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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16

빛을 이용한
초고속 통신의 시대를 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광반도체(실리콘 포토닉스)에 적용되는 모듈을 개발했다.
이 모듈을 사용하면 차세대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컴퓨팅 네트워크에서 1초에 100기가(100 Gbps)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100 Gbps는 1초에 HD영화 세 편을 전송할 수 있는 속도이므로,
해당 기술을 통해 폭증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을
광반도체의 등장

그동안 PC와 서버는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해 구리 케이블을 통해 전기로 신호를 보내거나, 광케이블을 통해 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전기신호를 이용한 기존의 데이터 전송 방법은 대역폭 한계와 전력을 과도하게 소모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때문에 데이터 입·출력에 쓰이는 장치인 채널을 기준으로, 하나의 채널에서 50 Gbps까지만 전송할 수 있었고, 전송 거리 또한 수십 cm 만 가능했다.

이런 이유로 데이터를 더 빨리 전송하기 위해 광케이블을 사용했지만 여전히 문제가 있었다. 기존 초고속 광통신 모듈은 여러 개별 광소자들을 조립하고 패키징 해서 만드는데, 이러한 제조 방식 때문에 채널이 늘어날수록 부피도 늘어나고 비용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송용량을 쉽게 늘리거나 장비를 소형화할 수 없었다.

늘어나는 데이터를 빠르고 쉽게 처리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이 등장했다. 이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 제조공정을 활용해 여러 광소자를 하나의 칩으로 집적화하여 제작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개별 광소자 조립 제품 대비 대용량화ㆍ소형화ㆍ저가화ㆍ저전력화가 가능해졌다.

칩은 더 작게, 데이터는 많이, 전송은 빠르게

ETRI 연구진들은 실리콘 포토닉스의 핵심인 실리콘 광 송신칩과 광 수신 칩을 개발했다. 실리콘 광 송신칩의 크기는 2.9x7.3 mm, 광 수신 칩의 크기는 2.9x3.4 mm로, 해당 칩들을 이용하면 통신 모듈을 기존 개별 광소자 조립 방식 대비 20% 수준으로 소형화할 수 있다.

핵심 소재가 작아진 만큼 칩을 한 군데에 모으는 집적화도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칩과 칩 사이 혹은 칩 내에서 빛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어 저비용으로 데이터 전송속도를 획기적으로 올리고 전력 소모량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해당 기술로 인해 광반도체 칩의 성능도 개선됐다. 연구진의 광반도체 칩을 이용하면 채널당 100 Gbps 속도로 2 km까지 전송 가능하며, 이는 기존 전자 반도체 칩 전송 속도의 2배 수준에 달한다.

해당 기술은 실리콘 광변조기, 광검출기, 초고속 신호처리 및 신호 무결성 회로 설계 기술을 통해 이루어낸 성과다. 여기서 ETRI가 활용한 광변조기는 전기신호 데이터를 입력받아 광신호에 데이터를 싣는 소자로, 채널당 100 Gbps 속도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광검출기는 빛의 신호를 검출하고 전기적인 신호로 변환하는 소자인데, ETRI의 광검출기에는 단위 면적당 전기장의 세기를 높여 보다 빠른 신호 처리를 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됐다.

연구진은 해당 기술을 활용해서 ㈜오이솔루션과 함께 전기신호를 빛으로 혹은 빛을 전기신호로 바꾸는 모듈인 광트랜시버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도 했다. 해당 모델은 데이터 센터에서 2 km 전송이 가능한 100 Gbps 광트랜시버 모듈이다. 또한, 4개 채널을 연계해 400 Gbps 급 성능을 내는 광인터커넥션 모듈도 함께 개발해 활용성을 검증했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을 통해 데이터 센터·고성능 컴퓨팅·AI 네트워크 등에서 데이터가 증가할 때마다 발생했던 전자 반도체 칩의 통신 입출력 성능 확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ETRI는 광반도체 칩의 채널당 속도를 200 Gbps까지 전송용량은 1.6 Tbps까지 향상시키면서 소모 전력은 기존의 절반 이하, 크기는 약 1/9 이상으로 줄이기 위한 후속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