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VOL. 175 May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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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안전을 비추는 거울이 되다,
디지털 트윈

디지털 세상 속에 우리 현실과 똑같은 세상이 있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 세상을 통해 현실 세계의 위험을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다면 어떨까?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은 우리 생활 곳곳에 있는 위험들을
디지털로 구현하고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하면서 더욱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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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안전한 미래를 꿈꾸다
A Safe Future

지난 2018년 11월 24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1)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통신구의 약 79m가 소실되면서 KT 인터넷, 무선통신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순천향대학교병원에서는 사고 초기 2시간 동안 환자의 진료기록과 촬영 자료가 담긴 전산 차트 시스템이 정지돼 응급실이 폐쇄되고 위급한 환자가 목숨을 잃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경찰이 5개월 가량 조사를 진행했지만, 끝내 ‘원인 불명’으로 결론 내려진 이 사건은 재난 상황에서 사전 대처와 신속한 처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했다. 더불어 우리 생활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크고 작은 위험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숙제를 남겨줬다.

1) 통신구
정보·통신 통신을 위한 케이블이 깔려 있는 지하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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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윈의 가능성
possibility

‘디지털 트윈’이란 실제 세계와 가까운 디지털 세상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여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하는 정적인 기술에서 벗어나, 디지털화된 정보를 통해 실시간으로 환경을 파악, 분석하고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해 능동적으로 반응한다. KT 아현지사 화재 사건과 같은 재난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디지털 트윈 기술이다.

2003년 미국의 마이클 그리브스가 '디지털 트원' 개념을 제안한 이후 미국의 글로벌 인프라 회사 GE(General Electric)는 2016년부터 항공, 오일, 가스, 발전, 제조 등 여러 분야에서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및 데이터 분석기술을 적용하여 방대한 분량의 산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런 디지털 트윈 기술의 가능성을 먼저 알아보고 투자하기 시작한 나라가 바로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2015년부터 국토 전체를 디지털화하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싱가포르 전역의 모든 건물과 도로, 구조물, 인구와 날씨 등 실제 도시를 구성하는 각종 유무형의 데이터를 3D 가상환경으로 구현하는 ‘Virtual Singapore’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단순히 우리가 떠올리는 3D 지도와는 차원이 다른 정교함을 가지고 있다. 공공기관과 사물인터넷 기기 등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날씨 변화, 도시 계획이나 각종 시뮬레이션, 연구·개발에 사용되는 것은 물론, 건물 내부에서 긴급상황 발생 시 시민들이 대피하는 시간을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하고 최적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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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비추는 거울,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우리나라도 디지털 트윈 기술 연구·개발을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10대 대표과제 중 하나로 디지털 트윈 기술이 선정되면서,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것은 물론, 실제 활용과 운영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이 과정의 일환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주)케이아이는 지난 1일, 청주 오창 공동구2)에 있는 전력구3) 전 구간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한 AI 로봇 1대를 설치하고 시범운영에 돌입했다. 덕분에 전력구의 점검·순찰 과정을 무인화, 자동화하여 재난 징후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며, 사고 발생 시에도 더욱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설치된 로봇은 영상, 열화상, 온도, 습도, 산소,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등 공동구의 전체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이 정보를 관제센터에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기존에는 공동구 근무자가 매일 2인 1조로 움직이며 시설을 점검·순찰하는데 약 2시간 반 이상이 걸렸다. 그러나 AI 로봇은 상황별로 순찰, 고속 점검이 가능해 점검 시간을 최대 30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

2) 공동구
전선, 수도관, 가스관, 전화 케이블 따위를 함께 수용하는 지하 터널

3) 전력구
다회선의 케이블 및 부속재를 수용하고 케이블의 접속 공간을 겸하는 기능을 가진 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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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다Go along

로봇을 활용한 기술은 이전에도 다른 공동구에 도입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고정형 사물인터넷(IoT) 센서로 단순 자료를 수집하는 수준이어서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 청주 오창 공동구에는 AI 로봇의 성능을 대폭 높인 것은 물론, 디지털 트윈 기술과 연계해 데이터 분석과 초동대응 가능한 기술이 적용되어 큰 발전이 있었다.

연구진은 이번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재난요인 및 위험인자를 사전에 발견하고 통제해 재난의 초기 예방 조치와, 재난 발생 시 정확한 상황 파악 및 신속한 현장 대응과 관할 소방서, 군, 경찰과 연계한 신속하고 정확한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TRI가 개발한 본 기술은 공동구뿐 아니라 민간 공동구나 지하철, 지하상가 및 산업단지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 복합 공간을 안전하고 지능적으로 관리하는 데에도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연구진은 시범 적용에서 얻은 데이터 분석 결과와 현장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디지털 트윈 기술을 고도화하고 실증 지역 범위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미래 우리 생활의 안전을 책임질 디지털 트윈 기술의 미래를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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