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86 October 2021
2020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1인당 육류와 쌀 소비량은
각각 54.3kg와 57.7kg로 육류 소비량이 쌀 소비량의 94% 수준이다.
육류 소비는 매년 1.1kg씩 늘어나고 있어 오는
2022년에는 육류 소비량이 쌀 소비량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OECD-FAO 농업전망(OECD-FAO Agricultural Outlook)은
전 세계 육류 수출량이 2030년에 3억 7,4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량이 매년 8%씩 증가하는 꼴이다.
2016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돼지고기가 쌀을 제치고 농업생산액 1위에 올라섰다. 특히 1930년 [조선요리제법]이라는 요리책에 ‘세겹살’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 삼겹살은 1980년대 산업화와 함께 눈부시게 성장한 한국 경제와 더불어 육류 소비가 늘어나면서 ‘삼겹살’이라는 이름으로 수요가 늘어나기도 했다.
1990년대부터는 치킨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1997년 외식 시장 1위를 차지한 치킨은 2015년까지 20년 가까이 부동의 1위로 자리 잡으며 닭고기 소비를 늘려놨다. 2000년대 1인당 6.9kg에 불과했던 닭고기 소비량이 2016년 13.6kg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증가세는 소, 양, 돼지 등 다른 고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양한 가축을 기르고 소비하면서 가축에 치명적인 감염병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늘어나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조류독감과 돼지열병을 비롯, 가금콜레라, 돼지인플루엔자, 오리바이러스성간염 등 다양한 가축 감염병이 발생하면서 매년 수백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되고 있다. 가축 감염병은 축산업자들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육류 가격 인상 등 큰 피해를 준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지난 20년간 구제역으로 392만여 마리의 가축이 살처분됐고, 조류독감으로 9,415만여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20년간 지급된 구제역 보상금액만 3조 3,436억 원에 이른다.
특히 최근 중국에서는 조류독감이 인간에게 감염된 사례가 확인됐고, 러시아에서도 가금류 공장에서 일하는 7명이 조류독감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코로나 19와 더불어 또 다른 감염병이 유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축산업의 성장세와 함께 가축 감염병으로인한 피해가 커지면서 가축관리에 ICT를 결합한 ‘스마트 축사’가 주목받고 있다. 가축을 키우는 축사에 ICT 기술을 융·복합하여 축사의 환경과 가축을 원격, 자동으로 관리해 생산성과 더불어 다양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20년 11월, 스마트 축사에 사용되는 센서의 국가 표준을 제정했다. 전라북도는 스마트 축사를 구축하는 데 250억 원을 투자했고, 경기도 또한 ‘2021 축산 ICT 융복합 확산 사업’을 추진하면서 스마트 축사 구축에 25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ETRI SDF융합연구단은 축산 분야에 ICT 기술을 접목해 구제역을 포함한 가축들의 질병 현황을 전 주기에 걸쳐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가축관리 플랫폼 ‘아디오스(ADiOS)’와 이에 필요한 관련 기술들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가축들의 사육과 질병 상황을 통합·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ICT 플랫폼을 개발한 것이다.
아디오스 플랫폼은 가축이 질병에 걸렸을 때 내는 소리와 행동의 변화 등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상징후를 감지하는 알림 기술을 포함한다. 인공지능과 센서로 가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소리와 행동을 분석하면서 감염병 등의 발생을 조기에 파악하는 것이다. 아디오스가 이상징후를 발견하면 해당 농가에 방역관이 파견되고, 현장에서 진단 키트를 통해 실제 감염 여부를 판단한다.
또한, SDF융합연구단은 기존 기술보다 감도는 10배 높으면서도 검사에 걸리는 시간은 절반 이하로 단축시킨 진단 키트를 개발했다. 이때 진단 정보는 바로 아디오스 플랫폼으로 송출되어 사용자의 주관적인 개입을 차단해 정보의 오류가 최소화되도록 만들었다.
더불어 감염병 등 질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감염병이 발생한 농가를 중심으로 출입한 차량과 사람들의 정보 관리를 도울 전자 소독 필증, 영상 인식 기술, 비콘 모듈 및 앱 활용 기술 등도 함께 개발해 가축 감염병 발생을 조기에 파악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다.
지금의 플랫폼은 돼지 구제역을 기반으로 연구가 이뤄졌지만, 연구진은 향후 소나 닭 등 다른 가축과 아프리카돼지열병,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 등 기타 질병에도 기술과 플랫폼을 쉽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시스템의 특성을 잘 살린다면 질병 진단과 출입·보안·방역 관리 등 민간의 다양한 영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디오스가 기존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과 연동해 상호보완 할 예정인 가운데, ICT와 융합한 한국의 축산업이 더욱 발전하고 나아가 전 세계로 뻗어나갈 미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