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와 공간의 한계를 넘어
3세대 이동통신의 문을 열다
WCDMA(Wideband Code Division Multiple Access)는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 기술로 기존 CDMA 방식에 비해 대역폭이 크며 데이터 전송속도가 빠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해외에서도 국내에서 쓰던 휴대전화기를 사용할 수 있고, 데이터 통신속도가 빨라져 동영상 보기, 음악 다운로드, 양방향 화상통화 등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화된다. 최근 WCDMA 기술을 채택하는 국가들이 늘어나 삼성전자, LG전자 등 핸드폰 제조업체들이 단말기를 많이 출시하고 있다.
01
세계 이동통신의
확고부동한 선두로
WCDMA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통신 접속방식을 마련하려는 각국의 협력과 경쟁 속에 탄생했다. 쉽게 말하자면 해외에 나가서도 국내에서 쓰던 내 휴대전화기를 쓸 수 있는 기술, 그리고 규격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1980년대 1세대 아날로그방식(FDMA)을 거쳐 1990년대 2세대 디지털방식으로 발전한 이동통신은 무선구간에서의 접속방식별로 TDMA방식과 CDMA 방식으로 각각 발전해왔다. 우리나라는 1996년 CDMA방식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함으로써 2세대 이동통신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지만 유럽에서는 GSM방식, 일본에서는 PDC방식, 북미는 TDMA와 CDMA방식 등 국가별로 다양한 방식이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호환이 불가능했고 장비와 이동성 문제가 대두됐다.
이동성의 보장을 위해서는 로밍(Roaming)이 필수적인데, 지역 또는 국가 간의 서로 다른 무선접속규격으로 인해 한 지역에서 사용되는 단말기를 다른 지역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었다. 또한 2세대 이동통신은 데이터 전송률이 8~64kbps 정도에 불과해 영상 등의 고속 데이터 전송이 불가능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제3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 2000)이 등장하게 됐다.
02
늦은 출발, 앞선 기술...
상용 수준 IMT-2000 시스템 개발
ETRI는 세계 최초로 2세대 이동통신시스템인 CDMA 상용화에 성공한 저력을 바탕으로 IMT-2000의 연구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1997년부터 국내외 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2단계에 걸쳐 IMT-2000 연구개발을 추진했다.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진행된 1단계에서는 우선 CDMA 개발을 통해 기술이 축적돼 있고 연구원들에게 익숙한 동기식 시스템의 기술규격안 검토와 시험검증 표준시스템 개발에 주력했다. ETRI가 선택한 동기식 방식은 5MHz의 광대역을 하나의 캐리어로 전송하고 핵심망을 북미식으로 한 독자적인 방식이었으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IMT-2000 표준방식으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다행히 유럽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비동기방식 WCDMA의 기술규격 연구도 병행했다. ETRI 주도 하에 삼성전자, LG정보통신, 현대전자 등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기식 시스템의 시험개발을 추진했다. 또한 ITU의 IMT-2000 표준화 규격 작업에 활발하게 참여함으로써 OCQPSK(직교복합확산변조기술) 등을 포함해 여러 건의 국내 보유 특허기술이 3GPP와 3GPP2 규격에 반영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유럽식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WCDMA 방식이 논의되기 시작할 무렵, 유럽에서는 Advanced TDMA 방식을 더 선호했다. 단일 GSM 방식으로 세계 이동통신 분야를 주도하고 있던 유럽으로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슷한 이유로 2세대 CDMA 방식으로 이동통신산업과 서비스를 향상시켰다. 뿌리가 같은 북미방식인 동기식방식을 선호했고 연구개발도 CDMA 쪽에 치중했기 때문에 비동기방식에 대해서는 기술규격연구 수준에 그쳤다. 게다가 초기에는 CDMA 방식의 기술적인 장점과 서비스의 다양함이 차차 부각되면서 차세대 방식으로 CDMA의 채택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유럽과 일본이 연합해 비동기방식인 WCDMA를 제안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세대에서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GSM 방식의 사업자들이 WCDMA를 선호하고 독자 방식을 고수하던 일본까지 WCDMA로 돌아선다면 전 세계 IMT-2000 시장의 70~80% 정도를 WCDMA 방식이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물론 인구가 13억이 넘는 중국에서 CDMA IS-95 시스템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지만, 전 세계를 상대로 시장 경쟁을 해야 하는 우리 이동통신 제조업체의 입장에서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WCDMA IMT-2000 시스템 기술을 확보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었다.
