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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TRIP

부여 사비도성 가상 체험관,
백제를 재현하다

지난 2015년, 백제 역사 유적지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백제의 옛 수도였던 3개 도시에 남아 있는 유적은 주변 지역과 많은 교류를 통해 문화적 전성기를 맞았던 고대 백제 왕국의 후기 시대를 대표한다.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부여의 백제 역사 유적지구에서는
현재 문화재를 접할 수 있는 역사 문화체험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다.
VR과 AR, 홀로그램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전시콘텐츠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백제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이곳, 부여 사비도성 가상 체험관에서 재현된 백제를 만난다.

홀로그램과 모션 그래픽으로 즐기는 역사

버스 창가에 기댔던 머리를 든다. 도로 위를 달리던 버스가 느려지고, 터미널에 들어서자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분주해진다. 문이 열리고, 하차하는 사람들을 따라 버스에서 내린다. 햇볕은 좋아도 바람은 아직 차갑다. 몸을 살짝 웅크린 채 터미널에 들어간다. 버스 15분, 택시 6분, 도보 18분. 지도 애플리케이션에 나온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사비도성 가상 체험관까지의 거리다. 잠시 고민하다가 조금 걷기로 한다.

살짝 빠른 걸음으로 걷다 보면 18분이라는 시간보다 좀 더 빨리 사비도성 가상 체험관 근처에 도착한다. 창고, 대형건물터가 남아 있는 넓은 땅이 큰 공원처럼 느껴진다. 주인과 함께 산책 나온 개들은 연신 땅의 냄새를 맡다가 서로를 마주 보고 짖는다. 그 일상적이고 평화로운 장면들을 눈에 담으며 잘 닦여 있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딘가 모르게 금동대향로를 닮은 것 같은 금색 캐릭터를 만난다. 캐릭터는 순진하고 무해한 얼굴로 입구를 가르쳐 준다.

멀리서 봐도, 가까이에서 봐도 지붕만 엎어 놓은 것 같은 사비도성 가상 체험관 건물은 옛날 국립부여박물관을 리모델링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체험관에 들어가면 방금 전, 밖에서 보았던 금동대향로 캐릭터가 벤치에 앉아 반갑게 맞아 준다. 캐릭터와 인사를 나누고 인공지능 디지털관에 들어가면 홀로그램 도슨트로 등장하는 금동대향로 캐릭터를 또 만나 볼 수 있다. 이 캐릭터의 이름은 금동이. 홀로그램으로 나타난 금동이는 수백 가지의 사비 백제의 역사 문화의 이야기를 알고 있어 금동이에게 백제에 대한 질문을 하면 3면의 이머시스룸에 영상이 투사되어 구체적인 답변을 해 준다.

금동이와 질의응답을 마치고 넘어가면 ‘사비도성 백제의 꿈을 그리다’라는 코너가 기다리고 있다. 이 코너는 예술 감각이 뛰어난 백제인이 되어 사비도성을 아름답게 그려볼 수 있는 코너다. 백제의 다양한 문양 중 원하는 문양을 선택해 색칠한 뒤 전송하면, 벽면 스크린을 통해 직접 색칠한 문양을 찾아볼 수 있다. 뛰어난 미적 감각은 아니지만,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신중하게 색연필을 골라 본다.

그 옆에 마련된 ‘황금새와 함께 날아라’에서는 황금새가 되어 과거 사비의 궁남지, 정림사지, 관북리유적 등을 날아다닐 수 있다. 점수를 획득하는 게임 형식의 모션 인식 체험 코너로,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금동이의 안내에 따라 양팔을 펼치며 하늘을 나는 아이의 표정이 밝다.

VR, AR로 보는 부여

2층으로 가는 길에 전시된 다양한 영상 스크린과 유물들을 보며 심심하지 않게 이동한다. 2층 컨버전스 아트관에서는 백제 사비 시대의 찬란한 유산을 미학적이고 현대적으로 해석해 감각적인 영상으로 재현한 컨버전스 아트 전시 영상과 미디어 아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2층 중앙에는 백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것. 계속해서 만났던 금동이의 모티브가 된 그것. 백제금동대향로가 놓여 있다. 그 주변에 설치된 작은 화면들은 부분별로 자세하게 백제금동대향로를 설명해 준다.

2층에서는 VR과 AR을 체험할 수 있다. 한쪽에 마련된 ‘하늘에서 본 사비도성 부여’는 경비행기를 타고 백제 유적지를 여행하는 콘셉트다. 궁남지, 관북리 왕궁터, 낙화암, 백마강 등 백제의 아름다운 명소들을 하늘 위에서 즐길 수 있다. 콘텐츠 제작에는 비행기의 움직임을 따라 연동하는 4D 라이드 필름과 360° VR 가상현상 기술이 적용돼 몰입감을 높인다.

‘정림사로 떠나는 시간여행’은 현재 절터와 탑만이 남아 있는 정림사를 컴퓨터 그래픽 기술과 고증을 이용해 백제 성왕이 건립했을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한 가상현실 콘텐츠다. 헤드셋을 쓰고 디지털로 복원된 정림사의 완전한 모습과 중문, 석탑, 금당 등 다양한 공간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콘텐츠 제작에는 직접 컨트롤러를 이용해 공간 여정을 주도하는 반응형 기술(인터랙티브 형식)이 도입되어 생생함을 전달한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곳이 박물관이지만, 사비도성 가상 체험관은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어 역사를 재미있게 배우기 좋은 곳이다. 백제의 역사를 체험해 보고 싶다면 사비도성 가상 체험관에 들러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