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묘화와 색의 혼합
컴퓨터나 핸드폰, 카메라 등 우리가 바라보는 기기의 화면은 픽셀이라는 최소 단위의 작은 사각형들로 구성된다.
화면 속 사진을 확대해서 보면 모자이크처럼 서로 다른 색의 사각형들이 모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원리를 19세기 미술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점묘화다.
19세기 후반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색채 혼합에 대한 발견이 있었다. 동일한 계열의 색상이나 보색(반대색)을 분리하여 함께 나열(병치)하면 시각적으로 색이 섞이면서 또렷한 색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는 병치혼합의 발견이었다. 예를 들어 파란색과 노란색이 나열된 점들을 멀리서 보면 초록색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병치혼합의 개념을 캔버스로 가져온 인물이 있었다. 바로 조르주 쇠라(Georges Pierre Seurat, 1859~1891)다. 물감은 색을 섞을수록 어두워지고(감산혼합), 빛은 색을 섞을수록 밝아지는 성질(가산혼합)을 지닌다. 쇠라는 이러한 빛과 색의 성질을 알고 있었다. 쇠라는 빛의 성질인 가산혼합을 캔버스에 담고 싶어 했다. 병치혼합을 사용하면 캔버스가 아닌 눈(망막)에서 색상이 혼합되기 때문에 색상이 섞여도 명도와 채도가 높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쇠라는 캔버스에 점을 찍기 시작했고, 신인상주의를 대표하는 기법인 점묘화가 탄생했다. 가산혼합은 빛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는 개념이기에 쇠라의 그림이 유독 밝아지거나 채도가 높아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보색의 병치로 뚜렷한 색상을 구현해 냈다는 점, 색채이론을 캔버스로 옮겼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쇠라의 대표적인 점묘화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를 함께 보자. 이 그림은 2년에 걸쳐 그려진 작품으로 60점이 넘는 스케치 작업을 거쳐 보완되고 수정된 뒤 완성됐다. 쇠라는 당시 빠른 붓 터치로 순간을 그려냈던 인상주의 화풍을 보완하고 싶었다. 인상주의 그림은 순간을 빠르게 그리다 보니 색이 섞이며 탁해졌고, 형태는 알아볼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쇠라는 꼼꼼하게 캔버스를 점으로 수놓았고, 또렷한 형태와 색상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쇠라의 영향을 받아 점묘화를 이론화하고 대중화하는데 힘썼던 인물이 있다. 바로 폴 시냑(Paul Signac)이다. 시냑은 쇠라보다 좀 더 큰 색점을 사용해 점묘화를 그렸다는 특징이 있다. 취미였던 항해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항구를 담은 풍경화를 그렸으며, 다채로운 색채를 사용해 황홀한 작품들을 그렸다. 핑크빛으로 물든 몽생미셸의 모습을 담은 ‘몽생미셸, 석양’과 알록달록한 집과 배들이 일렁이는 물결에 비치는 풍경이 근사하게 펼쳐진 ‘부표’를 감상해 보자. 쇠라와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쇠라와 시냑은 신인상주의의 문을 열고 점묘화를 도입함으로써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고흐와 고갱과 같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줬고, 형태의 기하학적인 특징은 큐비즘과 오르피즘에, 색채의 자유로운 활용은 야수파에 영향을 끼쳤다. 오늘은 작은 점들이 모여 큰 여운을 주는 점묘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