ETRI가 3년에 걸쳐 개발하였던 IMT-2000 동기식 방식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지 않았고 개발과정에서 국제동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자 1999년 2월 정보통신부는 이동통신 분야에 있어 향후 모뎀 등 핵심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시스템 개발은 더 이상 지원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ETRI에 보냈다. ETRI로서는 150명에 이르는 이동통신 연구개발 조직을 해체해야 할 CDMA 성공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하였다. ETRI는 원장이 직접 나서 정부 대신 기업이 출연하는 WCDMA 시스템 개발 사업을 성사시키고자 혼신의 노력을 하였고 8개월여에 걸친 사투 끝에 1999년 10월 1일 삼성전자, 현대전자, 팬택과 LG전자가 무려 600억 원을 출연하는 ETRI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출연 과제인 WCDMA 개발 사업에 착수하게 되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이다.
이후 ETRI는 100여명의 기업 파견 직원과 함께 280 여명의 연구원 모두가 2000년 1월부터 저녁 9시까지 그리고 토요일에도 일하는 비상 근무체제에 돌입하였다. 이러한 처절한 노력이 결실을 보이기 시작하여 개발 착수 1년 6개월 만인 2001년 4월 WCDMA 음성 통신에 성공하였고, 불과 2개월 후인 2001년 6월 영상 통신에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가 WCDMA 시장에 우뚝 서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당시 정부는 2002년 6월에 있을 월드컵대회에 맞춰 IMT-2000 상용시범서비스를 개시한다는 계획을 수립하였고, KT, SKT 등 통신 사업자들은 WCDMA 통신망 구축을 위해 2001년 12월부터 벤치마킹 시험 계획을 발표하였다. ETRI와 공동 개발에 참여 하였던 기업들도 2001년 7월 파견인력을 모두 귀환시켜 사업자 밴치마킹 시험에 대비하였다.
ETRI는 CDMA 핵심기술과 동기식 CDMA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비동기식 IMT-2000 시스템의 기지국, 제어국, 단말기, 핵심망 패킷교환장치 및 모뎀 분야 연구개발과 국제표준화 활동을 통해 2001년 상용 수준의 IMT-2000 시스템을 개발했다. 비동기식의 경우 세계 기술 동향에 비추어 2~3년 늦게 착수했으나 기술 개발을 시작한지 2년 만에 비동기방식 IMT-2000 시스템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03
2002 월드컵의
또 다른 이름
‘IT월드컵’
2002 한일월드컵의 성공 개최는 세계 속에 대한민국을 알리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IT가 있었다.
2002년 5월 31일 한일월드컵 개막식이 열린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는 수십억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휴대전화기를 든 10여 명의 ‘디지털 메신저’가 경기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관객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비동기 IMT2000으로 불렸던 3G 광대역 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서비스가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이 장면은 각국에서 온 월드컵 취재팀의 타전으로 세계에 보도됐다. IMT2000 영상시범통화가 이뤄진 개막식을 비롯해 대회 전 기간에 걸쳐 참가국 관계자와 선수에게 우리나라의 IT기술과 IT인프라의 우수성이 알려졌고, 우리 IT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주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 성공적인 ‘IT월드컵’ 개최는 이후 IT민간외교로 이어졌으며 생산 및 고용 유발 효과가 크다는 평가도 받았다.
- 1997.
- 동기식 시스템의 기술규격안 검토, 시험검증 표준시스템 개발, 동기방식 WCDMA의 기술규격 연구
- 1999.
- 동기식 IMT-2000 STP(Signal Transfer Point) 시스템을 개발
- 2001.
- 상용 수준의 IMT-2000 시스템을 개발