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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66 December 2020   

People

모든 사람이 ICT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도록
공공 서비스를 만들어갑니다

인간로봇상호작용연구실 유장희 책임연구원

  • 사회성 결여와 특이한 행동으로 인해 자주 영화 소재로 등장하기도 하는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s)는 약 54명 당 한 명꼴로 발생하는 드물지 않은 질환이다(미국 CDC, 2020). 그러나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아동에 따라 나타나는 문제가 매우 다양하고 개인차가 존재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국내 연구진이 AI를 활용하여 자폐스팩트럼장애를 조기에 선별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 이번 ETRI 연구진이
    개발하는 기술은 무엇인가요?

  • 기술의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발달장애의 카테고리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기술을 ‘영유아/아동의 발달장애 조기선별을 위한 행동·반응 심리 인지 AI 기술’이라고 명명했는데요. 발달장애인법은 크게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을 발달장애인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자폐스펙트럼장애에는 아스퍼거 증후군, 아동기 붕괴성 장애, 자폐증, 전반적 발달장애 등과 서버튼 증후군과 같이 어떤 분야의 천재성을 나타내는 증상도 포함합니다.

    지적장애는 지적 기능과 개념적, 사회적, 실제적 적응기술과 같은 행동에 제한이 있는 상태로 자폐스펙트럼장애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발견이 쉽습니다. 그러나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초기 발견에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기술은 사실 자폐스펙트럼장애 조기선별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진단받는데도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물론 병원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연구 참여기관인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전문의한테 진단을 받기 위해서는 1년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임상과 연구 측면 모두에서 조기발견과 조기개입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에 아이와 상호작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행동 또는 반응 데이터에 대한 지능형 분석 및 인식을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선별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병원과 같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선별 검사를 통해 관련된 증상이 발견되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조기개입을 통한 치료 효과 개선을 위한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해 아직은 다소의 막연한 걱정이 있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아이의 발달상의 특이점을 처음 인지하는 시점으로부터 실질적인 진단을 받는 데까지는 평균 2년에서 9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병원 진료를 받는 것에 대해 부부간 의견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거나 의견을 맞추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있어, 부모님 입장에서는 병원에 가시는데 두렵거나 꺼려질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병원에 가기 이전에 AI 분석을 통해 자폐 요소들이 얼마나 나타났는지 미리 알 수 있다면, 병원을 갈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판단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 01

    ‘영유아/아동의 발달장애 조기선별을 위한
    행동·반응 심리 인지 AI 기술’을 설명 중인
    유장희 박사

  • 본 기술개발을 통한
    기대효과는?

  • 앞서 말씀드렸듯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아이의 발달상에 특이점을 발견한 시기와 실제로 진단받는 시기에 갭이 상당히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평균 4년 정도 차이가 나는데 그것을 줄이는 것이 기대효과이자 목표입니다. 즉, 자폐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병원을 빨리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기대효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치료 영역으로도 확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분야에도 응용하는 다양한 기대효과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기술은 기술 자체가 인공지능 기술이고 상대방을 이해 또는 인지하는 기술입니다. 가령 로봇이나 집에서 많이 사용하는 AI 스피커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지금의 로봇이나 AI 스피커는 상대방의 감정이나 상황에 대한 인지가 부족합니다. 이 때문에 모든 사용자에게 동일한 입력에 대해 동일한 대답이나 반응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개발하는 기술을 이런 시스템에 활용한다면 모든 사용자에게 동일한 반응을 하는 형식이 아닌 한 차원 높아진 감성을 갖는 답변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 본 기술이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하다면?

  • 기존 인공지능 기술은 인식, 학습, 언어, 운동 등 인간의 능력을 기능적으로 구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 연구는 상호작용 과정에서 발현되는 데이터의 지능형 분석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인지를 목적에 두고 있어요. 즉, 상대방에 대한 인지능력을 통해 기존 인공지능 기술보다 한 차원 높아진 ‘감성을 지닌 따뜻한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은 다양한 관련 ICT 제품과 로봇 등을 위한 HRI(Human-Robot Interaction)/HCI(Human-Computer Interaction)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영유아/아동에 대한 발달장애 케어는 물론 고령자의 경도인지장애 탐지 등 AI 기술의 공공적 수혜 범위 확대를 통한 사회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더불어 감정분석, 스트레스 분석, 선호도 분류, 의도·거짓말 탐지, 청소년 우울증 탐지, 미술치료, 졸음운전 탐지, 심정지 탐지 등 다양한 응용에도 확장 가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 02

    단순히 우리 삶을 편하게 하는 기술보다는
    기술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만들어가는 유장희 박사와
    인간로봇상호작용연구실

  • 향후 연구 방향은?

  • 이 연구는 현재 1단계와 2단계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1단계에서는 요소기술 개발을 계속 진행 중입니다. 가령 자폐스펙트럼장애 검사 요소 중에 눈 맞춤을 제대로 하는지,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하는지 이런 것들이 있어요. 즉, 비언어적 의사소통 측정을 위한 단위기술(감정인식, 감정변화 탐지, 눈 맞춤 탐지, 호명 반응 인지, 제스처 인식 등)이라고 합니다. 또한, 자폐스펙트럼장애는 단순히 비언어적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제한된 행동이라던가 상동적 행동 등 복합적인 요소들을 모두 탐지할 수 있어야 선별 가능합니다.

    따라서, 단위기술 개발이 1단계에서 끝나게 되면, 2단계에서는 행동 분석 기술 개발과 함께 개발된 기술들을 통합해 조금씩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조기선별 서비스,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지원 서비스 등 보다 구체적인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 Editor epilogue

    유장희 박사에게 최종 목표를 묻자, 그는 “단순히 우리 삶을 편하게 하는 기술보다는 그 기술을 통해 더욱 행복해질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만 하더라도 상당한 기술이 들어간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편리하거나 불편할 때도 존재한다. 가령 문자를 봤는지 안 봤는지 확인하는 기능들이다. 연세가 있는 분들은 첨단 기능이나 기술을 누리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 때문에 기술로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아직 기술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단순한 편리함보다는 모든 사람이 고루 누리고 편안해질 수 있는 인간 중심의 기술, 인간을 불의의 사고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기술과 공공성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그것이 그런 기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