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반도체 강국으로의 도약
메모리 반도체 DRAM 개발
4M, 16M, 64M DRAM은 1986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중심으로 산학연이 함께 연구개발한 ‘초고집적 반도체’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으로 성장하게 되는 초석이 되었다.
DRAM 개발은 ‘노동 집약적’, ‘자본 집약적’이었던 우리나라의 수출 산업 구조를 ‘기술 집약적’ 산업으로 변모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우리나라가 ICT 강국으로 나아가는데 매우 큰 역할을 감당했다.
01
선점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자산업의 쌀’, ‘마법의 돌’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기술은 다양한 산업 분야와 수많은 전자제품에 폭넓게 활용되며 우리 삶에 다양한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소중한 기술이다. 그러한 반도체 시장 최선두에는 언제나 미국과 일본이 자리하고 있었다. 1970년대 중후반,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은 단순 조립공장 형태의 하청 생산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ETRI 출범 당시인 1985년경에는 미국과 일본은 이미 4M DRAM의 시제품을 개발하고 있었지만, 반도체 개발의 후발 주자였던 우리나라는 64k, 256k DRAM은 물론, 1M DRAM 모두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심했고, 산업적인 경쟁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며 위기를 겪고 있었다. 우리에게 있어 일본과 미국의 반도체 기술은 넘을 수 없는 큰 산 같은 존재였다.
메모리 반도체는 대체로 3년마다 집적도가 4배씩 늘어나 다음 세대로 옮겨 가게 되는데, 한 세대 제품이 만들어져 판매가 시작되면 길어도 5~6년 뒤에는 시장성이 떨어져 수명을 다하게 된다. 반도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히 선진국의 개발속도를 따라잡는 것이 아닌, 차세대 제품을 더 빠르게 개발해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위기의식은 곧 기술개발에 대한 관련 산학연의 공감대 형성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끌어내게 되고, 우리나라 최대의 공동연구사업인 ‘초고집적 반도체 기술 개발 프로젝트’로 이어지게 된다.
02
ETRI의 역량과
기업들의 투자가 만들어낸
4M DRAM
4M DRAM 사업 당시 연구개발 총괄 관리와 설계 생산, 기본 기술 개발 지원을 담당한 ETRI는 TDX(전전자교환기)개발 성공을 통해 축적된 다양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당시 우리나라 최대의 공동연구사업인 DRAM 개발을 성공적으로 끌어낸다.
ETRI는 각 기관과 기업에서 담당 연구자들이 모여, 같은 공정에서 같은 설계로 반도체를 생산해내도록 한 일본의 공동연구개발 방식과 달리 각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해 가장 효과적인 연구개발이 이뤄지도록 유도했다.
기술별 특성에 따라 핵심 기술을 분담 연구로 수행했으며, 기술 교류와 경쟁의 원리를 통해 각 회사의 개별 연구가 제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또한, 개발속도를 높이기 위해 삼성과 금성반도체, 현대전자 등 참여기업에 과제별로 개별 목표를 배당하고 모든 과정을 ‘문서화’하는 등의 체계적인 방안을 도입했다. 연구 개발의 모든 과정에 ‘점수제’를 도입해 각 과정의 정확도와 충실도를 평가하고 업체 간 선의의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등 ‘협력’과 ‘경쟁’ 체재를 적절하게 도입했다. 무엇보다 당시 연구소장이 매일 아침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사업의 진행 상황을 점검할 정도로, DRAM 개발에는 ETRI의 모든 역량이 동원되고 연구원들의 열정이 밑바탕이 됐다.
공동개발에 참여하는 기술인력들은 최첨단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세계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일체감으로 뭉쳐 예상보다 한 달 빠른 1989년 2월, DRAM 회로 설계 및 공정 기술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곧이어 3월에는 수율 향상을 위한 양산 공정을 개선해수율 20%의 양산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비록 일본과 미국보다 1년 늦은 개발이었지만, 이는 앞으로 펼쳐질 ‘반도체 강국’의 시작을 알리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03
세계 메모리 시장을 석권한
반도체 신화
ETRI는 이러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곧바로 16M DRAM과 64M DRAM 개발에 착수했다. 4M ETRI는 이러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곧바로 16M DRAM과 64M DRAM 개발에 착수했다. 4M DRAM의 경우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인다는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했다면, 16/64M DRAM 개발은 세계 최고 메모리 반도체 강국으로의 도약은 물론, 기업 간 격차를 줄여 우리나라 전체 산업을 함께 성장시킨다는 더욱 장기적인 관점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4M DRAM 개발에 참여했던 기업에 새로운 기업들이 합세하고, 2개의 출연(연)과 19개의 대학 등 연구 개발 인원만 1,400여 명이나 되는 더욱 확대된 공동연구 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또한, 단위 공정과 칩 자체 개발뿐만 아니라 공정 장비나 재료 개발에도 확대해 노력을 기울였다. 마침내 1991년 3월, 시제품 검증과 평가까지 마친 16M DRAM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기술력을 가지게 된다. 곧이어 1993년에는 그동안 아무도 만들어내지 못했던 64M DRAM을 세계 최초로 만들어냄으로써, 일본을 넘어 세계 최고의 반도체 강국으로 우뚝 섰다.
DRAM 개발은 단순히 선진국을 앞섰다는 기술적인 쾌거를 뛰어넘어, 경제적으로도 큰 파급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4M DRAM 착수 당시 7,000만 불에 불과한 반도체 수출 규모를 93년에 이르러서는 83.2억 불로 단일품목 최대 규모의 수출을 달성하고, 1998년부터는 DRAM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계속 유지하며 세계 메모리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전자 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정보화를 촉진함으로써 국민의 생활 방식과 유통구조까지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킨 DRAM 개발. 오늘도 ETRI는 혁신적인 도전을 통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 1986. 10
- 과학기술처, ‘초고집적 반도체 기술 공동개발사업’ 발족
- 1989. 02
- 4M DRAM 회로 설계 및 공정 기술 개발 성공
- 1989. 02
- 4M DRAM 양산 시제품 개발
- 1991. 03
- 16M DRAM 개발 성공
- 1992. 06
- 세계 최초 64M DRAM 개발 성공
- 1993. 11
- 차세대반도체 기반기술 개발사업 시행
- 1994. 08.
- 세계 최초 256M DRAM 개발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