의 현재 연구체제에도 적으나마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 대학이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또한 이공계 육성을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 지방사립대학의 형편이 매우 어렵습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학령인구의 감소 때문이지요. 2018년 이후에는 지금보다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정부에서는 지방대학들에게 정원감축을 유도하고 특성화분야를 지역산업계와 연계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공계 인력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상황을 보면 인문계에 비하여 2배 이상이고 중산층 이하에서는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농공상의 문화적인 배경으로 이공계 출신들이 소위 출세의 기회가 적고 직업의 생명주기도 짧다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지요.
이공계 인력들은 출세보다는 자기업무에 대한 성취도를 만족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리고 과학기술 성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습니다.
Q.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에 대해서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아직 쉴 만큼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괜히 정년을 65세로 정해 놓았겠습니까? 체력적으로도 모든 것이 젊고 패기 있는 분들만 못하겠지요. 크고 중요한 일들은 후배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은퇴 후에는 지난 10년 동안 공동연구를 해온 중국 우전대학에 초빙교수로 지원해 몇년간 활동할 생각입니다. 우전대학은 제가 4년 전 안식년을 보낸 곳이기도 하지요.
ETRI에서 연구원으로 25년, 선문대학교에서 교수로 15년, 도합 40년의 직장생활을 곧 마무리하게 됩니다. 그동안 부족한 저를 늘 사랑으로 보살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적으나마 후배들에게도 기억되는 선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