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기술로 개발에 성공한
‘천리안 위성통신탑재체’
다양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지구 밖 컴컴한 우주로 쏘아지는 위성.
지구 적도 상공 36,000km에 위치할 위성은 정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이를 정지궤도위성이라 한다. 정지궤도위성은 목적에 따라 통신위성, 방송위성, 기상위성 등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 첫 정지궤도위성인 천리안위성은 통신, 해양, 기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지궤도 복합위성이다. ETRI는 통신서비스를 위한 천리안위성 통신탑재체 및 위성관제시스템을 개발, 각국의 치열한 우주 경쟁 속에서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선진국들의 고유 영역이었던 우주분야에서 이루어낸 이러한 쾌거는 3D TV, UHD TV 등 차세대 위성 서비스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 진출의 계기를 마련했다.
우리 기술로 개발된 최초의 정지궤도위성 천리안. 2010년 6월 발사된 후 지금까지 임무를 수행 중인 천리안의 영문명칭은 COMS(Communication, Ocean and Meteorological Satellite) 이다. ‘통신해양기상위성’ 이라는 영문명이 의미하듯 천리안은 ‘해양관측’, ‘기상관측’, ‘통신서비스’ 임무를 맡은 정지궤도 복합위성이다. 지구 적도 상공 36,000km, 동경 128.2도에 위치하면서 이와 같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천리안 위성의 탑체는 태양전지판을 제외하고 ‘통신탑재 시스템’, ‘해양탑재 시스템’, ‘기상탑재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양탑재 시스템은 정지궤도 위성으로써는 세계 최초이며, 한반도 주변해역의 해양환경 및 해양생태를 감시하는 역할과 해양의 클로로필 생산량을 추정하고 어장 정보를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기상탑재 시스템은 태풍과 집중호우, 황사 등을 조기에 탐지하고 장기간의 해수면 온도, 구름 자료를 분석해 기후변화를 파악한다. 통신탑재 시스템은 순수 국내기술에 의한 Ka 대역 통신탑재체로 광대역 위성 멀티미디어 시험서비스를 시행한다.
우수한 성과를 내기 위해 ETRI 연구진은 혹독한 시험을 통과해야했다. 천리안 위성이 정지궤도에 안착한 후 통신탑재체 궤도 내 시험(IOT, In Orbit Test)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궤도 내 시험은 위성이 궤도에 진입 후 정상 운용하기 이전에 수행하는 성능시험이다. 국내기술에 의한 위성안테나 상태와 성능, 중계기 전 채널의 기능과 성능 시험은 6개월에 걸쳐 수행되었으며, 그 결과 궤도 내에 있는 천리안 위상의 통신탑재체의 상태, 기능, 성능이 모두 정상임을 확인했다. 통신탑재체 IOT 결과의 성공에 따라 ETRI는 천리안 통신위성 운용센터를 열어 공공선도 시범서비스 및 국내 산업체 기술검증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지원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구, 방송통신위원회)와 ETRI는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천리안 통신탑재체를 활용해 그동안 이용되지 않았던 Ka 대역의 주파수 이용과 전송기술 검증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Ka 대역 전파특성 연구를 통해 강우 시에도 좋은 서비스를 받도록 적합한 전송방식을 개발할 수 있다. 또한 국산 통신탑재체를 국내 산?학?연의 위성방송통신 연구개발 테스트베드용으로 개방해 차세대 방송기술(3DTV, UHDTV 등)의 전송시험과 국내 개발 위성방송 수신기 및 위성통신용 초소형 지구국(VSAT) 등의 성능 검증에 활용토록 지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TV 난시청 해소, 공공재난 방송통신망 등으로 국민 생활의 안전성과 편의성 증진을 위한 공공 서비스 분야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천리안위성을 이용한 난시청해소는 위성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부분으로 현 기술로 바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IPTV등 방통융합서비스의 소외지역인 도서벽지를 커버하는 요소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우주영토를 선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순수 국내기술만으로 그 영역에 당당히 진입한 뜻깊은 결과다. 이번 기술은 그간 선진국의 고유 영역으로 간주된 우주 분야에서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된 통신탑재체와 위성관제시스템을 선보이며 기술 자립을 넘어 기술 우수성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데 상당한 의의가 있다. 천리안위성 통신탑재체의 국산화는 ETRI와 국내 산업체가 협력해 이룬 성과인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15개 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통신탑재체 부품의 80%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통신탑재체 국산화 개발로 연간 1,300억 원에 달하는 국산 통신위성 시스템기술을 해외에 수출할 수 있었으며, 연간 2조 원에 달하는 위성방송 수신기(STB), 위성통신 단말기(VSAT) 등 위성통신 관련 제품의 수출 효과도 조금씩 기대하는 중이다. 선진국에서도 꽁꽁 감춰두는 기술이었기에 개발이 더 어려웠지만, 그 과정을 거쳐 국내 천리안위성은 지금에 이르렀다. 위험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ETRI 연구진 및 국내 산업체들은 연구와 개발에 더욱 매진했다. 위성발사 전 지상에서 수행할 수 있는 설계 및 분석 결과가 실제 하늘에서 최소의 오차로 구현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에 대한 결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천리안위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